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돌보는 시간]
밤새 잠을 설쳤다.
그 원인은 내 앞에서 이게 다 무슨 일이냐는 듯 졸린 눈을 간신히 뜨고 있는 딸아이 때문이다.
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을 뜨기가 무섭게 아홉 살 아이 앞에서 지긋지긋하다는 말까지 꺼내버렸다.
한 마디를 더 보탰지만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허리는 뻐근하고 어깨는 잔뜩 경직되었으며 몸은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딸의 잠버릇은 참 희한하다.
발끝에 온 힘을 실어 옆에 자고 있는 사람의 허리며 허벅지를 마구 쑤셔댄다.
"아이 발 힘이 세 봤자지..." 라는 사람은 겪어보지 못해서 하는 말이다.
두꺼운 매트 안에 있는 콩 한 알로 인해 잠을 못 이루는 동화가 있는데
이건 발 하나가 살 밑으로 바로 파고 들어오니 도통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만하라며 달래도 보고 발을 밀어내도 보고
미안하지만 찰싹 소리가 나게 때린 적도 있다.
맞다, 꼬집은 적도 몇 번 있었던가....
그래도 소용없다.
열 번, 스무 번을 밀어내도 그때뿐이다.
10분쯤 지나면 또다시 살금살금 발끝이 파고든다.
그렇게 밤새 20센티도 안 되는 아이의 발과 씨름하다 보면
퀭한 눈으로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오늘, 결국 내 안의 분노가 터지고 만 것이다.
문제는 이다음이었다.
여기에서 끝났으면 아주 잠깐의 해프닝으로 넘겼을 테지만
다시 아이를 끌어안고 살을 비비며 평온한 아침을 맞이했을 테지만
오늘은 달랐다.
한 번 차오른 기분 나쁜 감정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고
씩씩대는 발걸음으로 거실에 나와
집안이 꺼질 듯한 한숨을 몇 번이나 내쉬었다.
"엄마~아침 밥 뭐야?"
기운차게 나왔다가 엄마의 어두운 얼굴을 본 아들은 슬며시 방으로 들어갔고
이제는 나조차도 이유를 알 수 없는 한숨이 점점 더 짙어졌다.
급기야는 휴지통 안에 있는 쓰레기를 봉투에 옮겨 담으려다
내용물을 전부 다 바닥에 쏟는 참사가 일어났고
나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심정으로 더욱더 씩~씩~대고 있었다.
결국엔 아들이 나왔다.
"엄마~힘들면 나를 부르지~왜 한숨을 쉬고 있어? 옆에 있는 사람 불편하게~"
아~그토록 애 앞에서 한숨 쉬지 말자고 다짐했건만
난 아들한테 차마 부끄러워 고개도 들지 못하고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만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엄마??"
모든 걸 조용히 지켜보던 딸아이가 내 뒤로 다가왔다.
"미워~~ 너 미우니까 저리 가~~"
난 또 한 번 딸아이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말았다.
아들은 결국 아침밥도 먹지 못한 채 등교를 했고
딸아이는 잔뜩 주눅이 든 채 방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등교 시간이 되어서야 조용히 문을 열고 나가는 딸아이의 뒷모습을,
나는 거실 창가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분명 평범한 아침이었고 늘 반복되는 보통의 하루였다.
그 평온한 일상을 깨트린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을 맞았을 아이들은
엄마의 감정조절 실패로 하루의 시작을 망쳐버렸다.
나는 멈출 수가 없었고 왜 계속 화가 나는지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
나의 구겨진 감정을 그야말로 휴지통처럼 아이들에게 쏟아냈다.
영문도 모른 채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버린 아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얼마 전, 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아들 얼굴이 떠오른다.
말하지 않았을 뿐 그동안 많이 불편했던 거겠지...
아이들은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데
나는 점점 아이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어른,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나의 불편함을 그대로 쏟아내는 어른,
오늘 아침의 나는 그런 어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