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돌보는 시간]
오늘 나는 마음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
늘 평온한 마음을 달라고 기도하거늘, 오늘만큼은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프린트 토너가 센터에 재고가 없다는 이유로 30분 넘게 나를 힘들게 했던 고객은
전국에 거의 없는 토너를 겨우 겨우 부탁해서 챙겨놨더니
오자마자 30% 남았는데 왜 출력이 안 되냐며
30% 안되니 30% 할인을 해 달라는 억지를 부렸다.
서비스업을 하면서 이런 일을 한 두 번 겪은 것도 아니건만
유독 오늘, 내 앞에서 큰 소리를 내던 그 고객의 태도는
쉽게 넘길 수가 없었다.
마스크라도 쓰고 있었으면 보이지 않는 욕이라도 실컷 했을 텐데
하필 맨얼굴이라 속 시원히 말도 못 하고
그저 입술 안쪽만 잘근잘근 씹어댈 뿐이었다.
어찌어찌 고객은 돌려보냈지만
난 일하면서 이토록 화가 난 적은 처음이라
동료들 앞에서 사이x, 또라x 소리까지 해 가며
마음에서만 맴돌던 소리를 입 밖으로 내뱉고야 말았다.
집에 오는 길,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나 자신을 돌아보니 너무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화가 날 법한 상황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내 민낯을 드러내 감정을 쏟아낸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똑 부러지는 40대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철딱서니 없어 보이지는 않아야 할 텐데
오늘의 나는 20대 시절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주변에 40대들은 다들 어른스럽고 차분해 보이던데
나는 왜 아직도 이렇게 어리숙한 걸까...
어째서 아직도 그런 사소한 감정 하나를 조절하지 못해서
모두 쏟아내고야 마는 걸까...
생각할수록 속상하기만 하다.
차 안에서 내내 곱씹으며 내가 내린 결론은 그것이었다.
40대가 되었다고 사람 성격이 한순간에 변할 리도 없고
그런 상황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기란 더더욱 쉽지 않을 터
그저 입을 꾹 다무는 것이 당장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이다.
화난 감정을 억지로 누르려 애쓰지도 말고
괜히 성숙한 어른이 되려고 몸부림치지도 말고
그저 입을 꾹 다무는 것!!
그 조용한 행동이 나를, 내 마음을 지키는 일이라고 믿기로 했다.
심. 란.
그야말로 마음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하루였다.
그나마 내일이 휴일이라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진정한 마음의 소리는 내일 만나는 친구한테나 실컷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