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스타터레터 #8
클라이밍을 하다 보면 삼삼오오 모여 함께 운동하는 크루들을 쉽게 볼 수 있죠. 어떤 크루에도 가입하지 않은 내향인 혼클러로서는, 파워 인싸 크루들이 신기하기만 해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모여서 크루를 결성하게 되었을까?
그래서 직접 물어보기로 했어요! 서울 강서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당근크루의 리더 단비 님을 만나보았어요!
당근크루! 이름부터 정말 귀여워요. 어떻게 결성됐나요?
크루를 만들어야지, 생각하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작년에 회사 동료분과 체험 강습을 들으면서 클라이밍을 시작하게 됐는데요. 암벽화를 어디서 구할까 고민하다가 당근마켓에 검색했는데 커뮤니티 게시물이 눈에 띄더라고요. 클라이밍 같이 할 사람을 구한다는 내용이어서 ‘어, 이거다!’ 하고 댓글을 달았어요.
그렇게 사람들이 모였는데 처음부터 번호를 주고받기는 그렇고, 당근마켓으로 연락하면 다들 확인이 늦어서 오픈채팅방을 만들었어요. 오픈채팅방을 통해 모인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을 초대해도 되는지 물어보면서 모임이 점점 커졌어요.
오픈채팅방이 ‘당근크루’로 변한 시점은 언제인가요?
올해 3~4월쯤일 거예요. 인원이 50명 정도로 많아지고, 모임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룰도 정하다 보니 자유 모임 형태는 아닌 것 같더라고요. 크루로 전환하자고 의견이 모여서 이름도 정하고 크루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당근크루의 룰이 궁금한데요!
가입 조건이나 모임 비용 등 꼭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나요?
거창한 룰은 없어요. (웃음) 모임 비용도 없고, 모집 기간도 따로 없이 상시 모집 중이고요. 아, 한 달에 한 번은 꼭 참석해야 해요! 참석 횟수를 안 두면 유령회원이 생기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크루원들끼리 활발히 활동하고 유대감을 가지기 위해서는 비슷한 연령대가 좋겠다고 생각해서, 가입 조건은 26세 이상이여야 해요.
모임 주최도 꼭 리더만 하는 게 아니라, 모임에 3번 이상 참석한 회원에게 ‘호스트’라는 자격을 부여해 모두가 모임을 열 수 있도록 하는 중이에요.
클라이밍 외에 다른 활동도 크루원과 함께하시나요?
그럼요. 다들 집이 가까워서 운동을 하지 않아도 계속 연락해요. 거의 매일 암장에서 보고, 최근에는 여행도 가고 놀이공원도 갔죠. 이제 가족보다 더 가족 같아요.
당근크루 걸스 나잇이라고, 줄여서 ‘당걸나’라고 부르는 여자들만의 모임도 있어요. 여자 회원이 전체 회원의 1/3 정도여서 귀한 존재들이라 한 달에 한 번은 꼭 진행하려고 노력해요. (웃음)
당근크루가 뽑는 최애 암장은 어디인가요? 그 이유도 알려주세요!
너무나도 크루원들의 주거 지역에 따른 추천인데요. 아무래도 더플라스틱 염창점인 것 같아요. 대부분 마곡, 화곡, 염창 등에 살거든요. 신림에 사는 회원들도 꽤 있어서 더클라임 신림도 자주 가요.
타 크루와는 다른 당근크루만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요?
뻔한 말일 수 있는데, 정말 동네 친구를 넘어서 가족처럼 느껴져요. 그만큼 크루원들끼리 유대감이 끈끈하죠. 잠깐 운동만 하고 흩어지는 단순 모임이 아닌 느낌이랄까요? 이 성격이 오래 유지되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이 뭘까 계속 고민 중입니다!
올해 7월에 당근크루 볼더링 파티도 진행했던데,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요?
더플라스틱, 서울볼더스 센터에서 강습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그때 참여한 이벤트가 결정적인 계기였죠. 찍볼대회(지정된 손, 발 홀드만 사용해 완등하는 게임), 통합볼더링(다른 강습생과 조를 이뤄 제한 시간 안에 함께 주어진 문제를 푸는 대회형 강습)을 참여하면서 우리 크루원과도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다른 크루에서 센터를 대관해 볼더링 대회를 진행했다는 소식을 들었죠. 센터도 빌릴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우리도 해볼까? 라는 의문에 다들 해보자! 해서 진행했어요.
파티를 주최하며 가장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한 가지씩 꼽는다면요?
기대 이상으로 정말 즐거웠어요. 모두가 파티 내내 즐거워해서 저도 좋았고 뿌듯함을 느낀 경험이 됐네요. 경쟁이 과열되면 어쩌나 싶었는데 크루들끼리다 보니 그렇지도 않아서, 사고 없이 안전하게, 잘 마무리되어서 다행이었죠.
힘든 점이라면 역시 준비하는 과정이었는데요. 크루원 각각 운동 수행 능력의 차이를 고려해 룰을 정하는 게 참 힘들었죠. 5월부터 준비를 시작해서 7월에야 파티를 했으니까요. 그래도 모두 힘을 모아서 잘 끝났다고 생각해요.
파티에서 당근크루만의 귀여운 굿즈도 많이 봤는데요! 자랑 좀 해주세요~!
처음 만든 건 크루 티셔츠인데요. 확실히 티셔츠를 만드니까 센터에서 누가 누군지 찾기 쉽더라고요. 다른 요청도 받아서 몇 가지 디자인 시안을 만들어 올려두었더니 키링이나 다른 티셔츠도 만들어서 하고 다니더라고요!
굿즈가 정말 예뻐요! 직접 디자인 하셨나요? 혹시 본캐가 디자이너~?
앗, 맞아요. 디자인을 전공해서 처음엔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그러다 석사 과정으로 경영학 코스를 밟으면서 어떤 프로젝트를 기획, 총괄하고 전략을 짜는 게 더 좋았고 제 적성에 맞는다고 느꼈어요. 디자이너와 마케터 모두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마케팅 업무를 더 중점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본업이 아닌 부캐로 크루장 역할을 하며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을 때 텃세가 느껴지지 않도록 어떻게 다가가야 좋을지 항상 고민해요. 저부터도 낯을 많이 가려서요. (웃음) 또 이벤트를 기획하고 진행할 때 크루원 대다수가 만족할 방법을 생각하는 일도 여전히 어렵고요. 리더라는 책임감도 느끼고요.
그래도 클라이밍 문제를 함께 고민해주고, 응원해주는 가족 같은 사람을 많이 만났으니까요. 제게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준 당근크루가 사라지지 않도록, 오래 유지될 수 있도록 지켜내고 싶어요.
어느덧 인터뷰도 막바지예요. 지켜보고 있을 크루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이렇게나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어 기쁘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좋은 관계로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당근크루 가입을 고민하는 분들께 한마디 한다면요?
동네 친구도 얻고 운동도 같이하고 싶다면! 고민 말고 당근크루로 오세요~
최최최종 질문이자 슬스레터의 공식 질문 드릴게요!
단비 님에게 클라이밍이란?!
“나이스!”
이 한마디면 클라이머들은 다 통할 것 같아요. (웃음)
ㅡ
뜻밖의 방법으로 크루를 결성해 우정을 쌓아가는 당근크루!
크루원 예은 님은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소중한 인연을 많이 만나서 정말 좋다”고 소감을 밝혔는데요. 혈연이 아닌 클라이밍이 맺어준 클연(?) 가족이라니 정말 멋져요.
앞으로도 멋진 인연 쭉- 이어가며 클라이밍 하시길 슬스팀이 응원할게요!
슬로우스타터 레터를 구독하고 싶다면?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87584
지난 슬로우스타터 레터를 보고 싶다면?
https://page.stibee.com/archives/187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