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이 주어집니다.
" 길일이란 다른 개념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지 않기 위해 '오늘이 바로 그 일을 하기에 길일'이라고 말해 온 것입니다. 오늘 하지 않으면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지금 곧 라마 왕자의 즉위식을 거행하십시오."
그러나 왕은 말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오. 그렇다면 하루만 시간을 주시오. 내일 즉위식을 거행하겠소."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라마야나>를 읽은 사람이면 알 것이다. 왕이 '내일' 열려고 했던 라마 왕자의 즉위식은 14년이나 미뤄졌으며, 왕은 그 즉위식을 보지도 못했다. '내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자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결과였다.
(중간생략)
그 후 라마는 파란만장한 사건들을 겪은 후 14년 만에 아요디아로 돌아와 왕위에 올랐다. 단 하루를 미룸으로써 일어난 그 '파란만장한 사건들'이 대서사시 <라마야나>의 내용이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날은 다름 아닌 '바로 오늘'이라는 것을 <라마야나>의 저자는 말하고 있다. 하루를 미룸으로써 끝내하지 못한 일들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많은가.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중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로 일상을 잃거나, 가족을 잃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저의 오늘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에 소모당하며 젊음을 소비하고, 열심히 일한다는 칭찬에 현혹되어 회사를 위한 삶을 살았어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돌아보지만, 주위에서는 그런 저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추구한다고 하면서 오늘을 가벼이 여깁니다. 저 또한 칭찬과 인정욕에 매몰되어 정신적 질환을 얻어가면서 일을 했습니다. 회사의 사장님이 좋아할 만한 인생일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제가 원하는 삶은 아니었어요.
열심히 일을 하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자, 삶이 즐겁지 못하다는 불만이 하루를 덮길 시작했습니다. 즐거움이 강박이 되면 일도, 삶도 중심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다툼과 이별도.회사에서 나를 지독하게도 괴롭히는 나르시시스트들의 공격도. 사춘기 자녀들의 성장과 저항도.
모두 오늘이기에 그저 안을 뿐입니다. 모두 지나가고 보면 그 나름대로의 아련함으로 남을 것이에요.
저는 유독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고, 즐거움을 얻는 성격입니다. 새로움을 접하는 설렘을 즐기고, 배움을 두려워하지는 않아요. 너무 어렵다면 내려놓으면 될 뿐입니다.
많은 분들이 스스로 가지고 있는 기운과 감정에 솔직하여 보다 많은 즐거움으로 오늘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세상에는 온갖 재미있는 것들이 가득한 곳이에요.
단 한 권의 책으로도 오늘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더욱 병 들어가는 대한민국의 사회. 그리고 우리네 삶이 조금 더 유연해지지 않을까요?
앉아서 마주하는 땅과 시선의 높이가 같다. 연두색 땅 위에 올라온 마른 나뭇가지들은 풍파를 이겨낸 고집스러움으로 풍성한 연두 초록 이파리들을 품는다. 스스로 그러함의 자연함이 갖는 풍부한 색채는 바다가 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갖가지 이파리들의 색채를 하늘은 그냥 그렇게 내려 안고 있다.
형태를 알 수 없는 바람은 나뭇가지를 지나 모양을 만들고, 반가운 마음 감추다 이제야 너를 만나 반길라 하면 이내 너는 모습을 감춘다. 곁에서 뛰어노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던 바람은 이내 지나가는 여인네의 치맛자락으로, 분주히 땅의 향을 핥는 하얀색 멍멍이의 꼬리의 모습으로, 초록빛 속 유난히 밝은 연두색 동그란 나무의 기적 같은 모습을 보여주더니 곧 나에게 찾아온다,
가지는 좌우로 흔들림인데, 이파리들은 제각각이다. 유난히 더운 가을 낮 동안 지들도 피곤했던 모양이다. 바람은 그들을 기지개 켜게 하고 그 자연함에 속삭이는 소리는 바로 형태를 알 수 없는 바람인 가 보다.
파란 하늘 시월 아래 연두 빛 잔디, 그리고 그 위의 마지막 고색 찬란한 나무들이 엉켜 시원한 바람을, 향긋한 그들의 향을 보인다. 자연 그대로. 스스로 그러함에 취한다.
자연이 담지 못할 것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