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돌보는 시간]
젠장...
하루 종일 나의 신경을 날카롭게 했던 그 직원은 마지막까지도 그러했다.
"00프로님~이거 이렇게 하면 안돼요!! 정말 큰 일 날 수 있어요!!"
하대하는 말투.. 찌푸린 미간... 잔뜩 날 선 표정까지...
이미 끝났어야 할 회사 일이 퇴근 후에도 계속 나를 따라왔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임을, 경험을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늘 하던 대로 의식적으로 머릿속을 리셋하려 했다.
하지만 "내일 뵐게요~" 하고 돌아서는 그 순간,
씩씩대며 나를 불러 세우고는
날카롭게 말을 던지고 돌아서는 모습이 끝내 지워지지가 않는다.
집에 오는 내내
'지금부터는 프로가 아닌 그냥 나, 주부로.. 아내로.. 엄마로.. 돌아갈 시간이야'
해도... 역시나 계속 생각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회사 일은 깔끔하게 잊자'
해도... 역시나 계속 떠오른다.
유독 나에게만 날을 세우는 그 직원 때문에
요즘 회사 생활이 버겁다.
뭐가 그렇게 맘에 안 드는지 말 한마디 한 마디가 날카롭고
혹여나 내가 실수라도 하면 쿵쾅대는 발걸음으로 씩씩대며 다가온다.
그렇다고 내가 신입이냐... 이 바닥 10년 차다.
일을 못해서 그러냐.... 나이가 나이인지라
예전보다 빠릿빠릿하지는 않으니 뭐 그럴 수는 있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4살이나 어린 직원한테
시도 때도 없이 욕을 먹을 정도로 앞가림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런 성격의 소유자라고
어차피 회사에서만 볼 사람이니 크게 신경 쓰지 말자고 넘기기엔
요즘 나의 신체적인 반응이 심상치가 않다.
어느덧 40대 중반의 나이인지라
수시로 심장이 두근대며 콕콕 쑤시는 것이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이렇게 몸으로 오기는 처음이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한참을 털어놓았다.
결론은 딱히 없었다. 언니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저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함께 욕해주었을 뿐...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편안해졌다.
"나는 이런 일이 있었어~" 하고 비슷한 경험담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다.
앞으로 10년은 더 이곳에서 일해야 한다.
좋든 싫든 그 동료와도 함께일 것이다.
크고 작은 일은 앞으로도 반복될 테고
그때마다 오늘 같은 순간도 다시 찾아올 것이다.
나를 싫어하는 동료가 더 늘어날 수도 있고
비난의 수위가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가늘고 길게 회사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다시 세워본다.
오직 대기업 복지만 생각하자!!
상여금!! 연말 보너스!! 퇴직 연금만 생각하자!!
아이들 대학 등록금, 의료비 지원만 생각하자!!
아~1년에 한 번씩 꼼꼼하게 봐주는 건강검진도 생각하자!!
그리고 내가 일해야만 하는 이유.. 가족을 떠올린다.
이제 열 살, 앞으로 10년은 더 키워야 할 딸아이를 위해!!
이제부터 공부 좀 해 보겠다는 중3 아들을 위해!!
급여가 밀린 지 3개월, 낼모레 관두겠다는 신랑을 위해!!
전의를 불태우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떠나면 다시는 볼 일 없는 사람으로 인해 이 모든 것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