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전입니다 (8)
“다전아, 잠깐, 잠깐마안···!”
미지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훔치며 잠시 쉬었다 가자고 외쳤다. 엄마의 소리를 들은 다전이 앞서 뛰다 말고 돌아왔다. 연신 숨을 몰아쉬는 미지의 모습을 보며 다전은 수개월 전의 자신을 떠올렸다. 이제는 엄마가 막 달리기 운동을 시작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양손을 허리께에 올리고 숨을 고르는 미지의 모습이 낯설게 다가왔다.
“요즘 중간에 많이 쉬네? 엄마 어디 몸 안 좋은 거 아냐?”
다전은 슬며시 엄마의 손을 잡았다. 손이 축축하고 무엇보다 차가웠다. 얘, 에그그. 손 끈저억해지겠네. 미지가 잡힌 손을 조심스럽게 뿌리쳤다. 그 사이를 틈타 바람이 순식간에 훑고 지나갔다. 바람 탓인가. 다전은 자신의 손바닥을 무심코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엄마의 손을 놓고 뛰는 때가 점점 많아졌다. 나란히 달리는 일이 줄어들었다.
“우리 다저언이, 자알··· 뛴다아! 이제 엄,마, 보다 더, 잘하네.”
어느 정도 호흡이 안정적으로 돌아온 미지가 말했다. 멀뚱히 서서 엄마를 기다리던 다전은 손목과 발목을 돌리며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더 달리면 안 될 것 같은데. 엄마, 여기부터는 걸을까? 그러자 미지가 냉큼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지 마.”
또렷하고 단호한 목소리였다. 다전이 다시 엄마의 손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그래도···. 그 순간 미지가 환하게 웃으며 양손으로 다전의 어깨를 잡았다. 재빠르게 그를 앞으로 돌려세웠다. 어어? 다전이 얼빠진 소리를 냈다.
“뛸 때에··· 페이스 조절, 하느은 게 중요한 거어, 알잖아. 앞으로, 나가야지.”
괜찮아, 곧 뒤따라갈게. 미지가 말하며 다전의 어깨, 등을 계속 밀쳤다. 아프지 않으면서도 강하게. 다전도 슬며시 웃으며 슬쩍 돌아봤다. 아직 힘 남아있네. 미지가 얼른 가라며 앞을 가리켰다. 얼른 와! 다전은 제자리에서 가볍게 뛰다가 이내 속도를 올리며 달려 나갔다.
1km, 평균 속도, 6분 10초, 총 5km. 완료했습니다. 손목에 찬 스마트 워치에서 기계음 섞인 음성이 들렸다. 목표한 거리에 도달했다는 안내였다. 다전의 다리가 점차 느려졌다. 이윽고 완전히 멈춰 선 다전이 운동 앱을 껐다. 운동을 종료합니다. 무미건조한 안내 음성이 또다시 들려왔다. 다전은 몸에 오른 기분 좋은 열감을 느끼며 천천히 걸었다. 운동 후에도 찬찬히 걸으면서 적당히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고, 계속 달리려면 꼭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그녀에게 배웠다.
“엄마는 잘 뛰고 있으려나?”
다전이 뒤를 돌아봤다. 잘 닦인 트랙 위를 성실히 달리며 자신에게로 오는 엄마를 떠올리며. 으레 그랬듯이.
“···엄마?”
미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전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엄마를 찾았다. 고개를 쭉 빼어 강 너머에 있는 또 다른 트랙도 살폈다. 건너편 길에도 없었다. 다전의 걸음이 점차 빨라지며 뜀박질로 변했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엄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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