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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GA PEOPLE Dec 24. 2018

선아

잊은게 아니라 잊은척 하며 산다.

아주 오랜만에 잠들지 못하는 밤이다. 바쁘고 정신없는 일들 투성이다보니- 컴퓨터 앞에 앉아 지지리 궁상이나 떨고 있을 시간도 없었는데.. 오늘은 좀 한적한 편이다. 요 근래 오랜만에 다시 수련을 시작했다. 안쓰던 몸을 요리조리 쓰고나서 나약해질 때는 꼭 감기 몸살이 함께 오더라.. 상태가 안좋아서 오늘은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다. 자다 깨다가를 무수히 반복하며.. 많이도 잤다.. 역시나 밤이 되니 잠이 오질 않고! 약간 코막힘 증상이 있어서 누워있으면 답답하기도 하다.

할일들을 정리하고 또 정리했다. 다음주 스케쥴을 확인하며 해야 할 일들을 계속 정리하다보니.. 계속해서 같은 내용만 기록하기를 몇시간 째,  좀 더 생상적인 활동을 하고자 다른 할일을 찾아보았다. 여유가 있을 때 할 일들.. 급하게 진행시킬 오늘 내일의 일들이 아닌 일들을 떠올리며 사진집에 대한 계획, 요가원의 장기 계획, 글과 그림 등을 생각했다.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들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아직도 2008년에 머물러 있던 사진정리를 이어서 다시 시작하는게 현재 나의 집중력에도 더 좋을 것 같았다.

2008.08.12_선아

나 스스로가 대체적으로 어떻다거나, 나는 좀 이런사람이다- 라고 단정짓긴 어려우나 때때로 나는 나를 따르는 여자동생들이 생겨나곤 한다. 선아는 대학시절 내가 4학년 때 1학년으로 갓 입학한 후배였다. 어떤 기간동안 나를 잘 따르던 기억도 있으나 마지막까지 가깝게 지내진 못했던 것 같다. 친해지고 서먹해지던 과정까지 완벽하진 않지만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사실 동성에 대해선 이성보다 더 관심도 없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도 아니다. 이런 이유로 마지막까지 가깝지 못했던 걸지도 모르겠고..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동성과 이성을 나눠 생각할 것 없이 한 인간이 내게  오고가는 진귀한 경험인데 말이다.

나를 떠나고 내가 떠나온 사람들.

곁에 누가 있어도, 내가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바뀌지는 않는다. 나는 늘 나만을 보고 나만을 생각하며 잊혀져야 함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나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당연한 일들이라고 말하지. 이기적이라는 말을 참 많이도 들으며 살아왔다. 내가 나를 보호하고자 하며 해온 일들은 그리 정당하지도 못했고, 스스로를 합리화 시키기에 급급했던 일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잊을 수 없겠지. 잊은게 아니라 잊은척 하며 산다.

35년을 살면서 이런것도 몇차례 반복해보니 좀 더 중의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게 된다. 

그리움도 익숙해지고 나면 무뎌지는 감정임을, 그리움에 권태를 느끼다보면 이제는 좀 다른것을 원하게 될지도 모른다. 

선아를 만날 일이야 앞으로의 인생에서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그 때 그 선아가 없는것은 아니지. 

이 글을 보고 사진 내려달라고 초상권이 있다고 항의하는 그녀와의 재회의 가능성에 대해 떠올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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