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선을 타고 피터 팬과 함께 런던 하늘을 날아 네버랜드로
디즈니랜드와 테마파크가 과연 무엇인지, 잘 대변해주는 어트랙션이자 나 역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어트랙션, 피터 팬즈 플라이트(Peter Pan's Flight), 피터 팬의 하늘 여행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포스터 아트나 입구 파사드 디자인으로 유추해 보았을 때 피터팬과 함께 하늘을 날 수 있는 어트랙션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다 함께 피터 팬과 함께 런던 하늘을 날아 네버랜드로 떠나보자.
1955년 디즈니랜드 첫 개장부터 함께 했던 오리지널 어트랙션이기도 한 피터 팬즈 플라이트는 우리가 흔히 아는 1953년 개봉한 디즈니 버전의 피터팬 애니메이션 영화를 배경으로 한다. 월트 디즈니의 지시로 영화가 개봉한지 단 2년만에 디즈니랜드에 재현된 어트랙션이며 영화에 등장하는 해적선을 타고 피터 팬과 함께 아름다운 밤하늘을 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적지 않은 세월이 지나며 현재까지 꽤 많은 리뉴얼을 거듭하기도 했지만 그 오리지널 감성과 기본적인 이야기 구성은 전혀 변한 것이 없다.
첫 개장 당시 단순한 회전 놀이기구에 익숙했던 대부분의 게스트들은 이게 대체 뭘까라는 반응을 보이며 갸우뚱했다고 한다. 하지만 하늘을 나는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월트의 의지는 해적선 모양의 비클을 천장에 레일을 달아 움직이게 하는 파격적인 기술을 재현하며 어트랙션을 찾는 손님들을 피터팬의 마법으로 하여금 놀라게 하며 지금까지 디즈니랜드의 클래식 인기 어트랙션으로 자리잡게 하고 있다. 할아버지 세대부터 손자 세대까지 모두 말이다.
_애너하임 오리지널 디즈니랜드의 피터 팬즈 플라이트 입구 파사드
1983년 판타지랜드 리뉴얼에 따라 같이 리뉴얼되었으며 알프스의 전원마을 같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전 세계 매직 킹덤 스타일 파크 6곳 중 홍콩 디즈니랜드를 제외한 모든 디즈니랜드 파크인 애너하임, 매직킹덤, 도쿄, 파리, 상하이 디즈니랜드 이렇게 총 5곳의 파크에 피터 팬즈 플라이트가 설치되어 있다. 각자 입구 파사드나 스테이션의 형태와 벽화 디자인, 비클의 크기, 씬의 장면 등의 차이는 있지만 런던 하늘을 날아 네버랜드로 떠난다는 기본적인 틀은 모두 동일하다.
_플로리다 매직 킹덤의 피터 팬즈 플라이트 입구 파사드
오리지널 판타지랜드 감성을 담은, 중세 풍의 축제 같은 느낌이다.
_도쿄 디즈니랜드의 피터 팬즈 플라이트 입구 파사드
매직 킹덤을 본따 만들어진 디즈니랜드여서 그런지 매직 킹덤 버전의 파사드와 유사한 모습.
_디즈니랜드 파리의 피터 팬즈 플라이트 입구 파사드
좀 더 구체적인 컨셉과 디테일한 구성으로 만들어진 디즈니랜드 파리다운 모습.
_상하이 디즈니랜드의 피터 팬즈 플라이트 입구 파사드
높은 채도와 몽환적인 느낌으로 디자인된 입구 파사드.
입구로 들어가면 반 야외 공간에 마련된 스테이션의 모습이 보인다. 줄줄이 늘어진 해적선 비클이 게스트들을 맞이한다. 오리지널 애너하임 디즈니랜드 다음으로 만들어진 매직 킹덤 버전의 피터 팬즈 플라이트 부터는 로드/언로드 구간에 흔히 현재도 디즈니 테마파크 다크라이드 어트랙션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옴니무(Omnimover) 시스템이 도입되어 현재까지 이르고 있으며 원활한 게스트들의 승하차가 가능하게끔 하고 있다.
디즈니랜드 파리 버전을 살펴보자면 기존의 2인승이었던 회전율을 위해 4인승으로 만들어졌으며 디테일한 벽화가 눈을 사로잡는다. 굴뚝에서 연기도 피어오르는 모습도 볼 수 있고 말이다.
상하이 디즈니랜드 버전 역시 4인승의 좌석과 더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업그레이드 된 비클이 선보여졌다. 그리고 스테이션의 모습이 피터 팬과 친구들의 모습이 아닌 런던 근교에 있는 공원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 원근법 세트로 재현되었다. 개구리 소리와 벌레 소리가 울려퍼지는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피터 팬즈 플라이트의 스테이션은 또 다른 오리지널 감성을 자극한다.
자, 이제 스테이션과 해적선의 모습까지 살펴봤으니, 본격적으로 하늘을 날아 볼까?
해적선이 출발하면 피터 팬의 실루엣과 함께 웬디의 방의 모습이 펼쳐진다. 벌써 웬디와 그녀의 동생 마이클, 존 달링은 팅커벨의 픽시더스트를 받고 벌써 몸이 공중에 떠 있는 모습.
그리고 힘차게 울려퍼지는 피터 팬의 대사.
"Come on, everybody! Here we go!"
드디어 해적선을 타고 웬디의 방 창문을 통해 달빛을 지나 인위적 원근법으로 재현된 런던의 밤하늘을 드디어 날고 있다. 손잡이는 거들 뿐, 두 팔을 벌려 마음껏 런던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면 된다. 런던의 명소들인 빅벤과 타워브리지, 세인트 폴 성당, 템즈 강의 모습들이 보인다.
런던 하늘을 이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해적선은 피터 팬의 고향, 네버랜드로 입성하게 된다. 로스트 보이즈 캠프라 불리는 화산을 중심으로 스컬 락과 인디언 마을 등이 있는, 영원히 죽지 않는 세상인 네버랜드의 모습.
이윽고 또 다른 네버랜드의 터줏대감인 후크 선장의 해적선의 모습이 보인다. 결국 후크 선장과 미스터 스미를 비롯한 해적선 일당에게 잡힌 피터 팬 일행. 48피트 높이의 해적선에서는 피터팬으로 인해 틱톡 악어에게 팔 한쪽을 잃은 후크 선장과 그에 맞서 웬디와 친구들을 구하려는 피터 팬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후크 선장을 잡아먹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틱톡 악어까지.
과연 피터팬 일행은 후크 선장의 공격을 피해 네버랜드를 빠져나와 무사히 런던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궁금하다면 직접 피터 팬과 함께 네버랜드로 떠나면 된다.
비록 세월이 많이 흘러 오디오 애니매트로닉스(Audio-Animatronics)의 움직임이 미흡하거나 미니어쳐 티가 많이 나는 런던 시가지의 모습이 그저 뻔하고 재미 없게 느껴지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피터 팬즈 플라이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피터 팬에 등장하는 세트나 애니매트로닉스 때문이 아니다. 그 이유는 바로 바로 생전 월트 디즈니를 비롯한 이매지니어(Imagineer)들의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테마파크라는 개념이 전무하던 시절 레일을 천장에 설치하고 바닥에 런던 시가지 세트를 설치했던 그들의 고민과 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의 성의가 없었다면 절대 탄생하지 않을 어트랙션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글을 마무리하며, 피터 팬즈 플라이트를 타는 모든 게스트들이, 해적선을 타는 순간 만큼은 모두가 진짜 피터 팬이 되었으면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