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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mita Jul 14. 2023

서울대인데... 나 ADHD 아닐까?

나는 다른 서울대생들과 너무 달랐다 

ADHD 아닐까?


 문득 이런 의심이 들었다. 어느새 불현듯 떠오른 이 생각에는 논리적인 근거나 이유가 없었다. 적어도 그 당시로서는 그랬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이야 내가 '심각한 수준의 ADHD'임을 진단받고 인지하고 있지만 그때는 무지한 상태였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상황이었어서 내 머릿속은 정리되지 못한 채 오만가지 생각이 뒤죽박죽 섞여 혼돈 그 자체였다. ADHD가 어떤 질환인지, 증세가 무엇인지, 진단을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인터넷으로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서울대 치대생인 나는 필요한 간단한 정보를 구글에 검색해 찾아보는 일조차 하지 못했다. 


도무지 납득이 되질 않았다. 나는 서울대생이다. 그중에서도 꽤 높은 과인 치의학대학원을 다니는 학생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간단한 블로그 글을 읽고 정보를 습득하는 일조차 불가능했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그냥 공부만 잘하는 멍청이정도로 치부했지만 대학생이 되어 이런저런 일을 겪다 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공부 이외의 경험이 부족한 것을 원인으로 치부하기에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기억도 제대로 나질 않고 자세히 길게 글로 써 내려가기 귀찮아 굳이 모두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여하튼 나의 대학 생활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어린 시절부터 줄곧 그래왔던 것 같다. 이건 '정상적'인 삶이 아니다. '평범'한 인생이 아니다. 당시에는 명확히 인지하지는 못했지만 무의식 속에서 나마 문제의식을 느꼈던 것 같다. 


불안 증세가 너무 심해 정신과를 방문했다. 당시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계시던 아버지가 다니시던 고향의 정신과였다. 정신과 데스크에 ADHD 검사 관련 안내 문구가 쓰여 있었다. 충동적으로 ADHD 검사를 받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소위 말하는 CAT 검사였는데 6개 항목 중에서 2개 이외에는 모두 정상으로 나왔다. 그 2개 항목이 비정상이 나왔던 이유는 망가진 생활 습관으로 인해 검사를 하면서 졸았기 때문이었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께서는 '서울대생이 어떻게 이런 수치가 나올 수 있느냐'며 재검사를 권유하셨다. ADHD에 대해 참 무지한 양반이셨다. 10만 원이나 되는 검사를 다시 받기 부담스러워서 거절을 했다. 


학기 중에 약 처방을 위해서 다닌 서울의 정신과에도 내가 'ADHD인 것 같다'며 문의를 드렸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어린 시절에 ADHD가 없었는데 성인이 되어 ADHD가 생기지는 않는다'이었다. 그러면서 항불안제를 처방받았지만 항불안제에 딱히 큰 효과를 느끼지 못해 스스로 약 복용을 지속하지 못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공존질환으로 정신과에 내원하였다가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ADHD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야 근원적인 문제해결이 가능한 경우가 꽤 있다고 하더라. 여하튼 그 당시의 나는 그랬었다. ADHD 관련해서 정신과의 첫 이미지는 별로 호의적이지 못했다. ADHD 치료를 일찍 시작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쳐버린 것 같아 원망스러운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ADHD 의심의 첫 번째 시절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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