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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 Dec 12. 2023

12.12

23 day <서울의 봄> 봄

히어로를 참 좋아한다. 1위는 슈퍼맨. 2위는 아이언맨. 배트맨과 스파이더맨이 그다음이다. 적수가 없을 정도의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슈퍼맨을 특히 좋아한다. 어린 나에게 슈퍼맨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속옷을 밖으로 꺼내 입던 그의 스타일은 별로지만, 그가 착해서 좋았다. 지구를 지켜서라기 보단, 사람들을 잘 도와줘서 좋았다.


늘 해피엔딩을 기대한다. 부조리와 불합리, 비리가 덮고 있는 세상에서 더욱 많은 해피엔딩이 나타나기를 기도한다. 최소한 영화의 결말은 모조리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너무 뻔해서 극적인 전개와 반전이 떨어진 결말이라고 욕을 조금 먹더라도, 영화는 모두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아픈 사람은 모두 병이 낫기를, 안타까운 이별이었지만 종래에는 재회를 하길, 나쁜 놈들은 골탕을 먹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런 면에서 영화 <서울의 봄>은 별로였다. 이미 장르가 되어버린 정우성 씨의 고요한 호수 같은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개념배우 김의성 씨의 무능력하고 야비한 역할 몰입 또한 대단했다. 1987년을 기억하는 안내상 씨의 연기는 반전이었다. 현실에서 전두환 타도를 외치던 그가 극 중에서는 전두광에 의지하고 있었다. 김성수 감독의 노련한 연출과 전개에 녹아있는 많은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훌륭한 영화였다.


그런데 별로였다. 현실에서는 실패했지만, 전두환이 영화에서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길 바랐다. 그리고 조용히 사형대로 끌려가는 모습을 기대했다. 악마를 대하는 자세에서 김성수 감독의 잔혹함을, 정의로운 영화적 상상을 기대했다. 현실에서의 이기적인 죽음을 소급시킬 수 있기를 바랐다.


성공한 쿠데타는 혁명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쿠데타는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권을 장악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혁명은 기존의 사회 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지지와 동의가 필요하다. 전두환의 쿠데타는 신군부와 하나회라는 사조직의 무력을 동원하여 정권을 장악했기 때문에,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살인마의 광기로 제시한 사회 체제는 제2의 독재였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희생됐다. 12월 그의 광기 어린 총검은 5개월이 지나고는 광주를 향했다.


영화 <서울의 봄>은 정치를 다룬 영화가 아니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다룬 역사영화다. 과거를 상기하고, 잊지 말라고 소리치는 영화다. 역사는 반복될 수 있으니, 잊으면 안 된다고 가르치는 영화다. 지금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많은 피의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경건하게 두 손을 모으게 하는 영화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역사를 배우고 이를 참고해야 한다. 역사를 단순히 반복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교훈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영화 종료의 흐릿한 실제 사진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그들의 권력이 작금의 시대와 오마주 되며 영화의 씁쓸함이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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