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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mita Jun 10. 2023

ADHD는 장애일까, 특성일까

내가 ADHD를 성향으로 생각하는 이유

ADHD계에서 유명하신 김강우님께서 쓰신 글 전문입니다.   

이 질문을 adhd진단자가 받으면 다양한 의견이 나옵니다. "단순히 성향이다"라고 말하는 사람과 치료가 필요만 "질병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심지어 국가에서 지원이 가능한 장애등록이 필요하다고 하는 분도 계십니다. 대답들을 잘 보면 어떤 경향성이 있는데, 그건 대답하는 사람의 사회경제적인 위치에 따라 답이 나뉜다는 것이지요. 전문직이나 고연봉 또는 교사 등 안정적인 직업을 성취한 adhd인들은(adhd의 어려움이 이런 높은 성취 이후에 발견되고 진단받은 경우) 성향이라고 주장하는 편이고, 그렇지 않은 경유, 특히 실패를 주로 거듭한 경우(지능이나 기능 등 능력과 상관없이 결과위주로 살펴봤을 때)는 지난 삶 자체에 대해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질병이라고 하는 편입니다. adhd증상이 넓은 스펙트럼 양상을 보인다는 것은 요즘엔 더 놀랍지 않은 상식이기 때문에, 같이 adhd를 진단받았더라도 의견이 서로 나뉘고 통일되지 않는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긴 합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adhd는 어떻다 하는 접근이 아닌 개인의 기능과 개별적 상황 등을 고려해서 개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걸 한번 더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각자 자신의 상황을 기준으로. 해서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의 의견에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설득하려고. 하는 건 어쩌면 무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의. 생각이 공감되지 않더라도, 인정과. 수용할 수 있어야 하며, 감정적이 되는 것을 경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내 의견이 중요한 만큼 남의 의견도 중요하다)



이 글을 읽고 사실 조금 부끄럽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ADHD가 장애가 아닌 성향이라고 믿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는 제가 학업에 있어서 높은 성취를 달성하였고 치과의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이 보장된 대학생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간헐적으로 듭니다. 시험 기간인 요즈음, 그리고 의료 지식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평소에도 ADHD가 얼마나 공부에 방해되는 지를 보면서 ADHD를 원망하기도 합니다.

ADHD 상담 톡방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특히 ADHD 자녀를 둔 부모님의 사연을 들어보면 ADHD의 장점 위주의 접근 방식이 비현실적이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저는 ADHD는 놀라운 초능력이 될 수 있으며 사회 전반적으로 그런 인식이 더 확산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는 ADHD 연구와 논의가 많이 진행된 미국에서 널리 퍼진 인식이기도 하며, ADHD에 대한 인식이 처참한 우리나라에 더없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래야만 ADHD를 회피하는 ADHD인들이 ADHD 치료를 시작할 수 있고, ADHD 치료 중인 ADHD인들이 단점을 극복하고 자신의 재능과 가능성을 무한히 뽐낼 수 있으며, ADHD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ADHD 장점 위주의 접근 방식이 ADHD의 단점을 무시하고 부정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ADHD임에도 서울대에 합격해서 하는 자랑도 아닙니다. 저는 ADHD가 개인에게 줄 수 있는 고통과 지옥을 20년 넘게 겪어 보았고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공감합니다. 단지 ADHD는 변할 수 없는 현실이며, 그를 극복하기 위한 최고의 대안이 장점 위주의 접근 방식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단점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가 남습니다. 그래야 복잡하고 불안한 현대 사회를 살아갈 수 있습니다.

ADHD이든, ADHD가 아니든, 요즘 세대를 살아가는 데 가장 핵심적인 생존 전략은 무한한 자기 신뢰와 사랑입니다. ADHD임에도 성공을 거둔 당신도 대단한 사람이고, 실패를 주로 거듭했던 당신도 ADHD임에도 여기까지 버텨오고 살아온 위대한 사람입니다. ADHD는 '나'를 건드릴 수 없습니다. 나는 그 자체로 위대하고 존귀한 사람입니다.

ADHD를 성향으로 믿는 것은 제가 순진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저는 그런 방식으로 삶의 고통과 투쟁해 나갈 것이며, ADHD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도움을 주고자 하는 꿈이 있습니다.

ADHD를 장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잘못되었다는 말이 전혀 아닙니다. ADHD가 '장애'일 지언정 그 사실 혹은 믿음이 '나'를 건드릴 수는 없습니다. 나의 자존감에 생채기 하나 낼 수 없습니다. 삶이 나를 여러 번 힘들게 하고 고통스럽게 해도 있는 그대로의 나는 있는 그대로 소중한 존재입니다. 금방 회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입니다. ADHD 자체를 무한 신뢰하고 긍정하고 나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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