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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nkiN Nov 23. 2024

탁구, 영업하러 왔습니다. 2

생활체육 그 자체

안녕하세요 선생님. 또 뵙네요. 탁구에 대해 궁금증이 좀 생기셨나요? 아... 생각보다 별로일 것 같다고요? 그럴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똑딱치는 정도로는 활동량도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고 그렇죠? 성인 둘이서 누으면 가득 차는 테이블에서 열심히 쳐봤자죠. 하지만 어느정도 실력이 올라오거나 선생님께서 레슨을 받으신다면! 그런 생각은 쏙 들어갈거에요. 생각보다 너무 힘들거든요.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 재밌게 치다보면 땀으로 샤워하게 될겁니다.


이제 나머지 장점들에 대해서 말씀드려도 될까요?

아 괜찮습니다. 저는 시간 많습니다. 듣기만 하세요. 듣기만


3. 연속성


ⓐ 부상위험이 작다.

 물론 이것도 상대적이긴 합니다만, 몸으로 부딛히지 않으니까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시작하신다면 부상없이 꾸준히 즐기실 수 있습니다. '비교적 젊은 나이'가 몇 살이냐고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출근을 하니 회사 동료가 깁스를 했네요. 풋살하다가 다쳤다고 합니다. 탁구는 그럴 일이 없는데 말이죠. 다친김에 영업좀 했는데 도망가네요. 탁구는 말입니다. 부상당하면 전향하는 스포츠기도 합니다. 특히 축구하다가 십자인대 망가지면 오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 평생 스포츠

 ⓐ와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피지컬이 뛰어나지 않아도 구력과 감각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탁구장에 한 분씩은 계실건데, 정말 도사같이 치시는 어르신들 계십니다. 구력 30년차 되는 분들. 어디로 치는지 알고 거기에 라켓을 대고 계십니다. 힘으로 뚫으려고 해봐도 안 뚫립니다. 이런걸 보면, 육체적으로 뛰어나지 않아도 충분히 젊은 사람들과 어울릴 있는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탁구를 치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취미활동을 알아볼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입니다. 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가 더 이상 나를 찾지 않을 때 이어서 할 수 있는 취미활동이 무엇이 있을까? 라고 생각했을 때 탁구라고 생각했습니다. 아 물론 자녀있는 유부남 형님들 몰래몰래 잘 나오십니다.


ⓒ 유망주

 저도 이제 직장인이 된지 어연 10년이 넘었고 중간쯤의 위치에 있지만 탁구장에서는 아직 한참 막내입니다. 

탁구장에서는 아버지뻘이신 분들하고 편하게 형,동생하면서 운동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지금 탁구에 입문하시면 선생님도 유망주십니다. 우리가 어디가서 유망주 대우 받으며 운동하겠습니까?        


4. 인프라


ⓐ 지역 대회

 사실 이 부분은 다른 스포츠는 잘 모르겠습니다. 생활체육 인프라가 탁구만큼 잘 갖추어진 스포츠가 있을까요? 선출도 참여하고 아마추어들과 경기합니다. 게임하는 것도 가까이서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있는 지역에서 남자 기준으로 생활체육 등급은 총 7단계 등급이 있습니다. 부수라고 하는데요, 1부 ~ 7부까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보통 7부는 초심자이며 탁구장 회원 대부분이 6부입니다. 5부정도 된다면 어느 구장에 가더라도 재밌게 치고 올 정도는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오신 같은 부수끼리도 실력차이가 꽤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매년 3~4번의 지역대회를 통해서 승급을 하게 되는데 토너먼트를 올라가서 우승을 거머쥐며 승급을 하는 그 희열을 느껴 보신다면 탁구에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실 겁니다.


ⓑ 사설 리그전

 주중, 주말에 탁구장에서 사설 리그전을 합니다. 물론 상금도 있습니다. 참가비는 1만원하는 곳 부터 3만원까지 다양합니다. 참가비가 비싸면 상금도 비쌉니다. 그런데 상금타기가 쉽지 않습니다. 높은 부수 분들도 참가하시니까요. 물론 상금을 목표로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보통은 즐기러 오십니다. 식사를 주는 곳도 있구요. 다과도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소정의 참가비만 내면 준비된 다과를 먹거나 식사를 하면서 반나절동안 실컷 게임을 하고 운이 좋으면 상금까지 탈 수 있습니다. 이만한 비용으로 반나절의 효율을 이렇게 뽑아 낼 수 있는 스포츠가 있나요? 마음만 먹는다면 일주일 내내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단, 녹초가 된 몸도 같이 따라옵니다.


ⓒ 전국오픈, 디비젼 리그

 전국오픈은 유튜브에 나오는 그런 상당한 실력자들이 주로 나옵니다. 오픈대회에서 7부는 초심자가 아닙니다. 여기에 참가하시는 분들은 정말 탁구에 미친 사람들 많습니다. 엄청난 열정이죠. 전국 각지를 다니면서 탁구를 치다니요. 상금도 센 편입니다. 하지만 전국 오픈, 디비젼은 제가 참가를 잘 하지 않아서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입문하시고 나면 자연스레 알 게 되실거니까요.


 이정도로만 말씀드릴까요? 오늘도 선생님은 바쁘실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구력이 얼마나 되냐고요? 저는 대략 6년정도 됩니다. 탁구판에서 구력 6년이면 아주 햇병아립니다. 명함도 못 내밉니다. 그리고 장점만 설명하면 좀 균형이 안 맞으니까요. 단점도 짧게만 말씀드릴께요. 잠깐이면 됩니다.


5. 단점


ⓐ 진입장벽

 탁구라는 스포츠가 처음에는 별 재미가 없습니다.  탁구를 제대로 치려면 기본기가 중요하거든요. 기본기 연습만 하다보면 금방 실증이 날 수도 있어요. 그 때를 잘 넘기셔야 합니다. 저도 입문했을 때 관장님이 그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딱 1년만 참고 다녀봐라. 1년만 넘기면 탁구장 나오지 말라고 해도 나올거다." 네. 그 말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정말 재밌고 매력있는 스포츠입니다.


ⓑ 회전

 미끈미끈한 하우스 라켓으로 넘기기에 초점을 맞춘 탁구를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탁구는 당구와 비슷합니다. 회전의 예술입니다. 탁구장에서 운동을 해보고자 입부의향으로 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자신이 군대 탁구대회에서 우승하고 대대장 포상을 받았다. 교회에서 내가 1짱이다.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오셨다가 서비스 받아보고는 십중팔구 어리둥절합니다. 공이 왜 튀지? 왜 가라앉아버리지? 하다가 멘탈이 나가는 겁니다. 탁구공은 구기종목 중 제일 작고 가벼운 공을 씁니다. 그 공을 고무판을 이용해서 회전을 주는거죠. 궤도가 상당합니다. 이 서비스를 받는게 게임의 시작인데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어렵습니다. 물론 천부적인 감각을 지니신 분들도 있긴 한데, 저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탁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피지컬로 안되는 부분을 이런 회전을 통해서 뇌지컬적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회전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 평균 연령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 선생님, 지금 입문하시면 유망주 대우를 받으면서 탁구를 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본다면 평균 연령이 높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탁구라는 스포츠는 구력이 쌓일수록 재밌는 스포츠인 것은 분명합니다. 실력이 늘기 전의 인고의 시간이 스며들어가면서 서서히 중독현상을 일으키죠.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긴 했지만 정 안내키신다면 어쩔 수 없죠.

그래도 한번 시도라도 해보면 어떨까요? 그냥 근처 탁구장 가서 살짝만 찍어 먹어보는 겁니다. 왼발은 문턱에 걸쳐두고요. 분명 선생님의 일상에 활력소가 될 겁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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