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건강검진은 다 이런거죠?

[마음을 돌보는 시간]

by 신지 온

단지 하루 쉬는 날이라고 좋아했던 30대와는 다르게

40대의 건강검진은 그 전날 저녁부터 비장하다.

하루 전 간단하게 치킨 2조각 양배추샐러드로 저녁을 먹고

12시간 공복을 유지한 채 아침 일찍 검진센터를 찾았다.


초음파를 제외하고는 모든 검진이 일사천리로 끝났다.

작년부터 혈압이 높게 나와서 이건 아닌데 싶은 마음에

바쁜 의사선생님을 붙잡고 주저리주저리 말이 길어진다.


“제가 생활 습관이 좋거든요~

술, 담배 안 하고 일찍 자고 많이 자고

맵고 짠 것 안 먹고 야식 안 먹고 많이 걷고요~ 근데 왜 그럴까요?”

한껏 억울한 표정과 말투로 토로하니 “가족력이 있으신가요?” 묻는다.

“네~” 뭐 들어보나마나 답은 정해져 있다.


아무리 관리하고 노력해도 가족력이란 건 무섭다.

내 뱃속에서 나온 우리 아이들을 보면 신기하다.

결국 저 몸이 내 안에서 나왔으니 원래는 나와 한 몸이었던 것 아닌가...

그러니 가족력이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도

노력해도 소용없어..라는 결과지를 보면 꽤 씁쓸한 마음이 든다.


20230424_200649.jpg 누가 봐도 똑닮..

살다 보니 유전이 아닌 것이 없다.

우울증도 유전이라던데 하물며 몸에서 오는 질병은 말할 것도 없다.

애초부터 내가 선택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니 내려놓자~하면서도

속상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심하지는 않으니 이대로 유지하기만 하면 되요~”

내 마음을 읽었는지 아직은 걱정할 것 없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한번 믿어보기로 한다.


그로부터 며칠 뒤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1년에 한 번씩 하는 심리상담이 있었다.

손가락에 골무 같은 것을 끼고 자율신경계 검사부터 스트레스와 혈관 나이까지 측정하는데

할 말이 많을 법한 결과와는 다르게

나의 바른 생활 습관을 들은 선생님은 차분하게 질문을 이어갔다.

분명 무언가 있을거다 생각하면서..아마도..


“아침은 뭐 드세요?”

“샐러드, 삶은 계란, 고구마, 과일이요~”

“물은 많이 드시죠?“ ”1리터 이상은 마시는 것 같아요~"

“마그네슘 드시나요?” “당연하죠~오메가3도요~”

“운동은요?” “매일 걷고 뛰고 가끔 등산도 가요~”

“잠은 얼마나 주무세요?” “9시간은 자요~”

진심 이 대목에서 선생님은 대단하다는 듯 빵 터지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대화가 무색하게

혈관 나이가 내 나이보다 많게 나왔고

선생님은 할 말을 잊으신 듯했다.


나는 이미 건강검진에서 뒤통수를 세게 맞은 터라

“나이죠 뭐~ 유전도 있겠고~”라며 덤덤한 표정으로 오히려 선생님을 안심(?)시켰다.

40분간의 상담이 끝나고 선생님은 “안 드실 것 같은데 견과류와 단백질바는 드세요~”하며

곱게 포장한 간식을 선물로 주셨다.


괜찮아요 선생님...선생님은 최선을 다하셨어요.

이렇게 해도 안 되는 건 안되더라구요.

혈관 나이의 원인이 결국은 무가당 요플레가 아니겠냐는 다소 아리송한 결론을 내리고

다음에는 올리브유를 뿌려 먹겠다는 애매한 답변을 끝으로

우리의 상담은 아름답게(?) 마무리되었다.


내가 젤 좋아하는 요플레와 견과류..


그래서 건강검진의 결과는요???


2주 전에 받은 마흔 둘, 건강검진의 결과는 처참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하게 훑어주는 직장검진 덕분에

결과서는 거의 책 한 권이 되어서 도착했는데

정상이 대부분이었던 지난날과 다르게

첫 장을 넘기기가 무섭게 경과 관찰이 후두둑 쏟아졌다.



하나씩 페이지를 넘겨 가며 제발 큰 질병만 아니기를 바라면서 꼼꼼하게 정독해갔지만

생활습관이 바른 것과는 별개로 내 몸은 빠르게 늙어가고 있었고

그 증거로 안 보이던 각종 결절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우선 경과 관찰은 좀 더 지켜보기로 하고

작년부터 빨간불이 들어왔던 유방쪽은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다행히 꽤 유명한 병원에 유명한 의사쌤의 예약이 바로 잡혀서

그나마 한시름 놓을 수가 있었다.


음.....잠깐 고민했다.

이놈의 몸뚱아리...그냥 삐뚤어질까 하고..

그러나 난 다시 한번 마음을 움켜쥐었다.

분명 나의 바른 습관 덕분에 이 정도에서 끝난것이라 확신하면서...


그래...이미 충분히 잘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