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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샘 May 22. 2023

학교에 좀비가 있다고요?

아이들이 등교할 때 친구들이랑 얘기하고 떠들며 히히덕거리며 오는 줄 알았다. 친구를 기다렸다가 같이 오기도 하고, 중간에 만난 친구와 얘기를 하며 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혼자 왔다. 혼자 오는 아이들은 금방 헤어진 엄마와 통화를 하거나, 동영상을 보면서 오거나, 어떤 아이는 아쉬운 대로 게임을 하며 걸어온다. 

     

중간중간 횡단보도를 지나야 하는데 그때도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않고 계속 보면서 온다.

그래서 나온 말이 ‘스몸비’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길을 걷는 사람들.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다. 우리 학교는 아파트 안에 있어서 등교 시간이면 횡단보도마다 아파트 경비와 학부모가 교통지도를 하고 있다. 큰길이 아니고 아파트 안에 도로라 크게 위험하지는 않지만,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길을 걷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내가 차를 운전하면서 보면 더욱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 초등학생뿐 아니라 중고생이나 어른들도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횡단보도를 걷는데 빨간불로 바뀌어도 서두르지 않는다.   

  

보행 중 교통사고의 62%가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다가 일어난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주변을 살피지 않고 길을 걷다가 위험한 사고가 발생한다. 보행 중에 스마트폰을 보면 시야의 폭이 56%, 전방주시가 85%나 감소한다.      


‘학교에 좀비가 있다고요?’ 

교문 앞에 포스터를 붙여 놓았다. 교문을 지나는 아이들은 ‘좀비라니?’ 호기심을 갖고 들여다본다. 좀비가 바로 스마트 폰을 보고 등교한 자기 자신일 수도 있다는 걸 알고는 흠칫 놀란다. 그러고는 교실에 올라가 좀비 놀이를 한다. 역시 아이들 답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반응에 뭔가 싶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좀비 놀이가 재밌기만 하다. 그러면서 스마트 폰을 보는 게 그렇게 잘못인 줄 몰랐다면서 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막상 집에 갈 때가 되면 또 아무 생각 없이 스마트 폰을 꺼낸다. 

  “엄마, 나 이제 끝났어.”

  “00 학원 가는 거 맞지?”

여전히 엄마에게 끝났다고 연락하고 학원 가는 거 물어보고, 채팅하고 문자 확인하고, 영상 보고 게임을 한다. 스몸비가 정말 많다는 증거가 바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처럼 그런 행동을 하게 된다는 거다.     

 

학생 자치 회의에서 정식으로 ‘학교에 있는 좀비’를 어떻게 할지 의논을 했다. 아이들은 좀비 놀이도 신나지만 그들을 물리치는 것도 재미있는지 스몸비에 대해 ‘안 좋은 점’을 찾아 동영상을 만들겠다. 포스터를 그리겠다는 둥 눈을 반짝이며 여러 의견을 내놓았다. “좋은 의견인데 가장 먼저 지금 당장 집에 갈 때, 내일 학교 올 때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까?” 했더니 고개를 갸웃거린다. 늘 손에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게 습관이 된 터라 그걸 바꾸고 싶지는 않은 표정들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등하교 때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다니자.’라는 의견을 냈다.  


다음 날부터 아이들은 달라졌다. 평소에는 교문이나 현관 앞에 서 있는 선생님 곁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던 아이들이 멀리서부터 선생님이 보이면 깜짝 놀라며 멈췄다. 마치 음주 운전 단속을 하는 경찰차를 본 것처럼 딸꾹질을 하듯 화들짝 수선을 떨며 그 자리에 서서 핸드폰을 서둘러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옆에 핸드폰을 들고 있는 아이에게도 "응? 너도 얼른 넣어야지!" 한다.


그러고 나니 아이들 눈에 누가 있는 게 보이고, 그 아이가 아는 아이나 반 친구라면 아는 척을 하고 뭐라고 속닥거리며 이야기도 나눈다. 그렇게 학교 어린이 중에 있던 스몸비, 좀비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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