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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GA PEOPLE Aug 14. 2018

연애 망치는 남자_ Donald Miller

문제는 내가 원래 그렇게 생겨 먹었다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불완전한 내 모습을 받아 주리라 믿지 않는다. 나는 가장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막이 오르기 전까지 무대 뒤에 숨어서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대사를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내가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은 나를 좋은 작가로 만들어 준 기질과 인간관계에 젬병으로 만들어 버린 기질이 같기 때문이다. 마냥 무대 뒤에 숨어 지낼 수만은 없다. 사람들을 친밀하게 사귀려면 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나는 여자를 낚으면 진짜 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순간에 "고마워요, 당신은 최고의 관객이었어요"라고 작별 인사를 하는 데 도가 텄다. 내 본 모습을 전부 보여주기는 고사하고, 나조차도 내 본 모습이 뭔지 몰랐다. 


나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겨우 몇 사람과 있는 자리에서도 '무대 위의 배우처럼'뭔가를 해야만 한다고 느꼈다. 하지만 혼자 있으면 기운이 돌아온다. 혼자 있을 때는 아무한테도 뭔가를 보여줄 필요가 없다. 그녀는 자기한테도 뭔가를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녀가 말하지 않았어도 나는 그 말이 진심이란 걸 알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같이 오랜 시간을 보내야 안심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노래하고 춤추면서 만나고 헤어지는 건 아무나 할 수 있어도 헌신하는 사람들만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사람들의 갈채를 받기 위해 살아오는 동안 그녀는 그들에게 끝까지 의리를 지켰다. 그녀에게 관계란 평생 함께 대화와 경험을 나누고 다지는 일이었다. 다툼 뒤 나는 이 여자의 인생이 숲이라면 나는 아직 그 숲에서 자라는 묘목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숲에 뿌리를 내리고 나이테를 늘려 가는 것, 그때 알았다.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내가 누군지 알아야 하고, 내가 누군지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이런게 두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낯설었다. 나는 둘 다 어떻게 하는지 몰랐다. 위험이 컸다. 건강하게 사는 법을 배우든지 건강하게 사는 척하며 여생을 보내든지 해야 했다. 친밀한 사귐이냐, 군중 속의 소외냐, 그것이 문제였다.


나는 그녀를 만나면서 신의 선물을 아주 많이 받았다. 그중 하나가 변하고 싶다는 동기 부여다. 나는 수년간 고립된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는 글,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설명하는 글을 썼다. 한 해 동안 무대 근성을 조금씩 버리고, 나 자신을 조금씩 되찾고, 내 본 모습을 보여주며 복잡한 두려움을 힘겹게 극복한 이야기들을 스냅사진처럼 엮었다. 원자를 쪼개는 신기를 펼치거나 세상을 들썩이는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아 간 이야기들, 우리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소박한 인생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조용히 살았다고 해서 위엄을 잃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사랑받고 싶다는 갈망을 주목받고 싶다는 욕망으로 자주 오해하는 것은 아닐까,세상에서 성공한 사람들 중 사랑에 대한 갈망이 잘못 발현되어 성공의 동력이 된 사람은 없을까. 우리가 대단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실은 가장 불쌍한 사람들은 아닐까. 그들이 박수갈채를 받기 위해 애쓰는 동안 정작 받아야 할 참되고 친밀한 사랑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어떻게 받는 건지 배운 적이 없어서.


내 결정은 우리의 관계뿐 아니라 어쩌면 신비로운 방식으로 영원까지도 영향을 줄 것 같았다.미지의 일을 과장해서 말할 뜻은 없지만 이 세상의 이야기가 전해질 때, 우리는 서로에게 말했던 진실만을 기억하리라 믿는다. 방어하지 않고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준 순간들. 사랑과 돌봄을 위해 무릅쓴 무서운 위험들. 불안과 달콤한 말, 카메라 플래시 같은 어지러운 소음들은 전원을 끈 텔레비처럼 점멸할 것이다.


연애 망치는 남자_ Donald Miller

책과 영화에 뒤덮여 아직도 그렇게 꿈을 꾼다. 사실 그런게 없다면 사는게 너무나 무료하고 버거울 것 만 같다. 의미와 동기가 적절히 부여되지 못한 채, 보내지는 하루하루는 재미가 없으니까. 그냥 사는 거라고 입버릇 처럼 달고 살지만 정작 본인은 그냥 살아가지 못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말이라도 그런 척 하며 중간은 가려고 애를 써 본다. 요가는 나를 고뇌하고 번뇌하게 만들지만 그래서 나는 또 아무 생각없이 요가나 하며 사는 것이겠지. 


연애망치는 남자, 겨울에 산 책이다. 망원동에 서점을 뒤지고 뒤지다 <어쩌다 책방>을 발견하고 그 때 추천도서 목록에 있던 이 책을 살펴보다 구입했다. 이제서야 펼치게 되다니.. 작년 겨울은 책 사는 재미로 살았다. 시집도 많이 사고.. 소설도..이것저것 많이도 샀다. 봄이 되자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책 볼 여유가 없다고 책꽂이 구석에 쳐박아 둔 책이 한 가득이다. 싸여있는 책들을 생각하면 요즘은 서점에 가서도 뭔가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 볼게 너무 많아서 말이다. 


이제야 책들을 꺼내 볼 생각이 드는걸보면 여름도 한풀 꺾인건가 싶기도 한데.. 막상 나가면 여전히 너무 덥다. 늦은밤 집에 돌아오면 낮에 머금 던 열기가 방에 고스란히 가득 차 있는 것만 같다. 문을 열자마자 숨이 막힌다. 너는 어떻게 나없이 또 이렇게 하루 버텼니, 싶은 생각으로 에어컨을 켜고, 멍하니 앉아있다가 내일을 위해 잠을 자야겠고.. 그 전에 좀.. 씻어야겠고.. 여름, 벌써 며칠째 몇몇 밤들을 이렇게 보냈고, 또 며칠의 밤을 더 이렇게 보내야 할까.


책을 보면서 맘에 드는 문구를 발견하는게 기분이 좋다. 어떤 이야기인지 보다 기억하고 싶은 문구들을 찾게 되는 것. 같은 한글로 저렇게도 말할 수 있구나를 생각하며 책장을 넘기는 밤. 뭔가를 쓰다보면 늘 비슷한 단어들을 선택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매일같이 사는것도 비슷하게 느껴지고.. 글씨만 조금 바꿔도.. 비슷하지 않게 사는 방법은 이렇게나 많은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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