다음 주 토요글방 모임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빠지게 생겼다. 그런데 어쩐다고 그 주 빠지는 사람이 나만이 아닌 관계로 이번 주로 옮기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하면 차비만 들면 될 텐데 그곳에 모일 수가 없으니, 장소를 구해야만 한다. 뭐 물론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돗자리 펴고 만나도 되고 아파트 놀이터 벤치에 앉아 글 읽어도 되긴 된다. 비는 오지만 귀찮은 '줌'이나 다른 경우를 찾으려 모임 시간보다 긴 3시간의 카톡을 하는 것보다는 나을 수도 있다. -서로 막말(?)하는 사이가 아니다 보니 삼가느라고 행간까지 읽고 배려하며 추측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결국은 조용하고 사람 적고 도서관 근처는 찾지 못하고 사람 많고 시끄럽겠지만 도서관 근처인 찻집에서 만났다. 뭐 좋다. 짹짹 커피니까. (찻집 탐방을 하지 않는 나라서 아는 곳이 거의 없지만 진주에 가본 곳 중 돌체라떼가 가장 혹은 두 번째로 맛있는 곳이다) 작년 여름에 한 번 가고는 아직이다. 매주 가는 도서관 근처인데도 일부러 찾질 않으니 못 마셨다. 오늘은 마시고 싶은데…. 커피를 연달아 며칠 마시면 입속이 아프다. 체질에 맞지도 않는데 달달구리 정신 번쩍 에너지음료로써 먹으려 들이키다 보니 부작용이 인다. 그래도 짹짹 아이스 돌체라떼 한잔하고 싶은데 쩝. 아쉽다. '다음 기회에'다. 오래가는 통증이 싫어 얼그레이를 시킨다. 어린 오빠가 가져간 텀블러 가득 뜨거운 물을 부어준다. 오웃 배려 무엇~! '땡큐 오빠~'(아줌마 같은 소리 하지 마~)
조금 전 밥도둑 포에버(첫째 때문에 알게 된 지인들. 서로에게 밥 얻어먹으려 눈을 부릅뜨고 있는 자들의 집단)단톡에 문자가 왔다. 진주 <실경역사뮤지컬/의개 논개>를 같이 보자는 내용이었다. 민서엄마 말이 지난번에 공짜였는데 정말 좋았단다. 공짜라는 게 정말 좋았다는 건지, 지난번 공연이 좋았다는 건지 중의적인 표현에 국문과 안 나온 나는 해석에 곤란을 겪는다. 아직도 공짜인 거 아니냐 답을 달았다. 그러자 화두를 던진 하윤 엄마가 대꾸한다.
"지난번 본 거라서 안 볼 거야?"
"무료 아니라서 안 볼 거야?"
보자 보자 하니, 두 번째는 나한테 하는 말이구나. 무료든 아니든 뭐 예약하고 날짜 딱딱 맞춰 찾아가는 걸 잘 못해서 막 내키진 않는데, 이젠 하윤 엄마까지 표현에 해석의 여지가 있다. 무료가 아니라서 안 볼 것이냐라... 돈 드니까 못 보는 거야? 하고 걱정을 하는 거네. 이런! 츤데레 같으니라고. 돈이라면 지가(많이 동생임) 더 아끼면서 누구더러 돈 걱정하느라 행동에 제약이 있느냐는 말투야~
토요글방 모임에서 얼그레이를 시키며 먼저 결제한다. 두 번째로 차를 시키면서 백수 일기를 잘 읽고 있는 회원이 빵을 산다. 모르긴 몰라도 식탐이 없어 출출하지도 않을 텐데 일부러 시키는 눈치다. 뒤늦게 합류한 백수 일기 잘 읽고 있는 회원이 본인 커피와 또' 빵'을 시킨다. 1시간 길면 1시간 반만 있을 모임에 빵빵이다. 이상하게 밥도둑 포에버도 그렇고 모임도 그렇고 내가 뭘 안 사고 안 해도 부담 없고 얻어먹어도 미안하지도 않은 게 너무 적성에 맞다.
아참 나 원래 얻어먹는 거 좋아했지.
근데 부자로 잘 먹고 잘살다 보니 그러기 좀 힘들었는데 <다시 찾은 자유>라도 되는지 자연스럽다. 먼저 숫자 부르며 일어나는 놀이처럼 빵을 내가 사야 하나 누가 사려나 눈치도 볼 필요 없다. 걍 난 안 사면 된다. 지난번 열쩡 스케치 언니에게도 커피 얻어먹었는데….
배려와 친절을 생활 속에 녹여놓고 사는 사람들과 만나니 돈 드는 곳엘 가도 백수 생활 거칠 것이 없다. 졸가리처럼 숨길 것마저 없다.
얼마나 시간이 있는지 모르겠네. 한두 번이야 사주고 이해해 주겠지만 길어지면 아무도 안 놀아주고 안 사줄 텐데. 그렇더라도 일단 지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