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에 실려 밀려오는 생동감!!!

햇볕은 대지에 수채화를 그리고

by Sinkmunt

따사로운 햇살, 어디에선가 다가오는 묘한 생동감

사월의 봄은 연분홍에 노랗고 하얀 색상을 번갈아

써가며 대지에 수채화를 그리고 있었다. 진달래는

어느새 수줍은 꽃잎을 접고 잎새를 피웠고 절정을

지난 벚꽃이 포근한 바람에 꽃잎을 흩뿌리며 지나

는 이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봄은 언제나 싱그런

유혹으로 다가왔었다.

천등산 자락 임도(林道)는 산 넘고 물 건너는 때가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오늘도 경우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귀향해한 것이라고는 인터넷을

신청하고 일 년 반이나 세워 놓은 스쿠터 배터리를

바꾼 게 전부였다. 금단 현상에 다시 담배를 찾듯

그는 지난 한 달을 도시를 오르내리며 지내왔었다.


투투투~ 벅찬 숨소리를 내며 차 한 대 겨우 다닐 수

있는 콘크리트 산길을 스쿠터가 경우를 싣고는

힘겹게 올랐다. 한때 전국을 일주하며 부드럽게만

달리던 스쿠터도 길기만 했던 동면에 여기저기에

서 삐그덕 소리가 들려왔다. 호젓하다 못해 은근

슬쩍 괜한 쓸쓸함마저 바람에 묻어 옷깃 사이로 스며들었다. 스쿠터만 길고 기나긴 겨울잠에 빠져

있었던 게 아니었었다.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 는 폴 부르제의 한마디가 요즘따라 경우의

귓가에 맴돌았다. 엄격히 말해서 생각하는 대로만

살아가는 그들이 얼마나 될까?


사는 대로 생각도 하다가 생각대로 살아가기도 하는 게 보통 그들이었다. 오랜 시간을 생각대로

지내왔었기에 한동안 기꺼이 사는 대로 생각해도

괜찮을 거라 경우는 믿고 싶었다.


가파른 고갯길을 올라 탁 트인 산 마루에 멈췄다.

연분홍 산벚꽃 저 아래로 시냇물은 유유히 흐르고

저만치 텅 빈 기찻길엔 희미하게 열차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평화롭다 못해 고즈넉

한 풍경에 경우는 담배를 꺼냈다. 십수 년 전부터

경우가 늘 찾던 낭떠러지 위 작은 바위는 그만의

소소한 전망대였었다.

덜컹덜컹~ 끼익, 고개를 넘고 산자락을 내려오는

길에 오히려 스쿠터는 괴성을 지른다. 힘겹게만

오를 때는 브레이크 잡을 일도 거의 없는데 정작

속도를 줄일 때 요란했다. 늦추고 멈추는 순간이

언제나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낯설어했다.


꽃만 피고 지는 게 아니었다. 제이는 들국화처럼

다가왔다 벚꽃 휘날리 듯 그를 떠나갔었다.

경우도 그녀에게 벚꽃 같은 미소로 손을 내밀었다

눈꽃 부서지듯 차갑게 멀어진 적이 있었다.

언젠가부터 인연이 꽃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이후 그는 말라버린 장미 꽃잎에 젖지 않았다.


다소 무감각하게 사는 게 편리해 보이지만 정작

감성 동맥 경화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시냇물이

자주 고요히 흐르다 여울목에선 아우성치며 나아

가며 스스로를 정화하듯 적당한 감정의 기복은

오히려 삶에 활력을 주기도 한다. 불면증 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불감증이었다.

꽃이 피던지 지던지 인연이 다가오던지 떠나던지 꿋꿋하게만 보이는 '던지族'이 늘어만 가고 있다.

제이도 수니도 경우도 지니도 아들러의 인생 3대

과제라는 `사랑과 교우관계와 일`에 파 묻혀 살다

자기도 모르게 퇴화되어 버린 눈물샘을 발견하게

되지는 않을까?

가끔쓰던 일기장에서 글을 퍼온다. 그립고 그런 시절도 있었기에 오늘도 내일도 살아낼 수 있다. 꼭 정신 승리가 아니더래도 자신에 대한 애정이 있을때 봄빛은 더 따사롭기만 하다.

따사로운 햇살, 어디선가 다가오는 묘한 생동감이

사월의 대지에 매혹스런 수채화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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