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열 없는 엄마, 속 편한 아들

[함께 살아가는 시간]

by 신지 온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한 아들이 간식으로 오렌지를 찾는다.

난 오렌지를 하나하나 까서 하트 모양으로 접시에 예쁘게 담는다.

포크와 함께 방으로 가져다 주니 하트 오렌지를 본 아들이

고개를 살짝 저으면서 피식 웃는다.

공부하는 아들도 아니고 열정적으로 게임하는 아들,

더 열심히 키보드 두드리라고 하트 오렌지까지 내주고 있는 엄마라니...


난 어깨를 살짝 토닥이며 한 마디 한다.

"파이팅 하자!!" 말해놓고도 웃기다.

뭘 파이팅 하자는 건지...


교육열 따위는 애초에 없다.

사춘기 중학생에게 자유를 준 대가로 난 나의 자유도 얻었다.

공부랑 담쌓은 아들을 보고도 전혀 화가 나지 않으며

어쩌다 숙제하느라 밤늦게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아들을 보면

우리 아들 쓰러지는 거 아니야~하며 농담 한마디 건넬 줄 아는 여유도 있다.


얼마 전, 아들 책상 위를 청소하다가

무언가 새까맣게 적혀 있는 쪽지가

눈에 띄어 펼쳐보니 예전에 많이 보던 깜지이다.

낙서인가 싶어 슬쩍 보니 A4용지 가득 빽빽하게 무언가 적혀 있다.

집 가고 싶다... 집 가고 싶다... 집 가고 싶다...


이 정도면 진심이다.


풋~ 웃음이 절로 나왔다.

오죽 공부가 하기 싫었으면...듣기로는 매일 잠만 잔다던데...

그나저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묘하게 기분이 좋다.

“집 나가고 싶다”가 아니라 “집 가고 싶다”가 아닌가...


밖에서 하루 종일 긴장 속에 보내다가

집에서만큼은 몸과 마음이 편안하길 바랬던 엄마의 마음이

아들에게 정확히 전달된 것 같다.

......는 나의 생각이고

학교 사물함에 넣어둔 베개 베고 잘 정도면 바깥세상도 꽤 편안한 것 같다.


이러려고 집에 오고 싶은 거니..


중학생 아들에게 아침 인사로 "잘 다녀와~사랑해"라고 말하는 엄마...

"응~" 하며 자연스럽게 받아주는 아들...


사춘기 아들과의 삶에서 공부가 빠지니

그런 훈훈한 분위기가 아직(?)은 유지되고 있는 우리 집이다.


꼴등 엄마가 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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