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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mita Jan 10. 2023

ADHD는 매력적인 장애이다

현대사회에서 ADHD가 정신질환이 된 이유

ADHD 그 자체는 사실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ADHD로 인해 많은 고초를 겪었던 내가 직접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낯설 수도 있다. ADHD 진단을 받지 못한 채 고통 속에 살아가는 ADHD인, ADHD 진단을 받고 나서야 총체적 난국 그 자체였던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 원인을 알게 된 ADHD인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닐까 살짝 걱정도 된다.


ADHD는 분명한 disorder이다.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장애로 인정받고 많은 연구도 행해지는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ADHD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ADHD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 인생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브런치 초반의 글에서도 ADHD는 사실상 좋은 점이 없다고까지 글을 썼었다. 더 성숙하고 쓰임새 있는 글을 작성하기 위해 ADHD에 대해 독서하고, 삶에서 적용시키고, 사색하면서 결론을 내렸다.


ADHD은 매우 매력적인 장애라는 것이다.


다만 복잡한 현대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기에 너무 버거울 뿐이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에서 ADHD는 왜 정신질환이 되었을까.


ADHD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라면, 비록 추정치이긴 하지만 왜 5%에 달하는 인구가 ADHD일까.  진화론적으로 말이 되질 않는다. 종의 생존에 불필요하다면 적자생존 끝에 사라져야 하지 않은가. 인류가 수렵 채집으로 생존하던 시절 ADHD 동료는 무리의 번영과 생존에 큰 도움이 되는 듬직한 존재였을 것이다. 현대 사회의 많은 문제가 그러하듯, 급격히 변화하는 현대사회와 수렵채집의 삶에 맞춰져 있는 신체 및 뇌 사이의 간극이 ADHD의 비극을 만들었다.


열정, 창의성, 산발적인 생각, 혁신성, 부주의, 과집중, 결단력, 자극 추구, 충동성, 넘치는 에너지 등등

얼마나 위험한지, 무모한 지 신경 쓰지 않고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대상이 있다면 앞 뒤 안 가리며 직진하고 파고드는 ADHD는 사냥에 특화된 전문가였을 것이다.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위기 상황에서 더 정확하고 기발한 판단을 하고, 늘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기질은 사냥감을 쫓아 계속 이동하고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탁월한 성과를 냈을 것이다.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사냥터와 보금자리를 찾는데 주저함이 없는 리더였을 것이다. 새로운 초원과 산에서 사냥감을 어떻게 찾고 열매를 어디서 구해야 할지 모두가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나서서 새로운 식량을 구해오는 듬직한 동료였을 것이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교육 환경과 업무 환경은 ADHD의 기질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시험공부를 위해서 의자에 몇 시간 내내 앉아있어야 한다. 흥미를 끌지 못하는 지식을 억지로 암기해야 한다. 학교와 회사의 딱딱한 규칙을 따라야 한다. 무슨 말인지 이해도 잘 안 되는 상사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지루함을 죽도록 싫어하는 우리 동지들이 그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이런 환경은 ADHD 강점을 발휘할 기회를 갖기도 전에 부주의과 과잉행동으로 발현된다.


특히 이 대한민국의 교육환경과 사회적 분위기는 ADHD에게 최악의 환경이다. 대학 와서 활용하지도 않는 쓸데없는 지식을 주입식으로 마구잡이로 암기하게 하고, 흥미도 없는 과목에서 성적이라도 나쁘면 실패자로 낙인찍는다. 재능과 기질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의지와 노력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남들과 다르다는 기시감이 들어도 밝히기 어려운 집단주의와 경쟁 문화는 ADHD를 스스로 발견하기도, 인정하기도 어렵게 만든다.


다행히도 이런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는 점차 변화하고 있다. 여전히 갈길이 멀지만 성인 ADHD에 대한 정보와 인식도 늘어나면서 ADHD에 대한 논의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ADHD가 단점만 가진 질병이며 치료해야만 하는 대상으로 여긴다는 경향이 여전히 있다는 것이다. ADHD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으로 발현하기보다는 ADHD 기질을 어떻게든 억누르고 없애려고만 한다. 다시 한번 이야기한다. 지금까지의 교육, 사회의 분위기, 정보 부족 때문에 방치하고 키워갔던 ADHD 단점을 최대한 관리한다면, 장점을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고 점차 경험하게 된다면, ADHD는 성공을 위한 강력한 삶의 도구가 될 수 있다. ADHD는 기본적으로 탐험가, 발명가, 리더의 기질을 타고났다. 그 기질을 최대한 유익하게 발현하는 여정을 같이 떠나보자.


참고서적

: Non-drug treatments for AD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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