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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GA PEOPLE Jul 19. 2020

임신 요가 일기_#02 결혼준비의 시작.

홍대요가/ 임산부요가/ 요가피플

2020. 07. 12 일요일 오전 10시.

결혼박람회에 다녀왔다. 워낙 이벤트에 대한 별다른 감흥이 없는 성격이라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결혼식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뭐가 중요한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욕망이 하나도 없었다.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이란 생각은 오랫동안 까탈스럽게 해왔지만, 그 과정중의 일부인 결혼은 나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아직까진ㅎ) 

결혼보다는 늘 아이에 더 관심이 있었다. 나를 닮은 생명체가 세상에 존재한다면 나는 얼마나 더 큰 세상과 삶, 자연과 공존을 배우게 될까.? 나를 다른 인격체로 만들어 줄 그 무엇의 존재. 어차피 세상 모두가 공평하게 늙어가는 삶에 있어 꽃처럼 빛나던 청춘의 순간들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었다. 삶의 모든 순간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는 10대나 20대 때 느끼는 사랑의 존엄성에 대한 가치보다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생각들을 더 크게 하게 된 것 같다. 삶의 근원, 삶의 이유. 힘겹더라도 극복하고 나아가는 삶. 자신의 삶을 즐기며 살기에도 바쁜 시대라고들 하지만, 나는 나를 딛고 일어서게 해 줄 무언가를 늘 갈망했던 것 같다. 힘겹더라도 내 세상이 조금 더 커졌으면 좋겠어. 그렇게 진정한 삶의 의미에 대해 죽음과 가까워지는 순간까지 탐험하고 싶어.

모든 시간들이 지나가고 나면 내 생각은 또 뒤바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생각의 시작에는 그가 있다. 당신을 만났기에 더 큰 세상을 그리고 싶단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그리하여 우리는 조금 서둘러 결혼을 준비하게 됐고.. 감상에 빠진 나는 실무적인 능력치가 매우 떨어지는 사람인 반면, 다행스럽게도 지성과 감성을 두루 갖춘 그는 순간순간의 대처와 해결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이 사람을 만나서 연애를 시작한 것은 2017년 11월 이었다. 대략 만으로 2년간 이 사람과 매일을 함께 했다. 대욱이는 서울예대 무용과 출신으로 남자 무용수다. 의외로 나는 보수적이고, 편견도 심한편이라 이 사람을 처음 봤을 때, 그리 내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심지어 나이로 따지면 나보다 3살이 어렸기 때문에 이 사람을 보고 맘에 들어한다면 내가 너무 지나친 사람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만나게 됐고, 그 당시 나의 연애철학은 그랬다. '어차피 헤어질건데, 뭘 그렇게 따질게 있나. 어차피 따지고 만나도 헤어질건데 말이야.' 역시나 비관론자의 연애철학으로 그렇게 시작된 연애는 지금까지 지속되었고, 이 사람을 만나는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도담요가'에서 '요가피플'로.

2년간 운영하고 계약이 만료된 도담요가에서 <요가피플>로 요가원을 이전했다. 도담요가 당시에는 동업관계였는데, 2년을 운영하며 이 정도면 충분히 혼자서도 가능하겠다 싶어서 홀로 <요가피플>을 시작했다. 앞에 말한대로 생각만 앞섰지 실무적인 부분에서는 크게 계획도, 생각도 없던 나는 그때 정말 대욱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자기 일처럼 나서서 모든 인테리어 관련 일들을 총괄해주었고, 실제로 일꾼처럼 직접 손을 본 일들도 많았다. 이 과정중에 서로의 성향을 많이 알게 됐던 것 같다. 요가원이 다 준비되어가던 마지막 순간, 결국 폭발하여 헤어질뻔한 고비도 넘겼으니ㅎ 그 순간들을 돌이켜 보면 다른 걸 다 떠나서 그 때  나의 다짐이나 기억들 중 분명하게 하나 남는 것이 있다. 이 사람은 헤어지더라도 내게 무척이나 고마운 사람으로 남게 되겠다고. (다행히 헤어지진 않았지만^^;)




그 후 5-6개월쯤 지나 <요가피플>의 10분 거리에 대욱이의 <피플연기뮤지컬 학원>이 차려졌다.

원래 연습실을 운영하고 있던 대욱이가 정식으로 절차를 밟아 입시학원으로 등록된 <피플 연기 뮤지컬 학원>을 개설했다. 내 요가원을 만들어주던 대욱이가 자신의 학원을 만들어 내며 다시 그의 매우 예민한 모습과 지쳐하는 모습도 많이 봤다. 조금 다투기도 했지만 '그래 이 친구도 사람이지' 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이 들 정도로 별 일 없는 평상시에는 늘 다정하고, 일관적인 모습으로 나를 대해줬다.  그게 올 해 2월의 일이다. 학원을 오픈하자마자 코로나19가 점점 심각한 상태가 됐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시기가 왔지만 우리 둘다 너무 죽을 정도로 힘들진 않게- 조금씩 그 시기를 지나 보내고 있다. 둘이서 하나씩, 홍대에 학원 두개를 개설하며 우여곡절도 많았고, 일도 많았지만, 그 바쁜 시간들이 지나고 나서는 서로를 많이 이해하며 전보다는 훨씬 평화로운 나날들을 보내며 서로의 존재에 대한 감사함을 많이 느끼던 시간들을 보내온 것 같다. 지금까지도.

만나는 순간 동안, 행여 '내가 서운해하지 않을까' 많이 신경써주고, 늘 어른스럽게 나를 잘 보살펴 준 사람. 스스로가 너무 단단하고, 고집있는 사람이라 자신의 사랑에 대해서도 늘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서 참  감사했고, 또 감사하다. 이 사람을 만나서 나도 많이 바뀌게 됐다. 나 자신이 내 마음에 드는 형태의 사람이 되어갔다. 



오늘 간 박람회에서 청첩작 액자 만들기 이벤트. 청첩장은 실제 우리것이 아니다 >.<


내가 원하면 귀찮은 것도 꼼꼼하게 신경써 주는 당신이 있어서 늘 감사합니다.

저도 당신을 통해서 당신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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