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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 Oct 30. 2023

어차피 시간은 지나갑니다

2 day - 너 너무 신중해


허영만 선생님이 관상 만화 <꼴> 연재를 요청받았을 때, 관상 공부가 얼마나 걸릴지 물어봤다. 적어도 3년이라는 말에 마음을 접으려고 할 때 전문가가 한 말.

"공부를 하든 안 하든 3년은 지나갑니다."

이승희 <별게 다 영감> 중에서


2023년 가을이 깊다. 엄마가 좋아하시는 가수 이용 님의 '시월의 마지막 밤을~~' 가사가 현실이다. 이쯤 되면 참 신기하다. 늘 신기하다. 연초에 지인들과 덕담을 주고받고, 새해 다짐을 하며 한 해를 기대했는데, 이제 남은 건 고작 두 달뿐이다. 2023년이 저물어 간다.


허영만 선생님의 만화 <꼴>을 참 재미있게 봤다. 웃고 즐기는 것도, 앎을 넓히는 것도 모두가 글과 그림책의 한 목적이라고 한다면 <꼴>은 이 두 가지 목적을 모두 잡은 작품이다. 그의 작품을 보거나, 읽을 때면 늘 그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취재의 질과 양에 대한 욕심과 작품의 완성에 대한 작가의 기준을 감히 가늠할 수 없다. <식객>, <타짜>, <미스터 Q> 등 어느 작품 하나 예외 없이 모두 각 주제에서 대가를 이룬 듯한 느낌이다.


그런 그에게도 관상 공부는 너무 범위가 넓었던 모양이다. 전문가의 조언_너무나 당연해서 헛웃음마저 나오는_이 없었다면 <꼴>이라는 작품은 아예 시작이 되지도 않을 수도 있었던 거다.


숨 막히는 하얀 담배 연기의 답답함 , 오르지 못할 듯 거대한 산의 초입을 마주한 막연함이 앞을 막을 수도 있다. 그래서 주저하고, 다음을 기약하고. 그리고는 가슴 한 구석에 묻어둔 채 잊힌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무엇인가 머리에, 마음에 담아둔 것이 있다면 한번 시작해 볼 일이다. 어차피 신중한 생각의 이면에는 이 핑계, 저 핑계로 안 되는 이유들만 자리한다. 내게 필요한 건 돈 키호테의 이상향과 무모함이다. 현실의 신중함은 조금 덜어내도 좋겠다.



ps. 365개의 새로 생각을 적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새로 오늘 365>라는 메거진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마음이 앞서니 글 쓰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시작과 함께 어려움이 찾아옵니다. 답답함과 막연함이 유독 강한 오늘, 돈 키호테에게 힘을 얻습니다. 글을 쓰든 안 쓰든 어차피 3년은 지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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