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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열정? 보기 나름

마음먹기 달린 거야...

by Singular Han 싱귤러한

잠을 자야 하는데 잠에 빠질 수가 없어요.

잠을 자야 하는 것은 의무이고,

잠들 수 없는 것은 내 의지입니다.


의무가 의지를 꺾으려고 해도

이 넘의 초강력 고집은 무엇으로도 꺾이지가 않네요.


결국엔 이불을 털고 일어났습니다.

새벽 3시.


그리고는 붓을 들었지요.

아무 생각 없이 짠 물감의 색은 빨강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막 칠했어요.

물론 아무 생각 없이요.


전 가끔 이럽니다.

미친 듯이

마음이 가는 대로,

미친 듯이.

빨간색으로 캔버스를 칠하고 나니

내가 화가 난 것인가

아니면

내가 열정적이었던가.


사실 잠을 못 드는 데는 이유가 있잖아요.

오만가지 생각들이 정렬이 안된 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이 보이지 않으니 말이죠.


잠에 못 드는 것에 대해 화가 난 것인지,

오만가지 생각들에 화가 난 것인지,

그것들이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승화를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어요.


미친 듯이 빨간색으로 칠하고 보니,

그 안에 무엇으로 채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갈색 물감으로 명암을 넣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것은

붉은 장미가 되었습니다.


나의 분노가

혹은

나의 열정이

아름다운 장미로

태어났습니다.


내 감정이 어떤 것이든 간에

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를 보겠죠.


그리고

그것이 분노였을지,

아니면

열정이었을지

아니면

다른 감정이었을지

제가 전달하고 싶었던 것과 전연 다른 감정을 가질 수도 있겠죠.

다들 다른 시각으로 보기 나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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