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치료 초반 2022년의 글
※ 본 글은 약물치료 초반 2022년 2월 28일에 ADHD 커뮤니티 에이앱에 적은 글입니다.
새벽 감성으로 순간적으로 휘몰아치듯 쓴 글이었습니다.
사실 평소의 생각은 아니고 순간적으로 폭발한 울분을 담아 쓴 글이었는데 갑자기 무수히 많은 댓글이 달리고 명예의 전당에 올라가 많이 당황했었습니다. 맞춤법이나 비문 따윈 신경 쓰지 않은 순간적인 감정에 막 썼던 글이었는데 말이죠.
이 글에 대한 현재의 생각은 다음 글에 적겠습니다. ADHD 약물 효과를 막 보기 시작했던, ADHD 극복을 위해 고군분투한 치기어린 청년의 한 때 생각이었음을 감안하며 읽어봐주세요!
글 맨 아래의 링크에 들어가시면 다양한 ADHD분들의 댓글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처럼 저도 ADHD로 살면서 끊임없는 좌절과 시련을 겪었습니다.
노력의 배신, 좌절, 실망, 자존감 저하
우울, 강박, 불안, 상처, 공황
ADHD임을 모르고 살아간 우리들이 겪어야 할 숙명과 같은 것이었는지 모릅니다.
인생을 갈아 넣어서 서울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돌이켜보니 즐거운 추억도 거의 없고
친구도 별로 없었습니다.
서울대에 오기 위해 공부한 세월은
평범한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꾸준하고 성실한 삶이 아니었습니다.
ADHD답게 공부했다가 포기했다가 책상에 앉았다가 뛰쳐나갔다가
글자를 읽어도 문장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똑같은 글을 몇 번이고 반복해 읽어야 했고
때로는 이해가 되지 않아도 악착같이 몇 번이고 따라 적었습니다.
정신이 망가져 있는 채로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하지만 본인의 능력보다 낮은 단계를 살아가는 여느 ADHD들처럼
마음 잡고 노력해서 성취하려고 하면 지옥을 맛보는 많은 ADHD처럼
무기력하고 게으르고 의지 없는 ADHD 본능을
이성과 인내로 억지로 눌러가며
꿈이든, 공부든, 연애든, 동아리든, 외국어 공부든 해보려 노력했습니다.
좌절
포기
체념
스스로에 대한 경멸
낮아지는 자존감
다시 시도
반복되는 실패의 수레바퀴
나이 스물셋 드디어 ADHD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머릿속으로 지레짐작하는 것이 아닌
직접 정신과에서 진단받고 약을 복용 받으며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습니다.
마치 개안을 하듯이 말입니다.
전 더는 무기력하지 않습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글도 길게 쓸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사고의 틀도 많이 고쳐졌습니다. 건강한 습관도 잡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 불현듯 과거의 실패들이 제 머릿속을 엄습해옵니다.
콘서타가 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도사처럼 여겼던 적이 있습니다.
약을 먹어도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무용입니다.
약에 적응되며 뿌연 안개 속과 같은 ADHD 세계에 다시 들어가 헤매기도 합니다.
과거의 내 실패들은 온전히 ADHD 때문이었는지
내 본인의 부족이었는지 이제는 헷갈리기까지 합니다.
ADHD여서 3일 이상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할 수 없었다.
ADHD라 그런 어처구니없는 말을 내뱉었다.
ADHD임에도 서울대를 왔다.
ADHD라 과제를 제때 내지 못했다.
약효가 작용하는 데도 가끔은 과거의 실수와 잘못을 반복할 뻔합니다.
ADHD라서 용서할 수 있었고, 내 실패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의 제 선택과 행동, 실수와 시행착오는
오로지 저의 책임이고 탓일 것입니다.
ADHD는 더는 변명이 될 수 없습니다.
더 책임 있는 삶, 더 수준 높은 삶, 더 가치 있는 삶을 위해
끊임없이 절차탁마해야 합니다.
내 삶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여정을 한 걸음 한 걸음 내 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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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출처 : ADHD는 더 이상 변명이 될 수 없다 (a-ap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