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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GA PEOPLE Jun 01. 2018

미세먼지 마스크

은밀한 살인자, 로망이 없는 세상.

지난 겨울부터 시작해서 피부트러블이 전보다 훨씬, 훨씬, 아주 자주 발생했다. 처음엔 이런 현상이 겨울이 건조한 탓에, 내가 나이를 더 먹어서, 라고 생각했는데 저번에 몸의 컨디션이 엉망이었을때 겨울철보다 증상이 더욱 심각해지는 걸 보면서 단지 겨울만의 문제는 아니겠구나 싶었다. 하루중 그나마 자고 일어난 아침에는 좀 괜찮아질 기미가 보이다가 밖에서 돌아오기만 하면 다시 더 안좋아진다. 외부의 요인들을 점검해보자면 아무래도 범인은 미세먼지다. 이럴때는 피부청결에 대해 더 신경쓰게 된다.



은밀한 살인자_ 미세먼지

"매일 마스크 쓰고 살 수 없다" 베이징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귀국 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다. 한국일보의 2013년 4월 3일자 기사내용이다. 베이징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미세먼지의 피해가 심각하다.<중국 베이징에서 3년간 거주했던 라스 라스무센 노키아 마케팅 대표는 최근 두 자녀, 부인과 함께 고국 덴마크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하나, 대기오염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이 밖에 나가 놀 수 없고 집 밖에서 무조건 마스크를 써야 하는 곳에서 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공상과학소설처럼 매일 마스크를 쓰고 살순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외국인들이 '에어포칼립스(대기오염으로 인한 종말론)'상태인 베이징을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어포칼립스는 공기(air)와 종말(apocalypse)를 합친 신조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 중 디젤에서 배출되는 BC(black carbon)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또한, 장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되어 감기, 천식,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 질환, 피부질환, 안구질환 등 각종 질병에 노출 될 수 있다(PM 2.5 환경기준 설정연구, 국립환경과학원,2006)


외국의 좀비영화 같은걸 보면 어떤 상황에서건 그 와중에도 살아남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이되길 바라지만 사실 현실은 늘 평균치보다 더 바닥이다. 호들갑 떠는 성격을 그리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몸소 직접 그 피해를 체감하게 되면 누구에게 질세라 몹시 유난을 떤다. 초등학교 3,4학년쯤 엄마손을 붙잡고 숨이 잘 안쉬어진다고 병원에가서 진찰을 받으러 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맥이 다른 사람들보다 느리고 불규칙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조금만 뭔가 힘들어지면 호흡이 좀 딸리는 느낌이 드는데 이번 겨울은 정말 절정에 다다랐다. 유난히 숨이 잘 안쉬어지는 날에는 가까운 미래의 사망과 그것을 대비해야하는 마음가짐을 떠올려 보기도 했고, 진지하게 어떤 검진이라도 받아봐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다. 언젠가 그런상황이 오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지만 일단은 마스크를 써보기로 했다.

검색창에 미세먼지 마스크를 쳐봤다. 다양한 마스크들이 1,2,3위를 앞 다퉈 팔리고 있었는데, 하나씩 클릭해서 들어가보면 너도나도 마스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얼마나 더 잔인하게 설명하려고 애들을 쓰고 있는지.. 지금 내가 이렇게 가엽고 불쌍하게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려다 발버둥이라도 쳐보며 마스크를 구입하려는 상황 속에서도 누구는 마스크 하나 더 팔겠다고 나를 이렇게 겁주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니.. 세상이 너무 냉소적이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 감상에 젖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 몇개의 상품들을 왔다갔다하며 비교분석하기 시작했다. 계속 보다보니 종류가 어떻게 나뉘고 특장점은 무엇인지 조금씩 파악이 됐는데 대충.. 일회용 마스크와 세탁이 가능하지 않으면서 일회용보다 장시간 사용할 수 있는 것, 마스크 본체와 필터가 분리되어 필터교체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마스크 세탁 가능) 등으로 나뉘는 듯 했다. 일회용 마스크는 각종 오염 때문에 매일 마스크를 교체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고, 일회용이 아닌 마스크는 세탁이 되진 않지만 여러가지 필터들이 겹쳐있어서 더욱 긴 시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면서 정말이지 둘다 나의 구매욕을 상승시키지는 못했다.

개인의 건강을 위해 마스크 대열에 합류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막상 마스크를 구입하려고 보니 나 하나 살겠다고 쓰레기를 너무 많이 만들어내는 것 같아 다시금 묘한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 처음에는 일회용 마스크를 구입하려고 30개(한달분량)를 선택하였는데 번들팩 20개를 추가하면 조금더 저렴한 금액에 50개를 구매할 수 있고, 그것의 3배인 150개를 구매하면 배송비를 절약시킬 수 있었다. 150개면 많은 양처럼 보이지만 하루에 하나씩 썼을 때 5개월이면 모두 다 소진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것은 악순환의 연속이다. 게다가 내용을 조금 더 찾다보니 일회용 마스크의 부직포가 피부에 직접 닫게 되면서 오는 문제점들도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것도 어떤 관점으로는 1회용 생리대와 비슷한 맥락이었다. 개인적으로 면생리대를 사용한지 1년 반정도 되어간다. 생리통이 계속 나아질 기미가 없자 여러가지 방법들을 찾아보다가 시도하게 됐던 것이었는데 그때도 생리대의 성분에 대해 찾아보면서 이 사회가 대량생산과 편리성만을 위해 얼마나 눈에 보여지지 않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무시하며 작은 폭풍을 막기 위해 늘 돌아올 큰 폭풍에 모두를 벌벌 떨게 하는지를 생각해봤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자연적 폐해를 몸소 체감하며 혼자 하루라도 더 살아보겠다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겨울에는 핫팩을 달고 살았다. 사용후 매일 쓰레기통을 가득 채우는 무게감 넘치는 그것을 보면 내가 마치 쓰레기 제조기라도 된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겨울엔 겨울이니까, 하며 밀려오는 죄책감을 계절의 변화로 뒤덮으려 하였지만 이젠 또 마스크가 필수적인 계절이라니. 나란 인간은 4계절 내내 종류를 갈아치워가며 방대한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딱히 나의 존재가 친환경적이지도 않은데 말이다. 내가 살고 있는 자연환경의 입장에서도 나는 소모적인게 싫다. 결국 인간이 만들어 놓은 더럽혀진 환경속에서 생명만을 유지하겠단 방법으로 마스크나 뒤집어 쓰고 있는 것은 참 멋져보이진 않는다. 노력해야 하는 것은 개인의 생명연장보다 근본적인 자연의 관점에서 환경오염을 막는것이 더 시급한 문제가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소모적인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어낼 수 없는게 현재 내가 처한 세상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앞으로 새롭게 개념을 성립시켜야 한다.

로망이 없는 세상.
눈밭을 뒹굴며 눈싸움 하는 연인의 모습은 영화 '러브스토리(미국, 1970년작)'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영화 '러브레터(일본 1995년 작)'의 메인포스터는 설원을 배경으로 여자주인공이 죽은 남자주인공을 그리워하며 'おけんきですか?(잘 지내나요?)'를 외치는 장면이다. 수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개봉되며 관객을 찾는 두 영화의 공통점은 하얀 눈을 배경으로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를  펼쳐낸다는 것, 흰 눈은 영화를 낭만적으로 그려내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도 옛말, 요즘 연인들은 눈이 오면 우산을 편다. 겨울철 내린 함박눈의 산성도는 pH 4.2로 신김치 수준, 깨끗한 눈보다 산성도가 25배 높았다. 미세먼지에 황사까지 섞인 탓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세먼지 고농도 횟수가 전년 대비 7배 이상 증가했다. 뿌연 하늘도 이제 일상이 됐다.

서문(?)이 길었지만 어쨌든 나도 임시방편으로 마스크를 구매하긴 했다.

세탁할 수 있는 린넨 소재이며 필터를 교체할 수 있는 마스크, 매일 가볍게 손빨래를 한다해도 몇장 더 여유분이 있다면 사용하는데 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물건이 나에게 올때는 그 물건의 운명에 책임을 다해야한다. 책임있는 사용이어야 한다.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은 꼭 주인을 닮게 된다. (그러니까 좋은 물건을 써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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