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8년 차 6급 공무원이었던 저의 꿈은 어느새인가부터 '의원면직'이었습니다.
'인사발령(의원면직) 공지가 올라오고, 그 공지를 클릭하면 내 이름이 적혀있는 공문이 뜨는 것'
수십 번도 더 상상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은 2024년 현실이 되었습니다.
ㅇㅇㅇㅇ과
행정주사 ㅇㅇㅇ
원에 의하여 그 직을 면함.
'애처로움', 가엾고 불쌍하여 슬픈 느낌
그동안 공노비였던 제 자신을 보면서 느껴왔던 감정을 모두 섞으면 나오는 색깔과 같은 표현입니다. 이 애처로움이 저에게 '의원면직'이라는 꿈을 꾸게 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저 꿈이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가슴속에 누구나 사직서를 품고 있는 것처럼 그저 하루하루 욕하면서 버텨가는 공노비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어느 순간 문득 '이대로 살 수 없다.'라는 생각이 강해졌고, 자연스럽게 바로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마음은 계속 그 길을 걸어 나갔나 봅니다.
"연민은 절대로 외면하지 못하게 만드는 감정이다."
'사랑의 이해'라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대사입니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대사였지만 뇌리에 강하게 박혔습니다. 사람에 대한 가엾음과 연민은 그 사람을 외면할 수 없게 만들고, 그 사람을 어떻게든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을 만들어냅니다. 그만큼 이 감정은 강렬하고, 그 사람을 위해서 움직이게 만듭니다. 어느 순간부터 저는 공노비인 제 자신이 너무나도 초라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저를 스스로 돕고 싶었고, 그래서 의원면직을 결심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애처로움’은 비단 한 명의 자연인인, 제 자신에 대한 감정만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공무원 조직 자체에 대한 것이었고, 그 안에서 적응하여 살아가는 공노비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공노비에 대한, 이 외면할 수 없는 '애처로움'이라는 감정을 담아 글을 쓰고자 합니다.
단순히 '공노비는 불쌍하다', '답이 없으니 늦기 전에 퇴사하자'와 같은 생각을 불러일으키기는 싫습니다. '공노비에 대한 '애처로움'의 근원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바꿔나 갈 수 있을지'와 같은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해 보고 싶습니다. 공무원 의원면직이라는 것이 '지옥으로부터의 탈출'과 같은 자랑이 아닌, 그저 개인의 미래를 위한 선택으로 비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시작하겠습니다.
'애처로운 공노비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