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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샘 Dec 12. 2023

한국어 강사의 하루 04

쳇 GPT가 삼킨 나의 저번 주

모처럼 방학이 돌아왔지만 쉴 수가 없었다.  나는 주로 쉬는 시간에 티브이보다 유튜브를 보는 편이다. 공중파 방송이 예능 돌려 막기를 하는 것은 오래된 패턴이라 예능을 보지 않는 내가 볼 만한 프로가 없다. 그리고 그 시간에 정보를 얻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 주로 유튜브를 본다.


저번 주는 쳇 GPT관련 동영상이 주를 이뤄 우연히 시청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두려움과 조바심이 생겼다. AI가 PPT도 만들고 내 목소리도 모방하고 그리고 글을 쓴다고 했다. 실제 이와 관련된 서적을 구입하고 집중적으로 관련 영상들을 보았는데 그중에서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님의 강의는 상당히 흥미롭고 유익했다. 쳇 GPT 그것이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지에 대해 쉽게 설명해 주셨다.


나는 보통의 사람보다 시간을 이끌고 조각내서 쓴다고 자부한다. 동영상을 제작해서 일주일에 2번씩 업로드를 하고 브런치 글을 일주일에 한 번은 쓰고 있다. 그리고 쉴 새 없이 강의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캔바로 퀴즈도 만들면서 정신없이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지금도 충분히 시간이 부족하다. 게다가 나는 그다지 똑똑한 사람도 아니다. 무언가를 열 번 정도 다시 보고 또 보고 오류도 수정하고 검색하는 스타일이라 무언가를 배울 때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콘텐츠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변명이며 실제 어떤 일을 다각도로 준비할 수 있는 경험이 이 나이에야 비로소 보이기에 콘텐츠를 습득하기만 하면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훨씬 좋다고 여기는 편이다. 그래서 정보 습득이 중요하고 실제 여러 정보 중에서 좋은 것들을 활용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강사이다. 그런 나에게 지난주의 일들은 마음을 더 조급하게 만들었고 불안하게 했다.


저번 주의 관련 영상들을 보고 나는 말문이 막혔다. 이렇게 빠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그래서 실제 감마 프로그램에 평소 내가 관심이 있던 한국어 강사의 재교육에 대한 자료를 부탁했다. 텍스트를 입력하자마자 13장의 PPT가 완성되었고 그 내용은 실제 대단했다. 목차부터 각 번호에 따른 내용은 내가 막연히 생각한 것을 구체화시켜 보여줬고 이걸 기반으로 소논문을 써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서 아! 이제 무언가를 힘들게 배우는 시간이 보상받기는 힘들겠구나 싶은 위기감이 들었다.


실제 나는 포토샵과 엑셀, 파워포인트를 배우면서 상당한 시간이 들었고 이런 컴퓨터 능력을 활용하면서도계속 배워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노력의 차이가 개인에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이 특성화한 능력의 차별화가 없다는 것은 노력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 어렵다는 뜻으로 이해되었다.


"위기감이 들었다!"


퇴근한 남편에게 내가 수집한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나는 격양되어 있었고 남편은 그냥 고개만 끄덕이면서 열심히 식사를 했다. 안 되겠다 싶어 저녁 식사 후 실제감마를 실행해서 보여주니 그제야 남편이 놀라면서 이게 된다고? 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놀라운 세상이도래했다.


어떤 강사님의 10년 동안 일어날 일이 일주일 사이에 벌어졌다는 표현은 꽤 적합하다. 실제 내가 느끼는 것은 그보다 세서 나같이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도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로 강도가 세다. 세상이 달라질 것만 같은 위기감 특히 생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고민이 제기되었으니 위기다.


쳇 GPT을 활용한 인공 목소리도 그렇다. 내 음성 파일 자료를 여러 개를 넣어주면 넣어줄수록 나의 목소리와 같은 인공 목소리가 생성된다. 내가 텍스트만 입력하면 내 목소리로 음성 파일이 생성된다. 유튜브 영상에 내 목소리를 녹음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제 작곡도 그림도 모든 노동은 기계로 대체된다는 뭐 그런 이야기이다.


이게 그냥 그렇구나 하는 게 아닌 교육자가  받는 타격이 크다. 이제 기본적 지식은 쳇 GPT를 활용해서 습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럼 이제 교육을 하는 우리는 어떤 포지션을 갖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런 생각들이 나를 두렵게 했고 고민하게 했다.


그럼 나 같은 강사는 무엇을 공부하고 갖춰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다양한 도구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을 익히고 이런 것 중에서 최선을 선택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게 맞는 판단일지 모르겠다. 단지 나는 변화하는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지금의 최선은 그렇다.


그래서 일단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모아 집대성? 하기로 했다. 나의 아이디어 자료는 산발적으로 구글 드라이브와 네이버 MBOX 등에 있다. 그리고 몇 개의 외장하드 이것을 모두 모으고 그동안 알게 된 교육 콘텐츠 주소를 한 곳으로 모아 나만의 교육 지도를 만들기도 결정했다.


 이를 위해 이미 교사들 사이에서 일 년 전에 폭발적인 반응으로 상담과 수업 자료 활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노션을 선택했다. 일주일 동안 노션에 그동안 파일과 지원서, 콘텐츠, 수업 관련 서적, 교수법 관련 논문을 모으기 시작했다. 교사들은 연수를 통해 캔바나 패들렛, 노션 등을 배우고 활용하는 반면 한국어 강사는 모든 것이 자신의 역량 껏이라는 게 조금 서글프긴 하다. 이런 점 때문에 한국어 강사 재교육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일주일 동안 노션 관련 서적과 동영상 강의를 통해 기본 기능을 익혔고 이를 실제 지원서 정리를 했더니 지원서를 쓸 때마다 구글 드라이브를 검색해서 다운로드하고 하는 번잡한 과정이 생략되어 효율성이 좋아졌다. 그리고 여행 계획도 일행과 협업이 가능해졌다. 아직 기초 단계라 더 해봐야 알겠지만 정리가 안되고 벌리고만 있는 나의 아이디어와 수업 관련 자료를 한곳에서 볼 수 있게 된 점은 아주 만족한다.


개강을 앞두고 쉬고 있던 내게 질문을 던진 쳇 GPT의 위력은 이렇게 나이 든 강사를 자극시켰고 행동하도록 촉발시켰다. 이제 해야 할 일과 가야 할 길이 생겼다. 그래서 다시 바빠졌다는 뭐 그런 이야기이다. 과정을 진행하면서 무엇을 습득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흔적을 남길 생각이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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