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에서 유를 창조하긴 어려워, 테마파크 디자인도 마찬가지
어느 디자인 분야나 마찬가지이겠지만 테마파크 기획, 디자인 분야에서도 특히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힘든 일이지 않나 싶다. 이번에 말하려고 하는 카테고리는 라이드나 어트랙션 그 자체의 디자인을 다루기보다는 테마파크의 얼굴이 되는 파사드 디자인들을 몇 가지 소개해 드리려 한다. 테마파크 마니아라면 다들 아실 듯 한, 다른 유명 테마파크 파사드가 연상되는 '우리나라'의 테마파크 파사드 디자인 말이다.
완전히 비슷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에버랜드 글로벌 페어의 끄트머리에 있는 오리엔탈 레스토랑은 마치 디즈니 매직 킹덤(Magic Kingdom)의 뷔페 레스토랑인 크리스탈 팰리스(Crystal Palace) 레스토랑을 연상케 한다.
두 디자인의 공통점은 바로 고풍스러운 유리온실 돔 형태의 따뜻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준다는 것입니다. 바로 영국 만국 박람회 때 처음 소개된 유리 온실 건축물인 수정궁에서 그 영감을 받은 것인데, 크리스탈 팰리스 같은 경우 빅토리안풍의 유리 온실을 재현한 디자인이다.
아무튼 디테일적인 부분에서는 크리스탈 팰리스가 더 아름답지만, 에버랜드의 오리엔탈 레스토랑도 그에 못지 않은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에버랜드의 아메리칸 어드벤처 구역 안에 위치한 락스빌은 록큰롤이 성행하던 1950년대 미국의 한 마을에 당대 최고의 스타 엘비스 프레슬리가 방문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 테마 구역이다. BTS가 뮤직 비디오도 이곳에서 찍은 적이 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레스토랑 건물이 있는데 락스빌의 유일한 식당 스타라이트 드라이브 인이 바로 그것.
이곳은 1950년대 당시 미국에서 성행하던 자동차를 활용한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 레스토랑을 그대로 재현해 낸 것인데 마치 플로리다와 오사카의 유니버설스튜디오에 위치한 멜스 드라이브 인(Mel’s Drive-in)을 연상케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미국 스타일의 레트로한 다이너의 분위기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저는 이 파사드 디자인 에버랜드에 있는 거 개인적으로 너무 좋다고 생각. 게다가 현재 입점매장이 KFC인 것으로 알고 있다.
경주월드의 다이빙 코스터 드라켄의 입구 파사드는 채도를 제외하고 디즈니 매직 킹덤(Magic Kingdom)의 헌티드 멘션(The Haunted Mansion) 어트랙션의 파사드 디자인과 정말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
999마리의 유령이 산다는 대저택 헌티드 멘션(매직 킹덤 버전)은 고풍스럽고 좁고 긴 유리창이 특징한 더치 고딕 양식으로 디자인되었다.
각 어트랙션의 테마가 극과 극일수도 있으나, 드라켄의 경우 드라켄이라는 용이 사는 성이나 제단의 컨셉일 테니, 고딕 스타일과는 굉장히 잘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괜찮은 레퍼런스라는 생각이 든다.
벤치마킹의 유무를 떠나 솔직히 지방 파크에서 이런 높은 퀄리티로 뽑아낸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 심지어 드라켄에는 용 조형물까지 설치되어 있으니..
서울랜드의 상징 지구별과 디즈니월드 엡콧(EPCOT)의 상징인 스페이스쉽 어스(Spaceship Earth)는 규모를 제외하고 거의 같은 조형물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신기한 점은 이 두 조형물은 디자인적 요소 뿐만 아니라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인데, 이 둘은 단순히 미적인 상징물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랜드 지구별은 돔 안에 내부 극장이 설치되어 있으며, 엡콧의 스페이스쉽 어스는 돔 안에 인류의 소통을 주제로 한 거대한 옴니무버(Ominimover) 다크라이드가 설치되어 있다는 흥미로운 공통점.
또한 서울랜드 지구별 앞에는 전 세계 여러 나라를 테마로 한 ‘세계의 광장’이, 엡콧의 스페이스쉽 어스 앞에는 전 세계 여러 나라를 파빌리온으로 재현한 ‘월드 쇼케이스’가 조성되어 있다는 공통점도..!
참고로 엡콧은 1982년, 서울랜드은 서울 올림픽에 맞추어 1988년에 개장하였다.
우리나라 말고도 세계 유수의 테마파크들도 마찬가지이다. 디즈니랜드의 상징인 잠자는 숲속의 공주 성은 독일 노이슈반슈타인 성에서 그 영감을 얻었고 빅 선더 마운틴과 스플래쉬 마운틴 역시 디즈니랜드 근처 넛츠 베리 팜(Knott’s Berry Farm) 파크의 어트랙션에서 그 영감을 얻었으며,
디즈니랜드 파리의 캐슬은 유럽인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몽생 미셸 언덕에 영감을 받아 몽환적인 느낌을 표현했다.(사실 디즈니랜드 자체도 프랑스의 건축물들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디즈니월드의 경우 근처 유니버설 스튜디오 플로리다(Universal Studios Florida)에 대응하기 위해 비슷한 스튜디오형 테마 파크인 디즈니 할리우드 스튜디오(Disney’s Hollywood Studios)를 기획하여 오픈하기도 하였다. 어트랙션 단위가 아닌 테마파크 그 자체를 본 따 만든 것이다.
처음에도 언급하였지만 디자인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