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스레터 #64
이틀만 머물기 무척 아쉬웠던 군산 여행기
스포츠클라이밍 선수권대회를 관람하기 위해 군산 여행을 결심했다. 이제 무얼 해야 할까? 교통편 예약? 숙소 예약? 아니! 클라이머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바로 로컬 암장 찾기!
‘군산 클라이밍’을 검색하니 총 5곳의 암장이 나왔다. 그중 한 곳은 대회가 열리는 현장이어서 제외, 한 곳은 부안군에 위치해 사실상 타 지역이라 또 제외했다. 남은 세 곳 중에서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골랐다.
1. 숙소와 가까운지
2. 영업을 일찍 시작하는지 (결승전이 4시여서 그 전에 후딱 운동해야 하니)
3. 볼더링 암장인지 (짧고 굵게 운동하려면 볼더링만 한 게 없지!)
총 두 곳으로 좁혀졌는데, 둘 다 수송동에 있었다. 군산의 유명 관광지인 초원 사진관, 근대역사박물관, 이성당, 내가 묵고 싶은 숙소와는 거리가 있어 택시를 타고 가야 했다. 일요일이었던지라 영업을 시작하는 시간도 오후 12시, 1시여서 다소 망설여졌다. 꼭 가야 할까⋯?
하지만 망설임도 잠시, 12시에 연다는 암장의 여러 후기와 영상을 접한 나는 ‘에잇, 가야겠다!’ 하며 장소를 저장했다.
선수권대회 마지막 날이 밝았다. 전날은 준결승전부터 결승전까지 모두 관람했지만, 오늘은 로컬 암장을 경험하는 데 초점을 맞춰 일정을 짰다. 클라이밍 센터가 문 여는 시간인 오후 12시부터 결승전 시작 전인 오후 3시까지 운동한 뒤 경기장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암장 문 바로 앞에서 내렸다. 홀드온클라이밍은 1층이라 접근성이 무척 좋았다. 통유리창으로 한 벽이 이뤄져 있어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 누가 봐도 이곳이 클라이밍 센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홀드를 바라보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입성!
들어가자마자 느낀 것은 ‘구성이 군더더기가 없다’였다. 1층은 벽과 세족실, 남자 탈의실, 외부 화장실로 향하는 문이 있었고, 2층은 여자 탈의실과 스트레칭 존이 있었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은 뒤, 스트레칭을 하며 벽을 흘끔흘끔 보았다. 문제가 있는 공간은 마주 보고 있는 두 개의 벽이 전부였다. 후기를 찾아볼 때 ‘암장이 작아 사람이 많으면 벽에 붙을 수 없다’, ‘다닐 수 있는 길이 좁아 지나갈 때 부딪히기도 한다’는 말이 있어 내가 풀 수 있는 문제가 적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3시간 30분 동안 정말 즐겁게, 알차게 운동하고 왔다.
버스도 자주 안 다니는 데다가, 관광지와 떨어져 있어 택시를 타야 할 정도로 가깝지도 않고, 게다가 규모가 작기까지 한데 왜 굳이 찾아갔냐고? 답은 간단하다. 문제가 재밌으니까!
군산 암장을 찾아보며 홀드온 인스타그램 계정을 알게 됐다. 그때 새롭게 세팅된 문제가 담긴 게시물을 하나하나 둘러보는데, 작다고 결코 만만하게 볼 곳이 아니었다. 파워, 밸런스, 코디네이션과 다이나믹한 문제가 전부 이 면적에 담긴다고? 싶을 정도로 작은 벽에 가지각색, 다양한 문제가 존재했다. 여기에 블로그 후기를 보니 다들 문제 난이도가 무척 맵다고 얘기하면서도 정말 재밌다고 했다. 매운 암장을 딱히 기피하지 않는 나로서는 안 갈 이유가 없지. (서볼에서 다져진 맷집�) 무엇보다 이곳에서 운동하는 클라이머들은 어떤 무브를 보여줄지 기대됐다.
홀드온에 머무른 3시간 30분 동안 이렇게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한 게 얼마 만인지 생각했다. 그동안 규모가 큰 암장에 다닐 때는 한 문제를 풀고 그 다음 문제를 풀기 위해 왔다 갔다 하느라 몸이 식곤 했다. 이곳에선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여러 유형의 문제를 접할 수 있고, 재밌으니까 계속 계속 홀드를 잡으니 금세 땀이 났던 것.
문제가 터무니없이 어려우면 벽에 붙을 의욕도 안 날 텐데 ‘왜 떨어질까?’ 충분히 생각한 후 오르면 완등으로 이어졌다. 한 발짝씩 나아가는 성취감까지 자꾸만 생기니 경기장으로 향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군산에 하루만 더 있을래!
여행할 때면 로컬 암장에 방문해 오랜 시간 운동했는데 이번 여행은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 무척 슬펐다. 또 다른 볼더링 암장인 군산스포츠클라이밍센터, 경기장으로 활용돼 경험하지 못한 인공 외벽이 있는 군산클라이밍센터 등 다음엔 모두 가보고 싶다. 정말이지, 못내 아쉽다. 하지만 이렇게 아쉬움을 남겨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으리라.
1. 도착하자마자 이성당으로 달려가기
- 추천 빵 : 단팥빵, 생크림 앙금빵, 크루아상 샌드위치, 치즈센베
2. 양 손 가득히 빵 봉투를 들고, 든든한 마음으로 로컬 암장 가서 운동하기
3. 빈해원에서 물짬뽕 or 사천짬뽕과 맥주로 얼얼한 마음 달래기
4. 감성 가득한 숙소에서 혼자 또는 친구와 야식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기
이외에도 함께 방문하면 좋은 곳!
- 군산 특산물인 흰찰쌀보리, 검은콩·검은깨 선식이 들어가 건강하고 맛있는 중동호떡
- 바다 내음을 즐기며 풍류를 마시는 수제맥주집 군산비어포트- 게장을 안 좋아하는 사람도 푹 빠져드는 현지인 맛집 수경식당- 군산에서만 접할 수 있는 출판물과 다양한 장르의 책이 있는 독립서점 마리서사
협업 문의 : slowstarter@slowstar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