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쓰레기통에
피터 드러커는 조직의 목적은 평범한 사람이 비범한 일을 하게 만드는 데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피터 드러커 교수님이 우리 회사를 본다면 좀 머쓱할 거 같아요. 비범한 사람이 빠른 속도로 평범해집니다. 현재를 지향하고, 새로운 것은 지양해요. 바뀌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리 보존 질량의 법칙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익숙해진 방법으로 잘 해내고 있는 업무인데, 굳이 바꿀 필요가 없어요. 그런다고 급여를 더 주지 않습니다. 괜히 동료들의 눈총을 받아요. 자리한 직책에서 언제 발령이 날지 모릅니다. 고생하시는 정치인들처럼 몇 년의 임기가 정해져 있지도 않아요. 그러니 내가 있는 동안은 변화가 있어선 안됩니다.
이런 성향은 직원 수가 많은 회사일수록 더 짙게 나타나요. 따라서 우리는 조직의 색과 모양에 맞는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조직을 이해하고 조직에 융화되기 위함이에요.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 있는 몇 직원들을 소개합니다. 우선 회사를 위해 값진 노동을 제공하고 있는 많은 선, 후배님들이 있어요. 대부분의 동료들입니다. 그리고, 작은 일부터 모든 업무를 부하직원에게 전가하는 배달의 민족 같은 파트장이 있습니다. 도대체 제대로 하는 업무가 하나쯤은 있는 건가 싶은 부서 관리자도 있어요.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프로젝트 결과물을 채가는 씬 스틸러 김과장이 있습니다. 정체성에 문제가 있어요. 배우인 줄 알아요. 황정민 배우도 아니고 숟가락 얹는 데에 귀신같은 재주가 있습니다. 김부장처럼 살지는 말아야지 하던 선배는 어느새 더 독한 김부장이 돼 있습니다.
조직은 원래 이처럼 많은 특성을 가진 동료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쉽게 변화하기 어려워요. 특히 이들 중에는 본인의 안녕과 평안을 최고의 미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구나 본인의 이익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문제는 본인의 안녕을 위해 타인을 정신적으로 소모시킨다는 것이에요.
식물이 광합성을 하듯이 사람들은 자기 합리화를 합니다. 결과는 다르죠. 식물은 빛과 물을 이용해서 유익한 포도당과 산소를 만들지만 저들은 버리지도 못할 쓰레기를 만들어요. 그 결과물들이 우리에게 피해를 줍니다. 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어리석게도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으면 안 돼요. 나만 손해입니다. 잘 피해야 해요. 브런치에도, 여러 책에도 직장인으로 성공하는 여러 자기 계발서와 좋은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주 좋은 내용들이 많아요. 그런데 은퇴하는 맞는 시점에서 젊을 때 더 열심히 일 하지 못해서 안타깝다고 하는 글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 쓰레기들을 받으면서 일할 필요는 없어요. 정작 자신은 가지고 있기 싫다고 버린 쓰레기입니다. 그걸 왜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하나요?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립시다. 남이 버린 쓰레기를 안고 아까운 오늘을 낭비하지 말기로 해요.
배민 파트장, 무능력 관리자, 신 스틸러 김과장. 그들이 행하는 각자의 정당화를 그냥 인정해야 합니다. 사람의 에고나 이데올로기는 바뀌지 않아요. 남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저 스스로가 변하는 것이 더 수월합니다. 저들을 이해하는 데 드는 노력과 시간이 아깝잖아요. 그들의 색과 모양을 인정하고, 우리 서로가 다름을 이해하는 것이 상수입니다. 조직에서 불편한 진실을 꺼낼 필요가 없습니다. 조직의 성향은 바뀌지 않아요. (물론 언어폭력, 성추행 등의 범죄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강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 지금의 김부장이 회사를 떠난다 해도 그 김부장을 보고 성장한 직원들이 점층적으로 다시 김부장이 됩니다. 개인이 변해야 해요. 방어기제를 잘 사용해야 합니다. 수비형 자기 합리화예요.
오늘의 가치를 자각한 이후로는 늘 오늘을 살 궁리를, 오늘을 재미있게 보낼 궁리를 합니다. 세상에는 아름답고, 즐겁고, 재미있으며, 가치 있는 일들이 너무 많아요. 나를 힘들게 하는 몇 가지를 제외하면 사실 내 인생에는 좋은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사람만 제외하면 이 세상은 너무 행복해요. 후회 없는 삶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우리는 후회가 남지 않도록 오늘에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우선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회사에서의 오늘부터 바꿔 보시는 건 어떨까요?
개그맨 박명수 씨가 그랬어요.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