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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GA PEOPLE Jul 12. 2020

임신 요가 일기 #01

임신 사실을 알게 된지 일주일이 지났다.


내년 초쯤을 예정으로 천천히 결혼준비를 하면서, 결혼하게 된다면 '아이는 꼭 갖고 싶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요즘 주변에는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한 부부도 많은 반면, 또 아이를 원하지만 아이가 잘 갖아지지 않아 고생하고 있는 부부도 꽤 많은 것 같다. 예전부터 배란기때 부정출혈이 있어서 산부인과 진료도 많이 받아보고, 인터넷으로 검색도 많이 해보고 그랬는데... 작년 말부터는 그 배란혈의 기간도 더 길어지고, 양도 전보다 많아지는 느낌이 들어서 나도 혹시나 결혼해서 그런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어쩌지 하며 혼자 걱정도 많이 했다. 


이유라도 알아내면 치료를 하겠지만, 정상적 범주의 반응은 아니나 그렇다고 검사결과가 딱히 뭐라고 병명을 붙일만큼 나쁘게 나오는 것도 아니라.. 그 후에는 엄마의 권유로 한의원에 가봤다. 한의원 병원 의사 선생님은 우리 엄마랑 똑같은 진단을 내려줬다.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몸이 전체적으로 약해져서 나타나는 증상이라 본다'는 이야기. 


임신 전 마지막 생리는 5월 4일 이었다. 생리가 끝나고 일주일쯤 지나 다시 배란혈이 7일 정도 보이면서 부정출혈의 두려움에 우울증이 올 지경이었다. 그런 몸의 반응들로 두려움이 생기다 보면 그 두려움이 나를 더 약하게 만든다. 왠지 나는 아픈 사람인 것 같고, 지금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 말이다. 남자친구나 엄마는 그런 나의 스트레스를 잘 알고 있었기에 엄마는 한약을 지어먹으라고 용돈을 줬고, 남자친구는 나와 처음으로 산부인과를 갔다. 그래서 그날은 거의 산부인과 검사의 끝판인 조직검사를 받기로 했다. 일주일 뒤의 결과는 그렇게 '맑음'은 아니었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1-5'가 있는데, 5부터 암이라고 말한다. 1이 정상이며, 대부분 90%가 1이 나온다. 하지만 난 2가 나왔다. 1-2-3-4-5 순으로 순차적으로 암이 진행될 수도 있지만, 가벼운 염증같은 것이 양성반응을 보인 것일 수 있기에 6개월 뒤에 재검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검사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다. 라는 말씀도 덧붙여 주셨다. 역시 그렇게 나쁜 결과는 아니지만 막 기분이 좋은 결과도 아니였다. 


어쨌든 배란혈이 지속될 때 조직검사를 했는데, 조직검사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무척이나 아팠다. 자궁내 일부 조직을 떼어내는 거라 갑자기 생리통이 온 것 처럼 강도있게 아팠다. 쉬운 과정은 아니라 수술처럼 일정을 잡아서 진행하거나, 마취를 하기도 한다는데,(비용이 훠얼씬 비싸진다고 한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그리 이 과정을 힘들어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바로 진행했다고 하셨다. 나 역시도 정말 많이 아팠지만 마취를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조직검사 후에는 이번 생리의 느낌이 전과 좀 다를거라는 말씀도 남기셨다. 이 후에는 배란기 혈보다 피가 더 많이 나왔다. 집에 돌아와 다시 검색해보니 검사 후에는 원래 그렇다고 한다. 출혈이 며칠간 지속된다고,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다음 생리예정일은 한달 주기로 보면 6월 4일이지만 난 원래 한달보다 살짝 주기가 길다. 아무리 늦어져도 열흘 사이에는 했던 것 같다. 그런 기준으로 본다면 6월 14일 안에는 생리를 해야하는게 맞다. 6월 초쯤 부산여행 기간과 생리 예정일이 겹쳐져서 생리통 때문에 여행이 너무 힘들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여행기간 생리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허나 이번달은 워낙 스페셜한 상황들이 많았으니... 이제 나도 이렇게 되면서 불규칙한 주기로 까지 이어지는 건가.. 생각하며 다시금 우울함이 찾아왔다. 6월 중 산부인과에서 가벼운 용종치료를 받을게 있다고 한번 더 방문하라고 했기 때문에 6월 20일쯤 병원을 다시 갔다. '선생님, 조직검사 후에 생리 주기가 틀어지는 경우도 있나요?' 선생님은 내 진료기록을 보고 혹시나 임신되었다면 잘못 사용한 약 같은게 있는지를 확인하셨다. 피검사를 해볼까 물어보기도 하셨지만 나는 슬픔으로 가득 찬 비관론자라  ‘내가 원하는 게 그렇게 쉽게 될 리 없어’ 라는 생각에 일정이 늦어지는 것일 수도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보겠다고 했다. 선생님도 기다리다가 생리를 하게 되면 6개월 뒤에 재검사 받으러 오면 된다고 하셨다.  


신기하게도 병원을 다녀온 그 날부터 생리전 증후군이 시작됐다. 아랫배를 묵직하게 누르는 듯한 그런 느낌.. 그 느낌은 또 열흘간 지속됐고, 열흘이 지난 후에도 생리는 없었다. 그 주 아주 큰 몸살이 왔다. 열도 심했고, 너무 갑작스러울 정도로 몸이 아파서 코로나에 감염된게 아닌지를 의심 할 정도였다. 결국 이틀간의 모든 일정을 전부 취소하고 누워만 있었다. 남자친구는 아파하는 나를 병간호 했고, 그 후에도 몸이 빨리 회복되지 않아 일주일을 더 골골거렸다. 그 쯤부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자친구에게 ‘임신하면 어쩌지’란 소리를 하며 아픈척을 더 심하게 했다. 그런 내가 꼴보기 싫었는지 임신테스트기는 남자친구가 직접 약국에서 사왔다. 말로만 듣던 임신테스트기를 처음 보며,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 설명서를 참 꼼꼼히도 읽었다. '아침에 사용해야 하는구나' 태어나서 이렇게 긴장을 하며 무언가를 해보는 것이 너무 오랜만인 것 같았다. 어렴풋이 수능을 보러 가던 날도, 입시를 치루던 날도..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왜 그 순간 난 그렇게나 긴장했을까.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 날의 그 긴장감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나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테스트기는 너무 쉽게 두 줄이 아주 진하게 나왔다. 조금만 글을 찾아보면 아이를 원하며 매일 임테기를 체크하는 예비엄마들도 엄청 많던데.. 이 정도면 ‘나는 참 복이 있네’ 생각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욱이는 생각보다 너무 좋아했다. 나보다 더 설레여 하는 모습을 보며 내 인생은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내 남편이 될 사람은 참 바쁜 사람이다. 하는 일도 너무 많고, 성실하고 꿈 많은 청년. 그래도 자기 사람들을 잘 돌보는 책임감 있고 선한 사람이다.


임신을 알게 된 것은 금요일 아침이었다. 조금 찾아본 정보로는 병원보다 먼저 보건소를 가라는 말에 인근 보건소를 갔는데, 지금 코로나 때문에 서울의 일부 보건소들이 운영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ㅠㅜ 이런저런 스케줄 때문에 병원 갈 시간도 없어서 우리는 결국 이렇게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산부인과를 가보기로 했다. 꽃은 대욱이가 준 축하선물 :)


주말은 사실 이천에 있는 온천을 갈 예정이었다. 너무 놀지도 못하는 우리들이 부산여행 이후, 다시 한번 휴가를 떠나보기로 한 날. 이었으나 임신을 확인하고, 노천탕, 대중시설은 이용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홍대 근처 호텔에서 호캉스를 보내기로 했다. 


호텔 더 디자이너스 홍대. 이 호텔의 뷰는 대략 이렇다. 뭐 뷰는 그렇다 치고.. 앱에서 본 이미지와 너무나 다르게 생긴 방을 건네 받았다. 자영업자로서 이 곳의 엉망진창인 서비스에 기가차서 임산부인 주제에 프론트에 가서 부들부들 항의하고 결국 방을 교체받았다. 같은 돈이라면 제발 이 곳은 가지 않길 바란다.


교체받은 방은 그래도 원래 이미지와 같은 컨디션이라고 볼 수 있는 방이었다. 온천을 즐길 수 없으니 이 곳에서라도! 하는 마음에 러쉬에 가서 입욕제를 사왔다. 따뜻하고 노곤하게 잘 담구다 왔는데, 또 찾아보니 탕에 들어가는 것(특히 뜨겁게 10분 이상)은 임산부에게 치명적이라고 한다. 하면 안되는 거였어..(난 뭐든 뜨거운걸 좋아하는 편인데..)


일이 많은 날이어서 컴퓨터도 가지고 왔다.


당분간은 못하겠지만, 아침까지 잘 놀았다.


드디어 병원에 다녀왔다. 의사선생님께서 초음파를 확인하시고 피고임이 보인다고 하셨다. 아직 안정상태는 아니라고.. (무서워ㅠㅜ) 다시 나의 불안증이 시작됐다.. 예전에 임산부요가 수업하거나 공부할 땐 체감이 잘 안됐는데, 정말이지 12주.. 안정빵으로는 16주까지는 무척이나 조심조심해야하는 시기라는 것을 엄청나게 느낀다. 병원다녀오고, 무서워서 유산만 종류별로 몇번을 검색해봤는지ㅠㅜ 주변에서는 나의 이런 성향을 잘 알고 있기에 제발 그러지 좀 말라고 하는데, 걱정되는 걸 어떻게 해.


단순한 걱정만이 아닌, 내 모든 일과들이 바뀌어 가고 있다. 앞으로의 일들을 어떻게 나누고 어떻게 정리할 지가 무척이나 중요한 시기이기에 괜한 두려움에서 오는 마음만은 아니다. 크게 짊어져야 할게 많지만 그러기 위해 함께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이제 어른이 되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우기 위해서라고. 

임신을 하면 감정기복이 심해져서 눈물이 많아진다고 하던데..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은 기분이다.


이제는 혼자서 밥도 잘 먹는다.

혼자가 아닌 둘이 함께 하는 식사 :)

다음주 월요일 다시 병원에 간다. 

무탈하게 잘 자라고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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