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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mita Feb 18. 2023

ADHD 인간관계론

ADHD를 위한 인간관계 조언 12가지

1) ADHD 자체를 무한 긍정, 무한 신뢰하자

ADHD의 인간관계의 모든 핵심과 기본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ADHD는 부정할 수 없는 나의 일부이다. 평생을 함께 해야 하는 동반자이다. ADHD는 완치의 개념이 아닌 하나의 특성이다. 약물 치료, 상담 등을 통해 ADHD의 단점을 조절할 수는 있지만 ADHD 자체를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ADHD인 나 자신에 대한 무한 긍정과 신뢰로 나아가야 한다. ADHD인은 흔히 ADHD를 증오하고 경멸한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애증의 관계에 있다. 하지만 ADHD에 대한 긍정과 신뢰 없이는, 즉 나와의 관계에 대한 긍정적 변화 없이는 다른 인간관계의 근본적인 개선도 기대할 수 없다. ADHD로 인해 저지르는 실수나 잘못까지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이 있다면 인정하되 나의 자존감을 깎아내리지는 말자. 나는 그 자체로 무한히 소중한 존재이다. 무한히 아껴주어야 하는 존재이다. 나의 일부인 ADHD 또한 그렇게 받아들여야 한다.


2) 내가 ADHD임을 밝힐 이유도 없지만 숨길 이유도 없다.

'주변 사람들에게 ADHD임을 밝혀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주제일 것이다. 나는 ADHD임을 밝히는 것은 여자친구 유무를 밝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다. 사람마다 다르다는 의미이다. 누군가는 내가 여자 친구가 있음을 밝히기도 하고 친한 지인들에게까지 숨기기도 한다. 그냥 사람마다 각자 판단할 문제이다. ADHD임을 밝힌다고 특별히 해가 될 것도 없고 숨긴다고 특별히 득 될 것도 없다. 주변 사람들이 알든 모르든, 난 여전히 ADHD이다. 변할 것은 없다.

다만 ADHD임을 숨기는 마음의 이면에는 나의 ADHD를 인정하지 못하거나 ADHD의 단점 위주로 생각한다는 점이 있을 수 있다. ADHD임을 밝히는 심리 이면에는 ADHD로 인해 발생하는 실수나 잘못을 남들이 욕하지 않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남들이 나의 힘든 삶을 인정해 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깔려있을 수 있다.

난 친해지면 ADHD임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 반응이 없다. 원래 그런 것이다. ADHD임을 밝히는 것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


3) 비교는 금물이다.

ADHD인들에게 늘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나는 그대들을 너무도 존경하고 경외한다는 것이다. ADHD는 남들과 다르다. 남들과 다른 출발선상에 서있는 사람들이다. 차포없이 장기를 두는 사람들이다. 공부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그렇다. 쉽게 대인기피증이 생기고 남들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매케니즘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비교를 하곤 한다. ADHD가 아닌 사람들을 보면서 괜히 열등감이 든다. 동일한 노력을 들여서 더 효율적인 성과를 내는 사람들을 보면 질투가 난다. ADHD가 없는 '평범'한 사람들을 보면 부러움이 앞선다.

하지만 비교는 자존감을 갉아먹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해친다. 오히려 우리는 비교가 아닌 스스로를 격려해 주고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 오은영 박사님의 방송 프로그램에 나오는 많은 아동 ADHD와 성인 ADHD 연예인들의 삶과 고민을 보아라. ADHD는 인간관계로 인해 정말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아픔을 겪는다. ADHD가 이만큼 했다는 것만으로 대단한 것이다. 나를 격려해 주고 비교하지 말자.


4) 전문가의 도움을 받자.

정신과에서의 약물 치료만으로도 과잉행동성과 부주의가 많이 줄어든다. 약물치료를 통해 눈치 없는 행동과 말 등이 많이 줄어든다. 주위 사람들을 떠나가게 하는 부정적인 사고관은 상담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 내가 전보다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주위 사람들이 먼저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나빠졌던 인간관계도 다시 회복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주저하지 말자.


5) 계속 사람들 속에 있자

사람을 만나는 게 싫증 난다는 이유로 계속 회피하기만 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되기만 할 뿐이다. 오해가 쌓이고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하면 더욱 대화하기 싫어진다. 관계는 더더욱 멀어진다. 비록 슬럼프가 있고 인생의 힘든 시기가 있더라도 그저 사람들 속에 있자. 사람과의 관계는 그 자체로 ADHD의 강력한 치유제이다.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행복과 만족을 촉진한다.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 겪는 문제들은 시행착오를 통해 점차 개선이 가능하다. 피하면, 더 악화될 뿐이다.


6) 관심 있는 주제로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만나자.

ADHD는 흔히 '주의력 결핍'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ADHD의 다른 이면은 주의력 과잉이다. 내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사람들과 할 대화 주제가 없다 힘들다면 내가 관심 있는 분야, 취미, 주제를 중심으로 동호회, 동아리, 모임에 가입해 보자. 축구, 농구, 달리기, 등산 등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관련 동아리나 동호회에 가입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진 빠지는 대화 없이도 사람들과 몇 시간 함께 어울릴 수 있다. 함께 땀 흘린 이후에 나누는 대화는 억지로 끌어내야 하는 대화보다 더 값지고 깊이 있다. 독서를 좋아한다면 독서 모임에 나가 책을 중심으로 토의해 보자. 사람들과 어떤 주제로 대화해야 할지 고민이 덜어질 것이다.


7) 단체보다는 적게 사람을 만나자.

ADHD의 인간관계 실수는 다수의 사람들과 단체로 만날 때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사람이 많을수록 더 많은 소스에서 정보가 다량으로 쏟아져 들어와 ADHD 두뇌에 가공하고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수의 사람들과의 만남보다는 소수의 사람들과의 잦은 만남이 ADHD에게 더욱 적합하다. 나의 경우에도 친한 사람 한 명과 만나는 자리에서 더욱 생산적이고 집중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는 엉뚱한 말이나 행동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고 기가 쉽게 빨려서 대화에 참여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렇다고 다수의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를 너무 피하려고 하진 말자. 가끔은 기분전환이 필요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8) ADHD가 인간관계에 어떻게 악영향을 주는지 공부하자.

ADHD인들은 흔히 내가 남들과 다르다고 느낀다. 쉽게 압도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휘둘리고, 쉽게 부끄러워하고 내가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다시 실패할까 봐 두려워한다. 오히려 그 때문에 인정받기를 갈구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ADHD가 흔히 가지는 특성 중 일부이다. ADHD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인간관계를 방해하는 특성들이 잘못이 아닌 ADHD의 특성임을 이해하자. ADHD를 관리하고 어떻게 방해 요인을 조절할지 고민해 보자. 이것을 인정하고 알아차리는 것 자체만으로 증세와 불안이 많이 개선된다.


9) 다시 물어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ADHD는 작업기억력에 문제가 있다. 십 년 전 여행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어도 방금 친구가 무슨 말을 했는지를 바로 까먹는 것이 ADHD이다. 집중이 들었다 빠져나갔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대화에 집중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일상적 대화 속에서도 말의 맥락을 헤맬 때가 있다. 그럴 땐 다시 물어보면 된다. 다시 물어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오히려 더 상대의 말을 빠짐없이 기억할 수 있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10) 일을 줄이자.

여유가 있어야 대인 관계도 좋아진다. ADHD는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뇌의 여유공간이 부족하다. 과잉행동적 증세로 인해 여러 가지 일을 벌여 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것 또한 ADHD의 흔한 특성이다. 이렇게 본인을 갈아 생활한다면 쉽게 지친다. 사람을 만날 에너지도 남아 있지를 못한다. 마음의 에너지가 충분해야 인간관계도 신경 쓰고 발전할 수 있다.  


11) 감정의 기복을 조절하자.

명상, 긍정적인 생각, 친구와의 잦은 만남, 운동 등으로 나의 감정 기복을 조절하자. 정신과에서 처방받는 감정 기복을 조절하는 약물도 좋다. ADHD가 흔히 가지는 공존질환, 감정 기복 등도 ADHD와 함께 다루어주어야 한다. ADHD 자체뿐만 아니라 그에 수반되는 특성들도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준다.


12) 나중에 거절해도 좋다.

ADHD는 쉽게 거절을 못한다. 즉시 그 자리에서 거절을 하지 못한다. 필요한 정보와 판단을 제때 꺼내는 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시선에 많이 신경 쓰는 경우도 많다.

그 자리에서 거절의 목소리가 바로 나오지 않는 다면 나중에 거절해도 괜찮다. 그 자리에서 얼떨결에 수락한 것처럼 느껴진다면 나중에라도 정중하게 내 사정을 설명하면 된다. 내가 감당하지 못할 부탁은 나중에라도 거절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유익하다.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자책할 필요는 전혀 없다. 우리는 흔히 그런 경향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특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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