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뇌 뚫기
세상을 태울 듯 거세게 입김을 토해내다가는, 엄청난 양의 수증기를 대지에 뱉어내기도 합니다. 더위는 그렇게 성을 부리고 나서야 물러가네요. 화가 많이 난 모양입니다.
가을을 재촉하는 9월을 참 좋아합니다. 뜨겁게 작렬하는 볕, 무섭게 쏟아져 내리는 수증기를 담은 하늘의 화를 진정시키건 다름 아닌 하얀 구름들이네요. 저 멀리 높은 곳에 자리해서 자유롭게 떠 다니며 동그랗고 길쭉하게 제 각각 모양을 만드는 것이 마치 아이들 장난감 같아요. 저는 오늘도 안녕입니다. 월요일 출근이지만 파랗고 하얀 선물로 오늘을 시작해요. 이 정도면 준수합니다.
작고 소박해서 내게는 늘 소중하고 애틋한 녀석.
통장에 흔적만 남기고 곧잘 사라지는 녀석.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저는 급여 통장입니다.
19년을 회사에서 급여를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19년이라니요. 교통사고의 중상 피해자들과 사망사고를 담당하면서 수많은 저의 오늘을 소진했지만, 그렇다고 지난 시간들이 모두 아까운 역사는 아닙니다. 유의미한 저의 하루들이었습니다.
Present 가 선물과 현재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요.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톨스토이는 세 가지 질문을 통해서 지금이라는 답을 구합니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라고 말이죠. 예전부터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러웠습니다. 이런 행복한 분들을 보통 프로라고 부르지요. 그런데 좋아했던 일이 직업이 되면 그것이 마냥 즐겁기만 하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즐기는 것과 평가를 받는 것은 다르니까요. 그러고 보면 우리가 타고나길 바라야 할 것은 재능이 아니라 노력입니다. 노력을 타고 난 사람은 무엇이든 이룰 테니까요.
학생 신분으로 손해사정사 3종대인 자격증을 취득하고 보험회사에 입사했습니다. 보상을 해야 하는 부서 특징 상 약관 해석과 법리해석을 해야 할 때가 많았는데, 좋은 선배님들 덕에 참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판례 해석과 이론 공부등은 편협된 업무를 지양할 수 있는 시각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많은 선배들을 만났는데 특히 업무 외적으로 기억나는 선배 한 명이 있어요. 재테크에 유독 관심이 많았던 선배였습니다. 그 선배와 대화를 할 때면 부동산과 주식 같은 여러 사업들에 대한 얘기가 빠지지 않았어요. 업무보다는 재테크가 우선순위에 있던 선배였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대화들의 일부를 회사 밖 현실에 조금이라도 구현했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조금은 더 유연하고 다양한 생각의 틀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요. 회사 업무에 매몰된 나머지 주변을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급여를 조금 더 현명하게 사용했으면 하는 후회가 남아요.
회사의 수익을 위해 노동자는 시간과 노력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급여를 받아요. 그 돈은 우리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꿈과 목적에 도달하는 데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많은 것을 감수하면서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예요. 현실적인 이유입니다.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의 대가로 받는 급여의 현명한 사용을 위해 우리는 단기, 장기적인 전략을 잘 세워야 해요. 돈은 내 인생을 풍족하게 하는 수단 중 하나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재테크와 투자의 방법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투자를 권유하는 것도 아니에요. 다만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일만 열심히 했다는 것은 결코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돌이켜 보니 회사의 칭찬이 내 인생을 그렇게 풍족하게 해 주진 못했더라고요.
회사에서 알려주지 않는 것들을 찾아야 합니다.
직장인들은 보통은 회사 업무에 매몰돼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평일을 힘들게 직장인으로 살았으니, 오늘을 즐기기도 해야죠. 대학생, 취준생일 때는 친구들과 소주만 마셔도 참 재미있고 즐거웠는데, 직장인이 되고 보니 소박한 술자리는 조금 지겹습니다. 소주 한 잔, 맥주 한 잔도 좋지만, 한 번쯤은 싱글몰트 위스키나 코냑을 마셔보기도 하고, 2차는 와인바도 가보고 싶어요. 예전에는 가성비 초밥집을 다녔다면 이제는 오마카세도 가봐야죠.
그런 재미도 있어야 합니다. 내일을 위한 소비도 좋지만, 오늘의 소비도 필요해요. 지금의 내가 없이는 내일의 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소비에는 포트폴리오가 있어야 해요. 의식주를 위한 정신적 사치와 행복도 중요하지만, 내일의 나를 위한 오늘의 소비가 있어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책입니다. 분야는 상관없습니다. 그냥 잘 읽히는 책을 읽으세요. 그러고 나서 준비가 된다면 조금 더 관심이 가는 분야의 책을 읽으면 됩니다. 현재 속해 있는 조직이라는 우물이 얼마나 작은 곳인지 느끼게 될 거예요. 어떤 선배도 알려주지 않는 좋은 지혜와 경험들을 책들을 통해서 얻을 수 있습니다. 운이 좋다면 이만 원이 채 안 되는 비용으로 책에서 얻은 지식과 지혜를 통해서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비로소 밖으로 나올 수 있어요. 한 사람의 일생 또는 지식을 이만 원이라는 경제화폐로 구입하는 겁니다.
한 달 동안 참 힘들게 노력해서 만난 급여라는 녀석을 어떻게 앞으로 내 편으로 만들지 생각해야 합니다. 나의 상황에 맞게 계획할 수 있어야 해요.
독서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회사는 직원이 우물 밖으로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나의 직원은 그냥 내 회사를 위해서 회사 일만 해주기를 바랍니다. 관리자들도 같은 생각이죠. 당연한 얘기지만 회사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관리자가 되질 못해요.
눈치껏 잘해야 해요. 우리가 알아서 스스로 공부해야 합니다. 얕은 지식으로 하는 투자만큼 위험한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너무 몰라서 그냥 가만히 있는 것도 옳지 않아요. 10년 전으로 돌아가서 재테크에 대한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직장인으로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입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조세 징수는 급여소득자를 통해서 합니다.
늘어나는 세금에 대해 한탄할 것이 아니라 세금과 경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안목이 필요해요. 어느 정도의 세월을 간직한 나이가 되었을 때 내 오늘을 조금 더 능동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안목 말입니다.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재테크의 인사이트나 부의 축적에 관한 컨틀롤은 하나의 파편이에요. 우리가 살고 있는 하루라는 것이 얼마나 편협된 세상이겠어요? 넓게 생각하고,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공감하고, 100년전 사고하던 지식인의 이야기도 들어봅니다. 저는 오늘밖에 없지만, 글 속에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있어요.
혹시 모르죠? 어쩌면 내일을 먼저 살아볼 수도 있을 거란 기대. 저는 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