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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 Nov 17. 2023

유치원 선생님

13 day - 보육교사님 힘내세요

보상 부서에서 근무를 하면서 정말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을 만났다. 대기업의 CEO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직업군을 만났던 거 같다. 정치인, 연예인, 종교인, 프로 운동선수, 파일럿, 교사, 공무원, 건달, 사기꾼, 양아치, 노숙자, 격투기선수, 변호사, 의사, 각 종 감정사 그리고 수많은 월급쟁이와 자영업자들.


그중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이 무엇이냐.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고연봉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나의 대답은 늘 한결같다.


주부.


할 일이 너무 많다. 강한 체력과 끈기, 헌신을 필요로 하는 의식주를 시작으로, 아이들의 선생님도 돼야 하고, 상담이 필요한 구성원이 있는 경우에는 신경정신과 주치의 역할도 해야 한다. 설상가상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과 남편을 상대로는 파이터(?)가 되기도 한다.


사실 주부라는 직업을 높게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육아 때문이다.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주부 직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그게 남자건 여자건-이 육아의 대부분을 맡게 된다. 신체와 정신적인 성장을 돕기 위해 행하는 그들의 헌신은 경이롭다. 그들의 눈물겨운 노력과 헌신으로 아이는 정서와 감성을 갖춘 사회적 인간으로 성장한다.


국가는 아이들의 보육 비용을 지원한다. 낮 시간만큼은 육아에서 잠시 쉴 틈이 생겼다. 아이들을 보육해 줄 선생님이 계시니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 있다. 갓  돌이 지난 아이들을 엄마가 아닌 보육 교사에게 맡기게 된다. 밤잠을 설치고,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해가 뜨기만을 바라면서 길고 긴 밤을 보낸 주부들에게 3~4시간의 개인시간은 꿈과 같은 시간이다. 말도, 의사표현도 제대로 못 하는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는 것이 조금은 걱정되지만, 밀린 집안일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국가 자격을 가지고 있는 보육교사가 우리 아이를 사랑으로 대해 줄 것이리라 믿고 아이와는 잠시만 안녕을 택한다.


대개의 주부가 그렇듯이,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강한 체력과 끈기 그리고 사랑을 무장으로 어리고 작은 아이들을 잘 보살펴 주신다.


그런데 간혹 문제가 발생한다.


일부의 몰상식한 부모들의 갑질이 그 신성한 보육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일부의 몰상식한 보육교사들은 아이들을 학대한다.


자신의 아이에게 베풀 인내심은 없으면서 제삼자인 어린이 집 선생님에게는 끝없는 인내심을 요구하는 자들이 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정서를 만들어 줘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은 부모다. 선생님이 아니다. 그 사실을 회피하는 일부의 몰상식한 부모들이 선을 넘는 갑질을 하면서 신성한 보육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다. 선생님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동폭력으로 경찰에 신고해 버리면 그만이니, 팩트는 뒷전이다.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수년을 아이들과 동거동락한 선생님이지만, 아동폭력 신고만으로도 그는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반면에 강한 노동에 지친 나머지 의사표현 능력이 부족한 아이를 방치하고, 폭행하는 자가 있다. 가끔 언론에 공개되는 CCTV를 보면 정말 경악을 금치 못할 때가 있다. 악마의 모습이 저런 모습일까.


교사가 가져야 할 덕목과 그들의 직업적 책임감을 따지기에 앞서, 보육교사란 한 인간이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만나는 최초의 선생님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보여주는 표정과 웃음, 언어의 온도, 규칙을 대하는 행동들을 보는 즉시 그대로 흡수한다. 태어나 처음으로 받게 되는 교육이다. 보육 교사가 아이들을 사랑으로, 책임감으로 지켜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지금 대한민국 보육 교사의 복지와 급여 수준은 가정과 사회가 보육교사에게 바라는 기대 값에 한없이 부족하다. 지금의 급여 수준으로 그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일이다. 그들의 경제적 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 제도의 개선을 통해 그들에게 외적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책임감과 사명감만을 논할 것이 아니라, 교사 수준의 급여와 복지라는 동기부여를 제공해야 한다.


미취학 아동이 받아야 할 교육은 학생들이 받는 교육의 중요성과 비교해 결코 부족함이 없다. 부모와 함께하는 노력으로 아이들의 정서적 근육이 만들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잔혹 범죄들을 줄이는 시발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모든 보육교사님들 힘내세요. 너무도 귀한 일을 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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