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지인들과 숙소를 잡아 하루 자기로 했다. 목적지는 계륵 아니 벽계야영장. 가깝고 저렴한데 좀 번거로운 일박 지다.
2시까지 도착하면 되니 전날 짐도 챙기지 않았다. 일어나서 편안하게 아침을 먹고 메모해 둔 짐을 슬렁슬렁 챙긴다. 이불도 숟가락도 없는, 허허벌판 땅 위에 빈 껍데기 바람막이용 집만 제공되는 카라반이다 보니 평소 캠핑도 여행도 자주 하지 않는 우리에게 짐이란 숟가락 하나까지 어제저녁 쓰던 것 덮던 것이다.먹던 것을싸갈 순 없는 노릇이라 막 탑마트에서 (입에) 넣을 것까지 쓸어왔다. 이민 가방이 트렁크에 넣어져서 신기해하고 있는데 뒷자리를 보니 애들이 찌그러져 있다. 아이고 미안하네. 그래도 올 때는 입에 넣은 짐이 줄어있을 테니 너희가 짐 취급받는 것도갈 때만일 거다. 조금만 참아~라고 말하고 싶은데 기분 좋은 표정이다. 그래 이 맛에 가는 거지.웬만한 불편도 불평으로 나오지 않는 게 여행의 맛!
근데 네 명이 마트에 총출동을 해버려 각자 이것? 저건? 하며 집다 보니 12만 원이나 들. 혼자 가서 조용히 사놓을 건데 괜히 기분 냈다 싶어 남편에게 투덜거려 본다.
십만 원 숙소 잡고 먹는데 십만 원이네! 쩝
나와서 몇 낀데!
점심 저녁 내일 아침과 점심까지.. 네 끼면 한 끼에 3만 원. 뭐 그럼 안 비싸네~ (집에 있는 라면에 쌀도 챙겼으니...)
그래! 싸게 먹는 거지~
차에서 흘리며 먹는 건 싫지만 배고픈 건 더 싫다. 육식공룡 첫째를 위해 목살 삼겹살 소고기 항정살까지 골고루 푸짐하게 샀으니 일찍 먹을 저녁을 위해 점심은 대충 때우기다. 가면서 먹으려 산 햄버거에 빵 마실 것까지 꺼낸다. 빵순이 둘째의 행복한 비명이 들린다.
당했네. 당했어~그래 평소에 착하게 살아야지. 당신 평소 행실이 그러니 아무도 안타까워하지를 않잖아.
빵 먹다 빵! 하고 충격 먹었다. 윽~ 이렇게 갑자기 실생활 밀착 네 가지 교육이 훅 들어오다니! 둘째 입장에서는 싹수없던 아버지를 우아하게 실감 나도록 가르쳐 각인시켰고 우리는 통쾌한 복수에 여행길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아! 여행이 이래서 교육적인 거구나~ 여행을 평소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사람들이 여행 가는 이유를 알겠다. 앞으로 살림을 조금씩 거덜 내면서 여행을 자주 가야겠다. 좁은 공간에 모여 앉아 서로를 돌아볼 기회를 위해서 말이다.
들여름달 사흘 닷날(05월03일 금요일)
*토박이말*
밑감
어떤 물건을 만드는 재료, 원료
삽화로 쓸까 싶어 슈퍼 일 하러 가는 제 복장 막 그려봅니다. 아직 어떤 느낌으로 할지 못 정했어요. 그림 더 그려야 하는데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