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건 뭘까?
태어난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는 거야.
사람들은 오래오래 살면서 죽음을 늦게 맞이하고 싶어 하지.
아빠도 그랬잖아.
건강하실 때는 120세까지 살고 싶다
와상환자로 병원에 입원해서도 5년만 더 살고 싶다
겨우 일 년 더 사시고 돌아가셨는데.
뭐 하면서 살고 싶냐고 물었더니
엄마랑 자식들 만나면서 살지 하셨어.
아마 엄마 만나는 게 99%였을 거야.
첫눈 내린다고 엄마가 병문안 가셨을 때 아빠가 엄청 좋아하셨잖아.
‘사과나무 위의 죽음’이라는 그림책에도 아빠처럼 오래오래 살고 싶어 하는 여우 할아버지가 나와.
여우 할아버지는 자기 사과나무를 지키려고 애썼지만 소용없었어.
새들과 어린 토끼들도 늙고 초라한 할아버지를 무서워하지 않고 사과를 다 먹어 치웠거든.
어느 날, 할아버지는 족제비 사냥에 성공했어. 족제비는 자기를 잡아먹지 않으면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겠다고 했어. 할아버지는 “누구라도 사과나무에 손을 대는 녀석은 그 자리에 딱 붙어 버렸으면”좋겠다고 했어.
족제비는 그 소원을 들어줬고. 할아버지는 주문을 풀고 싶을 때만 “이제 내려와”라고 외치면 됐어. 사과를 먹으려던 동물들은 철썩 달라붙었고, 소문이 퍼져 아무도 사과나무를 찾지 않았어.
여우 할아버지는 혼자 사과를 실컷 먹으며 행복하게 살았어.
나이가 든 여우 할아버지에게 ‘죽음’이 찾아왔을 때 할아버지는 조금만 더 살게 해 달라고 했지만 소용없었어.
여우 할아버지는 죽음에게 “마지막으로 사과 한 알을 먹고 싶으니 따 줄 수 있겠냐”라고 했어.
죽음은 사과를 따러 올라갔다가 딱 달라붙어 버렸어. 여우 할아버지는 만세를 부르며 ‘천년만년 살 수 있다’고 좋아했지만 죽음은 가만히 웃기만 했어.
엄마, 천년만년 살면 행복할까?
처음에는 여우 할아버지는 아주 행복했어. 죽음을 붙들어 놨으니 아무 걱정도 없었지. 그런데 여우 할머니가 죽고, 친구들, 자식, 손자들이 다 죽자 낯선 여우뿐이었어.
다들 죽는 걸 두려워하지만 죽음은 이 세상에서 꼭 필요한 존재였거든. 다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고 죽음은 계속 기다렸어. 할아버지는 늙어서 온몸이 아팠고, 한쪽 눈은 보이지 않고, 양쪽 귀는 들리지 않았어. 기쁨을 느끼는 법도 모두 잊어버린 것 같았어.
여우 할아버지는 사과나무 위에 ‘죽음’에게 말했어.
“이제... 내려와”
죽음은 잘 익은 빨간 사과 한 알을 따서 내려왔고, 여우 할아버지와 죽음은 사과를 한 입씩 베어 먹고 서로를 꼭 껴안았어.
그림책 첫 장면에서는 여우할아버지가 마지막 장면은 죽음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어.
실은 둘의 모습이 비슷해.
죽음을 사과나무에 묶어 놓고 오랜 세월을 기다리게 한 여우할아버지.
내려오라고 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린 죽음.
죽음과 삶은 함께 가는 사이.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도 시작하는 거겠지.
내려오라고 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