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오늘 살기
한국전력에 다니던 O 차장님이었습니다. 저녁 회식을 마치고 4차선 도로를 건너다가 사고가 났습니다. 차와 접촉한 후 도로에 떨어지는 2차 충격에 의해 머리를 다치셨어요. 뇌출혈이 발생하여 급하게 감압술 등 수술을 시행했지만, 안타깝게도 의식을 회복하는 수준에서 치료는 더 이상 진행될 수 없었습니다. 이미 뇌가 다쳤어요. 개호환자라 부르는 상태인데, 이 상태가 되면 환자는 생존에 필요한 그 어떤 행동도 스스로 할 수가 없습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니, 혈액순환이 잘 안 되어 욕창이 올 수 있습니다. 욕창을 막기 위해 한 시간에 몇 번씩 환자의 몸을 돌려줘야 하고, 당연히 식사부터 대소변까지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요. 월 3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간병비도 간병비지만, 마음에 드는 간병인을 찾기가 쉽지 않은 탓으로 배우자 분께서 24시간을 병실에서 함께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참 희생적이시던 배우자분의 차분하고 강한 모습과 결혼을 앞두고 있던 착한 자녀 분의 의연한 웃음이 기억 한 구석에 강하게 자리합니다. 오늘 아침은 유독 눈을 깜빡이면서 의사 표현을 하신 것 같다고 좋아하시기도 했고, 어느 하루는 따님의 목소리를 듣고 의사표현을 한 것 같다며, 조용히 눈물을 떨구며 웃으시기도 하셨죠. 모두 의학적인 소견은 아니었습니다.
환자와 가족분을 뵙고 나올 때마다 마음이 먹먹해 참 안타깝다가도, O 차장님과 가족분을 면담하고 병원 밖을 나올 때마다 이상하리만큼 유독 가늘 하늘이 깊어서 이질적인 나른함을 불러일으켰던 기억이 납니다. 높고 푸른 하늘이 만드는 시원한 바람이 연신 몸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몸과 마음을 기분 좋게 어루만져줄 때였어요. 일상과 행복애 대해 정의하기 시작하던 가을이 깊은 시월이었습니다.
오늘도 기적 같은 이 하루에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일상은 기적입니다. 더 많은 이들이 오늘의 기적을 믿고, 오늘에 더욱 충실했으면 좋겠어요. 누구에게도 보장되지 않은 내일입니다.
오늘을 사는 많은 이들이 N잡과 건물주를 꿈꿉니다. 최종 목적지는 경제적 자유 또는 파이어족이겠지요. 우선 아래 설문조사를 보겠습니다.
열 명중에 여섯 명은 창업주와 건물주, 두 명은 은퇴 후의 막강한 연금을 지급하는 공무원을 이상적인 꿈으로 원하고 있네요. 현재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고 싶은 바람이겠죠. 경제적 자유를 다룬 책과 메신저 사업이 서점과 SNS를 휩쓸고 있는 지금 현상들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이번에는 다른 통계를 하나 볼게요. 직장인들 참 많네요. 취업자 수가 2천7백만 명이나 됩니다.
<역행자>, <웰씽킹>, < 부자 시리즈> 등 money work라는 키워드가 서점과 SNS를 덮고 있습니다. 현실 안주를 ‘크루지’라고 비판하며 경제적 자유를 독려해요. 자의식 해체, 능동적 자기 규제 같은 의식 변화로 스텝업합니다. 책을 관통하는 결론은 결국 경제적 자유예요. 작가의 성공을 읽다 보면 자신감이 생깁니다.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 하고 감탄해요. 참 잘 쓰인 책입니다.
트렌드의 물결로 최근 읽었던 책을 모아보니 열 권이 넘습니다. 본인의 성공담을 정리한 후 이 책을 읽으면 너도 성공할 수 있다고 모두 비슷한 결론을 담았던 책들이에요. 여기서 우리가 분명하게 체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로또 45개의 번호를 6개를 뽑는 경우의 수, 로또 복권 1매에 당첨되는 숫자, 로또 복권 1매의 판매 개수를 고려한 총경우의 수를 계산할 때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이 8백만 분의 1이라고 합니다. 8백만 분의 1.
그렇다면 2천7백만 명의 취업자 중에서 경제적 자유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그 기쁨을 누릴 수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책의 내용을 흡수한 내가 경제적 자유를 달성했다고 가정했을 때 과연 그때의 내 나이는 어떻게 될까요?
부동산과 금융상품을 제외한다면 경제적 자유를 지탱하는 money work의 기반은 상당 부분 인력입니다. 누군가의 경제적 자유를 지탱하는 기반은 바로 2천7백만 명의 직장인들이 되는 것이죠.
냉정하게 짚고 넘어갈 부분입니다. 예컨데 유시민 작가님 정도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작가라면 책을 통해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책은 곧 베스트셀러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이름이 주는 힘도 있지만, 무엇보다 책의 내용 또한 훌륭하니까요.
그러나 대개의 경우는 다릅니다. 글쓴이가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는 독자가 원하는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책을 사는 이가 있어야 읽는 이가 있을 테니까요. 현실적인 이야기죠.
많은 상업적 도서들의 목적 중 하나는 파이프라인의 구축입니다. 도서 출간을 통한 판매수익, 강연 등의 부가적인 경제 활동을 만들기 위함이죠. 기억나시나요?얼마 전에 무소유를 강조하던 주봉석씨(혜민 스님)의 풀소유 삶이 들통나 버린 일도 있었습니다.
부자아빠로 유명한 로버트 기요사키의 책을 읽다 보면 스스로를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표현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스스로를 글을 잘 쓰는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말 그대로 의미의 베스트셀러 작가. 많이 팔리는 책을 쓴 작가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목적에 맞는 글쓰기였죠.
그의 말대로 로버트 기요사키가 큰 부를 이루고, 지금의 경제적 자유를 누리게 된 시발점 또한 책의 성공입니다. 강력한 씨드머니가 투자로 이어졌죠. 전 세계의 수많은 독자들이 지금도 그의 경제적 자유를 지탱해주고 있고요.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모두가 경제적 자유를 통해 FIRE족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고개를 쳐들고 말하죠. 희망하고 꿈꾸는 것과 실현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말이에요. 그래서 경제적 자유의 달콤함으로만 포장되어 있는 많은 책들에 대한 냉정한 판단은 필요해 보입니다. 읽는 독자의 몫이죠. 판매, 파이프라인 구축을 주목적으로 쓴 책인지 아닌지는 구분해서 읽어야 합니다.
현실성에 기반한 목표와 로드맵이 없는 꿈은 희망고문일 뿐입니다.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는 방법에 대해 수백 쪽을 할애에 설명하는 책에서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세요. 언제나 주말 같은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확률은 로또 당첨과 비슷하거나 그 보다 낮습니다.
라고 결론하며 책을 매조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에요.
호사유피 인사유명이라 했습니다. 무엇인가를 꼭 남겨야 할까요? 그렇다고 해도 그것을 꼭 경제적 자유와 파이어족을 통할 필요는 없습니다.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오늘의 시간도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에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순간입니다. 경제적 자유에 대한 노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 또한 경제적 은퇴에 대한 로드맵을 그려 나가고 있어요. 안정적인 삶에 대한 잣대와 방법이 조금 다른 것뿐이죠. 박노해 작가, 류시화 작가 같은 자기 성찰의 측면으로 삶을 보내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자청, 로버트 기요사키 같은 큰 경제적 성공을 통해 삶의 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선택은 개인의 몫입니다.
우수한 연간 평가를 받고, 진급을 하고, 성과급을 받고. 업무를 인정받아 좋은 부서로 이동을 하고, 또 진급을 하고. 참 열심히 달려온 시간이었지만, 진급과 회사에서 받는 인정들로만 제 삶을 기록한다고 하니 참 억울했어요. 자아를 잃지 않고자 나름 노력하며 살아온 20대, 30대였습니다. 교통사고로 개인과 가정이 일상을 잃어버리고, 오늘을 잃어버리는 모습들을 너무 많이 봐왔어요. 그래서 노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빼고 나니 오늘의 기억으로 남는 게 별로 없더군요.
직장인의 장, 단점이 있습니다. 예컨대, 사업주가 아니기 때문에 좀 바쁘고 일도 많이 해야 하지만. 리스크나 안정 측면에서는 조금 유리한 면이 있겠죠.
시간적인 부분이든, 금전적인 부분이든. 직종과 직급, 상황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직장인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안정감이라는 장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직장인이라고 그렇게 속상해할 필요는 없어요. 다만 회사에 소속되었다는 이유로 회사의 지배 영역이 제 삶까지 침범하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회사에서의 좋은 평가와 입지만으로 스스로를 정의할 수 없는 것처럼 회사에서의 평가가 좀 나쁘다고 해서 제 인생이 잘못되어 가는 것이 아니에요.
1년에 1억 만들기. FIRE 족, money work. 경제적인 측면에 관심을 가져도 좋을 거예요. 다른 측면의 관심도 좋습니다. 한 편의 시, 재미있는 소설책, 감동적인 영화나 공연을 통해 나의 인생의 정점을 '지금 이순간'으로 만들 수도 있어요. 여러 스포츠와 취미생활 같은 것들 말이에요. 삶을 윤택하게 만듭니다. 다만 단순 1회성 보다는 조금 더 계획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더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거든요.
진급도 좋고, 보너스도 좋습니다. S 고과를 통한 오버라이딩도 좋아요. 그렇지만 12월 말일에 쓸 제 일기장에는 회사일보다는 다른 것도 좀 남겨야겠습니다. 이왕이면 내 얘기가 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꽤 많은 취미를 즐기고 있습니다. 이 전의 수동적인 직장인의 삶과는 분명 다른 하루를 살고 있어요.
집에 있는 전자피아노로 코드 연습도 좀 해볼까 싶습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취미도, 동호회에 참여해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도 참 많아요. 여행도 좋고, 운동도 좋고. 외국어 공부를 통해 더 다양한 여행도 할 수 있을 거예요. 무엇이든 좋아요.
지난 시간들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는 개인의 소중한 역사입니다. 그 시간들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은 결코 좋지 않을 거예요. 모두가 가지고 있는 스스로의 역사책에 회사 얘기만 잔뜩 있는 건 너무 싫습니다. 재미가 없어 아무도 읽지 않을 것이 분명하거든요.
경력을 거꾸로 읽으면 역경이에요. 지금껏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며 지금을 만들었습니다. 스스로의 경력을 아껴주세요. 앞으로도 펼쳐질 오늘들 속에서 수없이 많은 역경들이 남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 역경들 속의 많은 하루가 모두 내 경력이 될 겁니다.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현실의 불만과 내일의 불안이라는 촉매제는 많은 이들을 경제적 자유를 막연하게 또는 구체적으로 좇게 만듭니다. 그리고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지 못하는 초조함과 자괴감은 많은 이들이 오늘이라는 시간을 간과한 상태로 내일을 맞이하게 하죠.
언제고 내일이 보장되어 있다고 누가 자신할 수 있을까요?
하루라도 빨리 수십억, 수백억 자산가가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자산가가 아니라고 해서 경제적 자유가 불가능한 것만도 아닙니다. 시기와 규모는 제가 정합니다. 저의 상황에 맞는 내일을 계획해요. 그리고 준비합니다. 무엇보다 그것을 지탱하는 중요한 동력은 일상의 기적을 맞이하는 '오늘'입니다. 자는 오늘도 경제적 자유를 향한 노력에 앞서 오늘의 자유를 꿈꾸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실행합니다.
내 오늘의 자유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