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블랙넛 노래는 누가 듣지?
(feat. 지금 여기 힙합)
안녕하세요?
신사동 마케터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지금 여기 힙합>이라는 책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독립 서점에 갔다가 제목만 보고 골랐는데 막상 읽어보니 이 책이 요즘 MZ세대, 특히 대한민국 10대 남성을 이해하는 모든 키워드가 녹아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에서 특히 제가 인상 깊었던 부분은 ch5. 루저, 쌈마이, 상처뿐인 찌질이 파트였습니다. 이 파트에서 블랙넛이라는 래퍼를 언급하는데요. 쇼미 더 머니 4에서 송민호 저격수로 활약했고 평소에도 여성 혐오 가사로 이슈가 되는 인물입니다. 누구나 저건 왜 저렇지? 하고 풀리지 않는 질문들이 있잖아요. 제 경우엔 그게 블랙넛이었습니다. 블랙넛을 볼 때마다 항상 이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블랙넛 노래는 누가 듣지?
이 책에서 그 대답을 찾을 수 있었어요. 블랙넛의 소속사 전 대표 스윙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블랙넛이 왜 인기가 많은 줄 알아? 걔가 한국 남자 청년의 거울이기 때문이야.
by스윙스
그의 팬덤의 상당수가 10대 남성이라고 합니다. 저는 사실 이 부분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의 랩은 일베로 대변되는 한국 사회의 혐오 표현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하지도 않았고 누군가와 제대로 된 관계를 맺어보기도 전인 10대의 남성들이 패배감 가득한 노래에 공감과 지지를 보낸다는 사실이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의 가사를 통해 잘못된 세계관을 형성하고 굳혀나가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됐습니다.
책에서는 블랙넛의 인기를 루저 문화와 연결 짓는데요. 루저 문화가 본격적으로 대중문화에서 소비되기 시작한 2008년 무렵 장기하와 얼굴들과 무한도전은 '루저 남성'을 표방하며 인기를 얻었습니다.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다 했고 학벌 사회에서 학벌 자본을 취득했지만, 취업 경쟁에서 탈락한 청년의 열패감이 루저란 문화 코드로 표출됐다고 합니다. 남성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상실감은 더욱 커져갔고 그럴수록 능력에 따른 차별주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되었습니다. 능력에 따른 차별주의를 강조하면서 약자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합니다.
이런 컨텍스트를 알고 나니 블랙넛이 랩 스타가 될 수 있었던 이유, 한국 사회에 만연한 혐오 문화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과거에 읽었던 마리옹 코티야르의 인터뷰가 떠올랐습니다.
영화제작 산업은 성별의 문제로 볼 수 없다. … 내가 보기엔 (페미니즘은) 평등이 아닌 분리를 야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난 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린 여성의 권리에 대해 싸워야 하는 건 맞지만 난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구분되어 나오는 건 원하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은 이미 다른 존재이다. 남성과 여성은 다르게 태어나지만 서로 간의 다름이 창조와 사랑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어쩔 때 보면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지나치게 남녀를 더욱 구분 짓는 것처럼 보인다.
by 마리옹 꼬띠아르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혐오의 감정들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들은 결국 그 끝을 파헤쳐 보면 자기 혐오에서 출발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남에게서 무언가 특별히 거슬리는 장면을 발견했다면 그건 결국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일 확률이 높습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은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관대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몰입할 줄 아는 사람은 멋있지만 집착이 돼서 자기혐오가 되는 순간 악만 남을 뿐입니다.
무엇이든 극단적으로 가는 건 오히려 쉽습니다. 경주마처럼 오직 단 하나의 목표만 좇으면 남을 배려해야 할 필요도 없고 다른 것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어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밸런스를 유지하고, 나뿐 아니라 남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건 그것이 결국 나를 위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자신의 이익만 생각한다면 그 끝은 제로섬이니까요.
이 밖에도 #여성혐오 #한국형랩스타 #허슬문화 등이 궁금하시다면 이 책 추천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