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요즘 들어 인생을 살아가며 내가 제일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아마도 연말이 다가와서, 새로운 사람들과 일을 만나서인 것 같다. 뇌에 새로운 자극이 들어오니 그것에 적응하고자 팽팽하게 머리가 돌아가는 느낌. 하루하루 바쁘게 살면서도, 내가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성격의 사람이 되어있든지 간에 지금의 삶과 앞으로의 삶에 이것만큼은 잃지 말았으면 하는 것들을 생각했다.
몇 번이고 생각해보았지만, '사랑'만큼은 잃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
누구나 그렇겠지만, 사람을 향한 양가적인 감정이 있을 것이다.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과 한편으로는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을 미워하고 경계하는 마음. 사람에게 상처받은 기억이 있어 정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
나 또한 그렇다. 하지만 나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사람에게 상처받은 기억이 많은 사람일수록 결국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 또한 넘쳐나는 경우가 많더라. 일반화할 순 없겠지만.
어릴 적 시나 자기계발서보다도 소설에 마음을 뺏긴 이유도 그랬던 것 같다. 이야기 속 인물의 사연에 마음이 쓰여서. 그들이 행복해졌으면 싶어서. 자라서 에세이를 더욱 찾아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에세이를 쓴 저자를 더 알고 싶어서, 그의 삶이 내게 스미는 것 같아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보게 되어서.
나는 왜 사람을 좋아할까, 정확히는 왜 타인의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할까.
결국 나의 경험을 거쳐 형성된 성격이 아닐까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외로움을 느낄 때마다 그때 타인이 베푼 온기가 내게 큰 힘이 되었으므로. 그 온기는 대게 안부를 묻는 인사나 진솔한 대화였다.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나라는 존재가 그래도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갈 만한, 사랑 받을만한 존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남을 무척 의존하는 성격의 사람이 된 것 같지만,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혼자서 잘 살다가도 때로는 그래도 내가 이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가치를 확인받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올해 봄부터 가을까지는 그동안 2n년간 살면서 받은 온기의 순간을 까맣게 잊어버렸을 정도로,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나라는 사람은 어떤 노력을 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인지, 외형적인 미를 더욱 갖춰야만, 노력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는지(이 고민은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중이다) 고민하고 슬퍼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그 시간을 견디고 이겨낼 수 있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사람과 사랑이었다. 그들이 건넨 온기를 느끼며 사랑받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모든 사람은 사랑스러운 존재임을 알았다. 상처받는 한이 있어도 결국 사랑스러운 존재를 향해 마음이 쓰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하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애쓰지 않아도 사랑스러운 존재, 라는 이야기는 내게도 해당될까. 자존감이 낮은 나는 아직도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받으려면 부단히도 노력해야 할 것만 같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외로워질 때마다 온기를 전해준 편지를 펼쳐보고 있다. 요즘 생긴 새로운 취미(?)라고 할 수 있다. 오빠가 내게 마음을 전할 때 준 편지와 우리가 처음 만난 날로부터 100일째 되던 날, 카페에 나란히 앉아 각자 써서 주고받은 날 받은 편지를 읽는다. 그가 쓴 문장을 읽고 있는 순간만큼은 유일무이한 존재가 된 것 같다. 문예창작을 전공한 나보다도 유려한 문장을 구사하고 있어서 위기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의 문장을 보고 있으면 그를 더 알아가고 싶고, 역시 나는 사람에게 벽을 세우는 일은 못 하겠다 싶기도 하다. 비단 그 뿐만 아니라, 타인의 속에 있는 이야기는 분명 사랑스러울 것임을 올해를 지내며 깨달았기 때문에. 그 깨달음이 내 안에 있는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이후의 내용은 그가 내게 준 문장들. 자랑 겸 이곳에도 써본다. 오빠가 또 민망해 할지도 모르겠네.
- 과학자들은 대체 왜 원자보다도 작은 양성자를 부딪혀 쪼개보고 싶어 할까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보고 싶으니까요. 보고 싶다. 이 말을 하려고 뜬금 없는 입자가속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 감정은 마치 식사를 하는 것과 같아서, 빠르면 체하고, 많으면 탈이 난다고 해요. 결심한 방향으로 노력하는 것 또한 지켜야 할 스스로의 약속이었다고 생각하고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왜 하필 물은 0도에서 얼고 100도에서 끓을까요? 물은 자기가 얼 때 0도인지, 끓을 때 100도인지 모르잖아요? 그건 사람이 정했기 때문이에요. 그만큼 0과 100은 사람에게 중요한 숫자인 거예요. 열심히 에너지를 모아 새로운 변화가 시작될 때, 그때가 0이고 100인 거죠.
- 100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이제 얼추 알겠습니다. 오늘, 100이라는 숫자가 부여된 날을 어떻게 특별하게 보낼까 생각하다가 이렇게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이 마음을 전하는데 100이라는 숫자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