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day 헤어질 결심
브런치를 시작하고 나서 아무래도 생각이라는 활동에 시간을 더 할애하게 된다. 여러 작가님의 다양한 생각과 삶의 모습을 만나기 때문이다. 브런치를 하면서 얻게 되는 장점이다. 나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게 된다. 좋은 글을 읽고 좋은 생각을 하면서 그것들을 행동으로 옮기려고 한다.
컨디션이 조금 떨어지는 날이면 생각하고 다짐했던 마음가짐이 현실 속에 묻히기 일쑤지만 유지하고 싶은 루틴이 생긴 것은 고무적이다. 글을 읽고, 나누는 것이 참 즐겁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프로그램에 나왔던 대사다.
"성적 잘 받으려면? 공부해."
"살 빼려면? 운동해."
"대화하려면? 노력해."
"원래 방법은 뻔해. 해내는 게 어렵지."
맞아. 방법은 다 알고 있다.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방법은 뻔하다. 안 해서 그렇지. 내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합리적 핑계들이 문제다.
유리멘털에 강박이 되는 것이 싫어 연재를 택하지 않고 나와의 약속을 선택했다. 한 주에 세 번쯤은 글을 올리고 싶다. 발행일은 월, 수, 금으로 정한다. 첫 글을 시작으로 열여덟 번의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는데 그 다짐을 훼방 놓는 녀석이 하나 있다. 늦은 밤의 여운이나, 이른 새벽의 고요를 뺏는 녀석. 나에게 답은 뻔하다.
술.
술을 참 좋아한다. 술을 마시기 위해 운동을 한다고 우스개 말을 하곤 하는데, 어느 정도는 진심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못 마시는 술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어느 종류의 술도 거리낌이 없다. 다 각자의 향과 맛이 있어 모두 좋다. 좋은 술은 음식의 풍미를 올리고, 함께 하는 자리의 즐거움이 더한다. 술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니 이 녀석을 멀리할 수가 없다. 지피지기 하고 싶은 마음에 공부까지 하게 됐다. 이제는 싱글몰트와 블렌디드위스키, 버번과 코냑, 럼과 데낄라를 구분해서 즐긴다. 여행지에 가서는 꼭 지역의 전통주를 즐긴다.
그런데 이 주락(酒樂)이 조금 불편한 건 해독하는데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에너지가 필요하다. 다음 날 아침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주락을 위해 희생되는 시간이 이제는 좀 아깝다. 사실 남들 눈에는 그냥 매일같이 술을 마시는 사람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주락(酒樂)에 대한 논리는 지극히 주관적일 뿐이니까.
참 오랫동안 사귄 벗인데. 이제는 빈도를 좀 줄이려고 한다. 헤어질 결심을 할 때인가 보다. 술을 마시지 않은 다음 날의 아침이 좋다. 기적 같은 하루를 시작하기 위한 아침 시간이 필요하다. 이른 새벽이나 아침의 고요함이 좋다. 아침을 즐길 방법은 알고 있다. 방법은 뻔하다. 안 해서 그렇지.
브런치에서 금주와 남의 험담을 안 하는 것을 죽을 각오로 하셨다고 적은 글장이 작가님의 글을 본 적이 있다. 모두 최근 노력 중인 것인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심중으로 글을 쓰셨는지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 참 좋아하는 주락인데, 헤어질 자신은 없고 아침은 더 가까이하고 싶고...
휴. 고민이네. 한 주에 세 번만 마셔볼까..
사진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