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nkiN Nov 29. 2024

층간소음 못 참겠어요

가끔씩 조금 뛰는 아이들

 2022년 1월 팬데믹이 아직 기승을 부릴 때 여자친구와 결혼을 약속했습니다. 그러고 제가 살고 있던 전세 투룸 빌라에서 같이 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부동산이 최고점에서 소강상태였었고 아파트 전세를 들어가느냐 지금 집에서 계속 사느냐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역전세 이야기가 솔솔 나오던 시기였고 고심하던 차

그냥 분양권을 사버렸습니다. 완전 꼭지는 아니었습니다. 한 팔꿈치정도에 산 거 같네요.


 2023년 결혼을 하고 2024년 올해 꿈에 그리던 신혼집에 입성했습니다. 준공승인이 나고 거의 5일 만에 입주했습니다. 초기에는 입주민이 없어서 지하 주차장도 전용 주차장 마냥 썼습니다. 안락한 집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로부터 한 3개월 뒤일까요. 불청객이 찾아왔습니다.


 한가한 주말 아침 불현듯 위에서 '쿵쿵쿵' 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무슨 난리인가 해서 올라가 봤더니 입주 전에 집을 보러 오신 부부였습니다. 아랫집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마음껏 뛰라고 했다고 하는데 그때 생각은 하나밖에 안 들었습니다.

 '아... 큰일 났다.'

 그러고 내려오니 소음은 있지만 참을만한 정도였고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러고 그다음 주였던가요. 할머니께서 내려오셨습니다. 윗집에 이사 왔다고. 알고 보니 그 부부는 부모님의 집을 점검하러 왔던 것이었습니다.


 빵과 과일을 가지고 내려오셨는데 솔직히 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손주, 손녀들이 아직 어려서 '가끔씩' 놀러 오면 소음이 '조금'날 수도 있으니 이해 좀 해달라고 말씀하십니다. 최대한 상냥하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그다음 날 별도의 선물을 준비해서 위층에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말씀하시는 가끔씩은 어느 정도였을까요. 하루가 멀다 하고 오전, 오후 수시로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밤 10시가 넘어가도 아이가 뛰는 소리는 여전합니다. 참다못해 윗집이 이사를 오고 두 달 만에 인터폰을 했습니다.

 "선생님, 죄송하지만 시간이 늦었는데 너무 층간소음이 심합니다. 배려 좀 부탁드립니다."

 최대한 공손하게 말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참 힘이 빠집니다.

 "예~ 이제 갈 거예요~."

 사과는 일언반구도 없습니다. 이제 갈 건데 왜 지금 전화하냐라는 식입니다. 제가 너무 예민한 걸까요.


 그러고 세 달 뒤 명절 마지막 날에 사건이 터집니다. 우리는 추석 뒤의 연휴가 없어서 추석 당일 저녁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난리가 났습니다. 윗집이 있는지 없는지 신경도 안 쓰고 축제입니다. 몇 명이 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꼬박 만 하루를 참고 다음날 저녁에 다시 인터폰을 했습니다.

 "선생님, 아무리 명절이라지만 아래 집 배려 좀 부탁드립니다. 어제부터 계속 고통스럽습니다."

 아들인 것 같은 사람이 대답을 합니다.

 "저희 다 매트 깔았어요! 와서 보실래요?"

 순간 할 말을 잃었습니다. 순간 발끈한 와이프가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소란스럽게 하고 사과 한마디도 없어요?!"

 언쟁이 오가고 통화가 끊어졌습니다. 그러고 나서 현관문이 쾅쾅 울립니다.

 "나와서 올라가 보세요!! 매트 다 깔았는데 뭐 더 이상 어떻게 하라고요!!"

 저도 이성을 잃고 나가서 언성을 높였습니다. 그러고 위층에 올라가서 매트를 확인하는데 헛웃음이 났습니다. 조각매트를 엉성하게 깔아놨습니다. 매트 반, 그냥 바닥 반정도 보입니다. 그러고 잔뜩 겁을 먹은 아이들 다섯이 보이네요. 참... 아이들한테 무엇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내려와서 이야기가 한참 이어졌습니다. 위에서 애들한테 다시 뛰어보라고 하는데 애들이 뛰겠습니까.

 누나가 뛰어보라고 하는 거 보니 온 가족이 다 모였나 봅니다. '콩콩' 소리가 들리네요.

 "지금 이 정도 가지고 그러시는 거예요?"

 하길래 또 열이 올라옵니다. 헛웃음을 치면서 대답했습니다.

 "이 정도면 전화하지도 않았어요. 원래 하던 대로 하세요."

 지금 이 상황에서 하던 대로 뛰는 사람이 있을까요? 있던 소리도 안 나게 할 판인데 눈 가리고 아웅 하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러고는 이어 망발을 쏟아냅니다. 애들이 순간적으로 뛰면 막을 수 없다. 저녁 10시 넘어서 뛰면 그때 보통 전화하지 누가 8시에 그렇게 전화를 하냐. 에티켓이 너무 없는 거 아니냐. 아이가 없어서 이해를 못 하는 것이다. 하나도 공감을 할 수 없는 말만 늘어댑니다. 


 상식적으로 5명이 놀이터처럼 뛰는데 온전히 다 깔려있는 매트도 아니거니와 통제도 안 되는 아이들이 매트 안에서만 얌전히 놀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안 듣는 것은 당연합니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방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나가서 놀고 오던지 하루종일 운동장처럼 집을 쓰면 아랫집은 어떻게 하냐고 하니 이 더운데 어디서 노냐고 합니다. 키즈카페 가면 돈 줄 거냐고 합니다.


 졌습니다. 제가 졌습니다. 강적을 만났습니다. 왜 층간소음으로 인한 뉴스가 나오는지 알겠습니다. 더 이상 이야기도 안 통할뿐더러 오히려 보복을 당할까 두렵습니다. 한국 아파트에 살면서 너무 안일한 각오로 임했습니다. 다음번에 갈아타기를 하게 된다면 저는 무조건 탑층으로 가겠습니다. 구축이든 신축이든 엘리베이터가 없어도 무조건 탑층에서 살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비밀입니다만, 위층 식구 모두가 두 발에 망치를 하나씩 달고 있습니다. 제가 봤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