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재택 백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사임당 Apr 17. 2024

울지 마 (백수 일기 11)

웃다가...

눈물이 터졌다.



남편이 소파에 누워있다. 나랑 동갑인데 진작에 노안이 와서 안경도 벗어 던지고는 맨눈으로 집중이다. 전화기가 뚫어질 기세다. 마뜩잖아 뭐라고 한소리를 해줄까 기회를 보다 딸깍. 어두운 데서 눈 더 나빠질까 스탠드나 켜준다. 뭘 그렇게 보고 있는 건지 물어나 볼 심산으로 쳐다보는데 남편이 갑자기 어울리지 않는 소리를 한다.


아이고 깜짝이야. 언제 왔냐?(깜짝 놀랄 줄도 알아? 섬세한 남자 같으니라고)

눈 나빠지게 뭘 그렇게 오래 보냐!

자동차 살라고 보고 있지!

아 그래? 사라.

므어?

사라고.

ㅋㅋㅋㅋㅋㅋㅋ


벤틀리 플라잉 스퍼라도 보고 있었는가 보다.


일 때문에 든 게 아니라면 이 남자가 전화기를 보는 이유는 하나다. 자동차. 유튜브도 자동차 프로. 쇼핑몰도 자동차 판매소인 실정. 살 돈은 없어도 언제나 차를 사랑하고 원하는 남자인 남편은 마누라의 "까이꺼 사라"는 소리에 기가 차서 웃음이 터진다.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남편은 좋아하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을 잘 구분한다. 결혼 전에도 차만 보던 남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드림카를 살까 현실적으로 앉을 수도 누울 수도 있는 집을 살까.. 하다 집을(빚으로) 사게 되었고 집 있는 남자에 반해서 결혼.. 으흠.. 흠. 이게 아니고. 사랑에 눈을 떠 결혼하게 되었고 아직도 사랑하.... 살....(다 아는 얘기 넘어가~)


여하튼 차 사라는 말을 내가 해 놓고도 남편의 어이없는 웃음에 같이 빵 터져서 눈물을 흘리며 울음(울음+웃음)중이다. 평소 감정을 절제(? 누구 말씀이신지..)하며 산 세월이 길어선지 속 감정이 나올 때면 항상 눈물이 선수를 친다.

공부도 안 하고 티브이나 보는 막내가 마뜩잖았지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던 어머니. "아니 그렇게 깊은 뜻이" 하던 아재 개그 창시자. 신개념 SKY 개그를 선보이던 서경석 이윤석을 보며 "난 이런 거 봐도 하나도 안 웃기던데" 하는 말을 비난으로 알아듣고 웃음을 삼키던 버릇 때문인가. 무방비로 웃음 스위치가 켜지면 무슨 감정인지 깨닫기도 전에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혼나는 기분이라 울어야 할지 웃기니 웃어야 할지 입력 오류가 생기나 보다. 아우 참 미쳤나 봐! 웃지도 못하게 해! 고뿔에 든 것처럼 콧물도 눈물도 제어가 안 된다.

혹, 그것도 아니면 남편이 아무리 백수라도 자동차 한 대 못 사줘 미안해서 그럴까? 벤틀리 못 사줘서..?ㅋㅋㅋㅋㅋ흥. 그런 비싼 차 암만 귀해도 얼만지 관심 없다. 안 살 거니까. (못 사든가 말든가 어쨌든 안 살꺼니까)


가난해서 벤틀리도 못 사 울고(웃겨서) 있는 백수 일기 끄읕~


(근데 웃다가 좀 울지 마라!! 당황스러워! 얼굴은 또 얼마나 못생겨지는지.. 부끄럽긴 얼마나 부끄럽게....)


사진은 라이브러리 브랜드 작가님 브런치에서 퍼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남편 최애.



무지개달 열이레 삿날(04월 17일 수요일)


<토박이말>

*고뿔에 들다*

감기에 걸리다.


사진은 제 생일날 외출에서 돌아오니 아이들이 케이크를 준비한 모습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워라벨 있는 삶 (백수 일기 1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