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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 Dec 21. 2023

나도 베르테르처럼

24 day 눈앞의 현재를 있는 그대로 즐기고 싶다네

괴테의 작 중에서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특히 좋아한다. 아름다운 문체와 묘사, 현실에 대한 비판 등의 여러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세대를 관통하는 인문학에 대한 깊이와 통찰력에 늘 감탄한다. 250년 전 베르테르는 공간과 시간을 뛰어 넘어서 지금 이 시대에도 살고 있다. 사람의 본능과 존재에 대한 고민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는 모양이다.


"과거는 과거대로 흘려보내고 나는 눈앞의 현재를 있는 그대로 즐기고 싶다네. 인간이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처럼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해서 불행한 과거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대신 현재를 굳세게 참고 견디어 나간다면 인간의 고통은 훨씬 줄어들 걸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중에서, 리베르 출판사


나는 굳이.

현재에 대한 고통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 같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스스로를 흔든다. 발생하지 않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스스로를 괴롭힌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스스로를 흔든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는 순간 걱정과 불안은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내린다.


나를 흔드는 것은 나 자신이다.


괴테의 말처럼 사람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건지도 모르겠다. 인내하고 견디는 것보다는 풍부한 상상력을 통해서 불안해하도록 만들어 진건지도 모르겠다.


250년 전에 찾은 번뇌에 대한 답은 여전하다. 노력을 해도 참 어려운 것이 긍정의 자세다. 노력과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다.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글을 써보면서 작심하지만 아직 긍정의 능력은 요원하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스스로를 과대포장하는 것도 문제지만, 깨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것도 문제다.


풍부한 상상력은 불행한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는 데에 쓸 것이 아니다.

기분 좋은 생각을 많이 해봐야겠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 그대로를 바라봐야겠다. 눈앞의 현재를 있는 그대로를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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