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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mita May 05. 2023

저희 애도 나중에 사람 구실 할 수 있을까요?

Paramita의 ADHD 상담소 사연 1

상담자님의 사연과 질문

유치원 6세에 풀 배터리검사받고 ADHD 경계성인데 그때는 검사가 정확하지 않다고 하셔서 놀이치료 미술치료 모래놀이치료받았습니다..  근데 충동성이 전혀 좋아지질 않아서 8세 때 다시 풀배터리 및 캣검사받고 전형적인 과잉행동형 ADHD라고 하셔서 바로 콘서타 시작했는데 구토 복통 부작용이 너무 심해서 끊고 메디키넷으로 다시 5mg으로 시작해서 지금 15mg, 점심 5mg,  토탈 20mg 먹고 있어요. 몸무게 23kg이고요. 맞는 약 계속 찾아가고 있는데.. 빨리 약이 잘 맞았으면 좋겠어요...


상담치료도 함께 병행했는데 지금도 학교 상담 선생님께 주 2회 가고 있습니다


질문은 사실.. 저희 애 같은 애도 나중에 사회에서 사람 구실할 수 있을까..  커서 지금보다 더 나쁜 사람이 되면 어쩌지..  범죄를 일으키고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면 어쩌지.. 그 생각이 가장 힘듭니다..


지금은 학폭 얘기 정도지만.. 성인이 돼서 민형사 사건으로 가게 될까 봐 가장 두렵습니다.. 그래서 화를 못 참고 공격성이 나올 때마다 저게 ADHD 랑 분노조절장애랑 뭐가 다르지? 우리 애가 분노조절장애인가 그런 생각도 듭니다..


물론 아무 이유 없이 친구들을 때리는 건 아니에요.. 주변친구들이 놀리거나 욕을 하면.. 하지 마 기분 나쁘잖아라고 말을 하거나 선생님께 도움을 구해야 하는데  주먹이 항상 먼저 올라가서 늘 가해자가 되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 친구들도 쟤는 이상해 쟤는 폭력적이야, 쟤는 깡패 새끼야 라고 하면서 피하니 아이가 자존감도 낮아지고.. 주변 학부모들도 저희 애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선과 생각을 갖고 계셔서 저에게도 호의적이진 않으세요..,


그나마 지금 긍정적인 부분은 메디키넷 복용 후 공격성은 현저히 줄었습니다...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닌데.. 한 번씩 사고를 크게 쳐와서.. 먼저 맞게 되면 100배로 갚아주는 성향이 있습니다... 왜 그랬냐고 물으면 걔가 먼저 나를 공격했기 때문에 나는 반드시 갚아줘야 한다!!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유전적인 것이 가장 크다고 하셨는데.. 저희 집 누구도 공격성향을 가진 사람이 없어요..

저는 초중고대학까지 피아노 전공해서 지금 피아노선생님이고.. 초5 큰 애도 지금까지 한 번도 학교에서 문제 일으킨 적이 없고 남편도 자기 일을 잘 해내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둘째만 ADHD에  충동성, 공격성, 산만함이 끝판왕인 건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사실 이번 주 병원진료가 있는데.. 저도 약을 처방받아야 할 거 같아요

애 학교 보내고 나면.. 심장이 뛰거든요... 그래서 작년에 신경안정제도 먹었었어요..

아이가 좋아지면 저도 좋아지고.. 아이가 나빠지면 저도 멘털이 흔들려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도.. 가끔은 내 아이가 왜 문제아 낙인을 찍히고 나는 왜 문제아 엄마가 되어야 하나..

라는 게 인정이 안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런 거 같아요.. 특히 다른 엄마들이 저한테 전화해서 애 똑바로 키우라고 할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그리고 저는 늘 사과해야 하고.. 죄송하다고... 빌었어야 했어요... 자식을 위해서 당연히 해야 하는 걸 아는데도.. 마음이 쉽지가 않았어요..


그래도 제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아이 때문에 저는 동네에서도 왕따거든요^^;;; 주변엄마들이랑 관계도 나빠져서.. 브런치모임에 저는 껴주지도 않아요^^;; 예전에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데.. 엄마들이 제 뒤에서 바로 저 들리게.. 저 엄마가 땡땡이 엄마잖아.. 아 ~ 걔 엄마가 저 엄마야?

아니 애를 도대체 어떻게 키운 거야?.. 애는 저렇게 키우고 자기는 저렇게 돌아다니는 거야?라고 한 소리를 들은 적 있었어요... 그때부터 쉬는 날에도 카페 가는 것도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골프도 모임도 쇼핑도 다 끊었어요.. 암튼 제상황은 그래요.. 그래도 아이를 포기할 수 없으니.. 계속 치료하고 있는 거고요..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가고 있어요...


담임이 계속 전학권유했지만.. 여기(오픈 카톡방)서 힘 얻어서 담임 전학권유에도 담대하게 버텨내가고 있어요~^^ 아줌마가 말이 너무 많았습니다 죄송해요~^^


Paramita의 ADHD 질문 별 상담

1) 맞는 약을 찾아가고 있는 부분

충분히 잘해주시고 있는 것 같습니다!! adhd를 인정조차 하지 않고 여러 검사를 받지 않으려는 부모님들도 많으신데 어머님께서는 선제적인 조치를 통해서 너무 현명하게 잘 대처해 주셨습니다! 약은 맞는 용량과 종류를 꾸준히 찾아가야죠 ㅎㅎ


2) 상담치료를 병행하고 계신 부분

이 부분도 너무 잘해주시고 계십니다!! adhd 아동 전문 상담가에게 직접 도움을 받는 것이 너무 필요하지요. 하지만 저도 아동 상담 관련해서 많이 아는 바는 없어 더 드릴 말씀은 없네요 아이를 위해서 정말 많은 것을 하고 계신 점! adhd 치료 없이 불행한 세월을 살아온 저로서는 너무 부럽기도 하고 아이를 대신해서 감사하기도 하네요


3) 저희 애 같은 애도 나중에 사회에서 사람 구실 할 수 있을까요?


3-1) '저희 애 같은 애도'라는 말은 adhd 부모로서 절대 사용하셔서는 안 되는 말입니다. 

물론 많이 지치고 힘드실 것입니다. 제가 직접 체험한 것도 아니기에 함부로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철저하게 저의 경험을 토대로 중증 adhd 아동의 입장에서, 그리고 부모의 역할과 관련된 저의 생각에 의거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그 자체로 존귀하고 고귀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이 시대에, 특히 adhd와 같이 어려움을 겪는 아동의 부모님은 이 사실을 꼭 명심하고 반복적으로 주지시켜주셔야 합니다. adhd가 행하는 소위 말하는 '나쁜 행동'은 절대로 '의도'와 '의지'의 영역이 아닙니다. 저 또한 초등학교 중학교 내내 은따, 왕따를 당해왔었습니다. 옆의 친구에게 난데없이 '나 네가 정말 거슬려, 꺼져, 꺼지라고!'라는 만화의 대사를 난데없이 말하기도 했습니다. 저희 어머님이 반 친구들에게 선물하신 초콜릿을 친구 한 명에게서 빼앗기도 하고요. 부모님이 자고 계실 때 식칼을 들고 부모님을 찌르는 상상을 하기도 했습니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 절대로 부모님을 죽이려는 의도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통제가 되지 않을 뿐이었습니다. 저의 인생이 지옥이니 그 원망이 부모님에게 향한 것이 아니었을 까 싶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차 성인이 되며 사회화가 되고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쌓이면서 과격한 adhd 성향은 줄어들게 됩니다. 특히나 어머님의 자녀분은 치료까지 병행하셨으니 그 효과가 더욱더 좋아질 것입니다. 치료 시작을 안 했을 때와 비교하면 훨씬 더 말이죠.


3-2) '사람 구실 할 수 있는가'

당연합니다. 이건 제가 확신합니다. ADHD 중에 사업가, 노벨상 수상자, 의사, 변호사, 치과의사, 교사, 예술가, 발레리나, 연예인, 건물주 등등 ADHD임에도 성공한 사람들, 잘 살아가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사실 전 직업군에 다 ADHD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사람 구실이라뇨... 사람은 그 자체로 존귀한 존재입니다. 누구든 사람은 사람답게 살 권리와 능력이 존재합니다.


4) 지금보다 더 나쁜 사람이 되면 어쩌지... 범죄를 일으키고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면 어쩌지... 그 생각이 가장 힘듭니다.

나쁜 사람이라뇨... 지금 가장 힘든 사람이 누구일까요. 어머님일까요, 주변 친구들일까요, 주변 학부모님들일까요. 아닙니다. 바로 자녀분입니다. 중증 ADHD 아동의 삶을 직접 경험해 본 저로서는 이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너무나 공감이 가네요. 특히 본인 때문에 부모님이 고생하시는 것을 얼마나 힘들어할지... 그 부분도 안타깝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ADHD는 특성일 뿐입니다. 증세가 더 나쁜 사람에게, 특히 어린 시절에 공격성 충동성이 격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본인이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을 찾는 다면 본인의 역량을 한 없이 키워나갈 수 있는 힘이기도 합니다.  아직 자녀 분께서 본인의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일 수도 있어요.


5) 메디키넷 복용 후 공격성은 현저히 줄었습니다.

 너무 좋은 예후입니다 ㅎㅎ


6) 걔가 먼저 나를 공격했기 때문에 나는 반드시 갚아줘야 한다!!

 두 가지 측면이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ADHD에 의해 또래 경험의 어려움으로 인한 낮은 자존감, 두 번째는 ADHD에 의한 정서 조절의 어려움입니다. 그럴 때마다 주지 시켜주세요. 그 친구가 뭐라 하든 넌 소중하고 존귀한 존재야!! 그 누구도 네 자존감을 건드릴 수 없어!! 그리고 때린 부분에 대해서는 네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으면 그랬겠니... 공감해 주시되 때린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려주세요! 정서 조절은 아이와 함께 꾸준히 호흡 명상을 하면서 나아질 수 있어 보이네요... 이 부분 궁금하시면 나중에 여쭤봐주세요!


7) 유전적인 것에 대한 부분

부모가 ADHD이면 자녀가 ADHD일 확률이 높아지긴 하지만 부모가 ADHD가 아니라고 자녀가 ADHD가 반드시 아니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유전'이란 것의 의미를 잘 이해해야 하는데, 진짜 쉽게 예를 들면 아버지에게 '똑똑'-'바보' 유전자가 쌍으로 있고 어머니에게 '똑똑'-'바보' 유전자가 쌍으로 있다고 칩시다. 이 경우 아버지 어머니 둘 다 똑똑 유전자가 드러나서 지능이 좋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녀가 낳을 때 자녀가 아버지 어머니에게 각각 바보 유전자를 받았다고 치면 부모님의 지능이 좋아도 자녀의 지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건 그냥 비유적인 사례이지 ADHD가 바보라는 것은 아닙니다 ㅎㅎ ADHD가 집안에 없어도 갑자기 ADHD가 있는 자녀가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거예요


8) 내 아이가 문제아 낙인을 찍고, 왜 나는 왜 문제아 엄마가 되어야 하나

 인정이 안된다고 하셨는데 당연히 인정할 사항이 아닙니다. 내 아이는 문제아가 아닙니다. 남들과 많이 다른 점에 의해서 고통받고 있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입니다. 어머님은 그런 자식을 끌어안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위대한 어머니이죠. 저한테 애 똑바로 키우라고 하는 주변 학부모가 있다고요? 무조건 그 사람들이 잘못된 것입니다. ADHD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와 지식, 존중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그 행동에는 문제가 있는 것이 맞을 수 있고 그렇게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ADHD 인생을 살아본 사람으로서는 그 부모님들이 과연 본인 자식이 ADHD여도, 본인이 ADHD여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듭니다. 험담을 하는 부모들이 잘못된 것입니다. 왜 어머님이 눈치를 보시죠? 당신은 위대한 어머니입니다. 그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고통과 책임감을 가지고 투쟁하고 계신 분입니다. 절대 눈치 보지 마세요.


9) 마무리 말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보시면 아마 많이 울으실 것 같네요 ㅎㅎ 아마 저의 말보다 그 영화를 통해 더 얻는 것이 많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포레스트 검프의 검프 부인을 뵙는 것 같습니다 ㅎㅎ


※ 본 글은 오픈 카톡방 'Paramita의 ADHD 상담소'의 상담 내용을 편집한 내용입니다. 전문 상담가가 아닌 일개 대학생의 견해일 뿐이니 참고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톡방을 통한 상담을 진행하면서... ADHD 자식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부모님의 사연을 접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부모님은 또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 생각에 뭉클해지더군요. ADHD의 기억과 경험을 글로 공유하는 일의 보람과 사명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아는 것이 적은 제가 섣불리 조언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느껴지더군요. 성인 ADHD뿐만 아니라 아동 ADHD에 대해서도 공부하면서 많은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사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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