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day-멘탈 부여잡기
포기하고 무대에서 사라지면 다시는 무대에 설 기회를 얻을 수 없다. 이기려고 애쓰지 마라. 버티는 데 집중해라. 버티면 힘이 붙는다. 힘이 붙으면 이긴다.
여기서 포기할 것인가? 를 대신해 '여기서 어떻게 더 버틸 것인가?를 생각하라.
그것이 현명한 사람의 선택이다.
보토 섀퍼 <멘탈의 연금술> 중에서
연초에 처음으로 '퇴사'를 생각했다. 기대를 위한 퇴사가 아닌 도피를 위한 퇴사였다. 그동안 중첩됐던 무게들이 한꺼번에 어깨를 눌러왔다. 더는 버티기 싫었다. 꽤나 지독하게 몇 달을 번아웃에 힘들어했는데. 얼마 전과 달리 지금 상황은 신기할 정도로 마음이 평온하다.
브런치에는 퇴사에 대한 글들이 참 많다. 진정으로 나는 그들이 부럽다. 퇴사가 핑크빛 미래를 보장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더디고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하고자 하는 의지에 힘을 싣는 그들의 용단이 부럽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하루는 더 이상 회사에 의해 소모되는 시간은 아닐 테니.
우선 나는 버티는 것을 선택했다. 회사가 만들어주는 평일 시간의 직책과 급여에서 자유로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지금의 틀을 선택한 대가로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번아웃과 포기라는 단어가 떠오를 수도 있다. 직장인뿐만 아닌 동시대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삶이 그렇듯이.
수많은 어려움을 버티면서 살아가고 있다. 하루, 한 주, 한 달을 보내고 한 해를 보내면서 "또 이렇게 버티고 한 해를 넘기는구나."라고 생각한다. 이 순간만 버티면 내일은 조금 더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다. 순간을 보내고, 하루를 보내며 내일을 맞이한다.
유독 어려움이 있는 하루일 수 있지만 그 어려움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사실 생각해 보면 좋은 일들이 꽤 많은 하루다. 어려움이나 불편에 맞서 대항하지 않고 그 존재의 당연함을 인정하고 나면, 비로소 그 자체로 감사한 본연의 모습이 나타난다.
많이 힘든 날일지라도 사실 생각해 보면 좋은 일들이 꽤 많은 하루다. 오늘따라 1600원짜리 커피의 향이 참 좋다. 커피 한잔에 웃음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