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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의 이별 선물

by 맑은샘

누구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도와주는 오소리

동물 친구들은 모두 오소리를 믿고 의지했어

오소리는 나이가 많아 모르는 게 없었고

자신이 너무 늙어서 이제 죽을 때가 가까웠다는 것도 알았대.


엄마도 그래?

나이가 많으면 모르는 게 없고

죽을 때가 가까운 것도 알고?

나도 나이 들면서 그랬으면 좋겠는데. 글쎄.


오소리는 죽는 것을 별로 걱정하지 않았어.

오히려 자신이 죽었을 때, 친구들의 마음이 어떨까 하는 게 걱정이었어.

오소리는 친구들에게 머지않아 자신이 긴 터널을 지나갈 텐데

너무 슬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오소리에게는 ‘긴 터널’이고

누구에게는 ‘넘어야 할 강’이고

엄마에게는 ‘천국’이겠지.

엄마는 순수한 믿음으로 천국 가는 날을 소망하니까.

살아도 기쁘고, 죽으면 더 기쁘다는

엄마 말은 진심이겠지.


오소리는 꿈에서 달리고 있었어.

매우 긴 터널을 튼튼한 다리로 달렸어.

평소 짚던 지팡이도 바닥에 던져두고 말이야.

자유로워졌고 마치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온 것 같았어.

오소리의 이별 선물(수잔 발리 글. 그림에서 발췌)

다음날 오소리네 집 앞에 친구들이 모였어.

오소리가 죽었다는 소식에 친구들은 몹시 슬퍼했어.

친구들은 한데 모여서 오소리가 살아 있던 때를 이야기했어.


두더지는 오소리가 종이를 접고 오려 사슬 모양을 만들어 준 일

개구리는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로 첫걸음을 떼는 것을 도와준 일

여우는 넥타이 매는 법을 가르쳐 준 이야기

토끼부인은 생강빵을 만드는 요리법을 가르쳐 준 이야기

오소리의 이별 선물(수잔 발리 글.그림에서 발췌)

친구들은 각자 오소리에 대한 ‘특별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어.

오소리는 친구들에게 ‘소중한 보물’을 이별 선물로 주었어.

선물은 다른 이에게 전해질 때 더욱 특별해졌어.

특별한 기억을 나누는 게 가장 좋은 애도의 방법이야.


우리도 그래.

누군가 떠났어도 그 사람과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자주 떠오르잖아.

외할머니는 도망 다니는 나를 기다렸다가 피아노를 가르쳐 주셨고

친할머니는 꼬깃꼬깃하게 아껴둔 당신 용돈을 나에게 주셨어.

아빠는 야간자율학습하고 늦게 올 때마다 버스정류장에 나와 기다리셨어.

보물처럼 차곡차곡 쌓인 소중한 추억으로

나는 든든하게 버티면서 씩씩하게 살고 있어.

엄마는 떠 오를 게 너무 많아.

끝없이 퐁퐁 솟는 옹달샘 같을 거야.

그래도 앞으로 오래오래

엄마와 소중한 기억을 더 많이 쌓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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