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 day-10

그들의 새벽은 나의 오후보다 건강하다

by 신나


그들의 새벽은 나의 오후보다 건강하다.


처음으로 진행한 주말 PT였다. 이번 주 일정상 도저히 평일에 시간이 나지 않아서 취소를 했더니 일요일도 시간이 안 되냐는 질문에 주말에도 PT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직장인들은 평일에 더 여유가 없을 수 있어서 주말이 편할 수도 있는데 내 주변만 보니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PT 수업 시간이 새벽 5시부터 밤 11시까지라는 사실이었다. 아니 새벽 5시에 수업을 받는 사람이 있다고? 도대체 몇 시에 일어나는 거지? 저녁 11시에 수업을 받는 사람이 있다고? 이들은 도대체 몇 시에 잠을 자는 거지? 사람들 참 부지런하다. 물론 모든 수업 시간이 다 채워지지는 않겠지만 그 긴 시간 수업을 진행하는 트레이너 선생님도 참 부지런하고 체력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나는 즉흥적인 사람답게 갑자기 버킷리스트 하나를 추가했다.

나도 PT가 끝나기 전 한 번은 새벽 시간에 수업을 받아보리라! 새벽 6시에 수업을 받고 씻고 출근길에 스타벅스에 들려 간단한 식사까지 하고 출근을 해보리라! 이 일기를 쓰는 오늘은 잠을 잘 자지 못해서 새벽 네 시부터 눈이 떠졌는데 이걸 보면 새벽 PT는 충분히 가능은 하다. 물론 시간은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잠을 한두 시간만 덜 자도 온몸에 기운이 없고 뒷골이 땅기며 입맛마저 상실하는 사람이라 컨디션을 유지한 채 새벽 운동을 해보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 그런데 새벽에 운동을 가면서도 씻고 가지는 않겠지? 그러면 머리 냄새가 날 텐데? 저녁에 감고 잔다면 아침에 또 감는다고? 역시 새벽 운동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군.

무튼 주말의 헬스장은 평일 못지않게 사람이 많아서 또다시 나를 놀라게 했다. 하긴 얼마 전 뉴스에서 보니 주말에만 몰아서 하는 운동이나 평일에 여러 번 하는 운동이나 효과는 같다는 기사를 보았다. 사실이라면 나도 토·일에 몰아서 PT를 하고 평일 내내 쉬어도 되지 않을까? 고려를 해 봐야겠다.

오늘의 PT도 역시나 상·하체 함께 하기.

맛보기 PT 첫날 했었던 역기를 목 뒤에 얹고 하는 스쿼트였다. 이 날은 잊을 수가 없는 날이다. 왜냐하면 나는 누가 봐도 어설픈 초보 운동자인데 스쿼트를 처음부터 역기를 얹고 시켜서 당황스러웠고 그래서 다칠까 봐 무서웠으니까. 심지어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그 역기에 바벨을 매달았던 것 같다. 첫날인지라 별다른 항의는 하지 않았고 일단 얹고 앉았는데 도저히 무거워서 일어나지를 못했다. 너무 무거워서 그대로 역기를 얹은 채 뒤로 넘어갈 것 같았고 선생님은 바로 내 몸을 잡아 일으켰다. 갈비뼈 바로 아래를 미리 고지도 없이 양쪽에서 턱 잡으셔서 기분도 썩 좋지 않았고 이 운동 자체가 일단 너무 무서웠다. 이것은 도저히 내 능력으로는 안 될 운동이었다. 선생님도 바로 포기했던 그 운동을 오늘 다시 하는 것이다.

고작 10회 PT를 받았다고 그 사이 내 체력이나 운동능력이 월등히 상승하지 않았기에 역시 앉자마자 너무 무거웠다. 물론 그날의 데이터로 인해 선생님은 무게 없이 봉만으로 진행했고 그래서인지 약 4개까지는 앉고 일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고 나는 일어날 수 없었다. 봉 자체만으로 너무 무거우니까. 그래도 포기란 없는 선생님은 우선 봉 없이 맨몸으로 깊게 앉는 스쿼트를 연습하게 했는데 여기서 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나는 스쿼트를 할 때 앉으면 내려온 엉덩이의 높이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내가 골반이 틀어진 것인지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는 모른다. 이것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거울 앞에서 깊게 앉아 양쪽 엉덩이의 높이를 본 후 덜 내려온 쪽의 다리 안쪽을 팔꿈치로 밀면서 맞춰가면 된다. 하지만 맞추기 위해 더 벌린 다리는 버티기가 힘들고 아프고 무게 중심을 잃고 이내 무너지고 만다. 이를 위해 만세를 하고 버티라고 하시는데 이 역시 오래 버티지 못한다.

도대체 내 몸은 어디서부터 문제인 걸까? 낮게 앉아 버티는 것은 무게가 없어도 그 자체로 너무 힘들다. 별다른 운동도 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나는 바닥을 기고 있고 벽을 잡지 않고는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가 되니 하체운동에 스쿼트 비슷한 것들은 다 제외하고 싶다. 스쿼트 없이 다른 운동으로 하체를 할 수는 없을까?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그렇게 루틴을 짜 주는 것이 사교육 아닌가? 하, 나는 글러먹었나 보다. 선생님 때문에 거울치료 된다고 하면서도 현 공교육의 가장 힘든점이 이용자의 요구에 다 맞추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때문에 학부모의 과한 요구가 생겨난 것이란 것을 잘 알면서 사교육 운운하며 수준별 맞춤 교육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오늘의 상체 운동은 현재 나의 호감도 1위인 시티드 로우와 아령을 이용한 팔 운동이었다.

시티드 로우는 언제나 그렇듯이 맨 몸으로 연습할 때는 잘 되는데 봉을 잡고 무게만 올리면 잘 되지 않는다. 어깨를 뒤로 보내는 것이 맨 몸으로만 가능하니 이것은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일까? 그러기엔 5kg이고 체감상 무겁다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어깨를 뒤로 보내려고 하면 상체 전체를 다 사용하게 된다. 팔꿈치를 뒤로 보낸다는 생각으로 해보니 그나마 세 번에 한 번은 제대로 되는 것 같았다. 기쁜 마음에 “어 이번에 잘 됐죠? 팔꿈치를 뒤로 모으니 잘 되는 것 같아요”라고 나름 뿌듯하게 말했더니 선생님은 “당연한 말을 하시네요”라고 했다.

이 선생님도 가끔 나만큼이나 말을 안 예쁘게 하신다. 오글거리는 가식적인 말에 불호가 있는 나는 굳이 이것에 불만은 없지만 가끔 맥을 끊는 느낌이 든다.

마지막 운동은 팔에 삼두가 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한 이후 처음으로 아령을 이용한 팔 운동을 진행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울퉁불퉁한 팔이 싫다고 한 이후 팔 운동을 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분명 출렁이는 팔 아래쪽 살을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 했는데...

잊으신 것 같아 다시 한번 말씀드렸더니 지난번에 팔에 삼두 생겼다고 싫어하시고 본인에게 엄청 뭐라고 하지 않으셨냐는 반응이 나왔다. 역시 나의 예상이 맞았다. 팔 바깥쪽이 펌핑되는 것은 원하지 않지만 팔 아래 쳐진 부분은 제거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근육은 팔 아래 옆 다 연결되어 있고 그래서 삼두인 것이라 그 부분만 제거하고 싶으면 지방흡입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내가 원하는 것처럼 부분만 제거가 가능하다는 트레이너가 있다면 그 사람은 믿으면 안 된다고도 했다. 내가 원하는 부분만 빼고 싶으면 오랫동안 운동을 해야 할 것 같다고도 했다. 어? 지방흡입을 해야 한다고? 내가 너무 답답하게 이론상 불가능하거나 되기 힘든 욕구만 가지고 있는 것인가? 내가 원하는 것은 지금 몸에서 탄탄해지기, 거기에 허벅지 안쪽과 옆구리와 팔 안쪽 살을 살짝만 빼는 것인데 이것은 지방흡입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인가?

키가 작은 나는 전체적으로 근육이 붙어서 부피가 커지는 것은 정말로 원하지 않는다. 키에 맞는 비율을 위해 더 말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려면 살을 전체적으로 빼야 하고 그러면 얼굴살도 빠져서 수척해 보이고... 총체적인 난국이다. 우선 허벅지가 더 이상 굵어지는 것은 정말로 원하지 않으니 이것만은 제안을 해보고 싶은데 선생님이 이 사람 여러 가지로 피곤하게 한다고 생각하실 것 같다. “다른 선생님을 찾으세요” 하고 싶을지도..

팔 안쪽의 탄탄함을 위해 아령 2kg를 들고 벤치에 등을 잘 받치고 앉아 팔을 위로 든다.

그다음 뒤로 팔을 접으며 호흡을 멈추고 다시 들어 올리며 뱉는다. 이때 팔 안쪽이 최대한 잘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다른 쪽 손으로 팔의 근육이 늘어나는 것을 점검해 가며 진행한다. 나는 이상하게 하체나 복부는 늘 오른쪽이 더 아픈데, 그에 반해 팔 운동은 또 왼쪽이 잘 늘어난다. 하, 도대체가 몸의 균형이 다 틀어진 것인가? 이렇게 물고 늘어지는 내게 친구는 세상에 몸 좌우대칭이 딱 맞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맞춘다 한들 그것이 유지가 계속될 것 같으냐, 집착을 버리라고 했는데 하나에 꽂히면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는 나 같은 사람은 일단 아픈 곳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원인을 제거하고 싶다. 내 몸을 하나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들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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