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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밈 May 14. 2019

1. 회사 다니기 싫어요

진정 이렇게 평생 살아야 되나요?

나의 첫 직장은 정부 기관이다. 다른 회사에 다녀보지 못해서 다른 곳은 분위기나 업무가 어떠한지 잘 모른다. 다양한 직장인들의 현직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브런치, 다큐, 잡플래닛, 블라인드 등을 통해 기웃기웃거리기도 하고,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서 찾아보곤 한다.


사람들은 공무원이 좋다고 말한다. 잡플래닛의 여러 기업들을 검색해보면 장점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대부분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누리고 있는 부분들이다. 이런 당연한 부분들을 그 기업의 장점이라고 굳이 말하고 있다는 것은, 사람들이 그 이전에 얼마나 부당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는지 대신 말해주는 것 같다. 공기업이나 공무원의 자유로운 휴가와 휴직 사용은 쉽게 누릴 수 있어서 잘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장점이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있지만.


하지만 결국 공무원이든 회사원이든 돈 벌려고 다니는 입장인데, 월급을 받아보면 근로 의욕이 확 떨어진다. 다른 회사에서는 '그래, 힘들어도 돈이나 벌자!'하고 월급날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겠지만, 나는 '와- 이 월급 받고 마음고생하며 일하다니, 얼른 이직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다.


누군가는 장점이 단점을 덮을 만큼 커서 계속 다닐 수 있겠지만, 나는 단점이 장점을 덮어버렸다.


물론 돈 말고도 업무 만족도가 떨어지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일의 특성상 돈과 아주 깊은 연관이 있고 그에 따라 민원 강도가 극강이다. 매일같이 악성 민원인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언제 닥칠지 모르는 민원 폭탄을 기다리며 평생 일하는 내 모습이 벌써부터 안쓰럽다.


내 업무는 하면 할수록 욕을 먹는 업무다. 그래서 오히려 안 하는 게 이득이다. 민원인들도 내가 일을 안 하길 바라고 있다. 열심히 나의 쓸모를 증명하고 보람희열, 성취감을 느끼고 싶은데, 열심히 하면 할수록 욕을 먹으니 출근하면 아무것도 하기 싫다.


보람은 돈 주고 살 수 없는데, 내 인생의 행복을 결정하는 데에 보람과 성취감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문제다. 매슬로우의 욕구 피라미드의 최고층에는 ‘자아실현 욕구’가 있다더니, 역시나 나도 그 이론을 증명하는 1인이다. 어딘가 소속되고 안정감 있게 일을 하여도 매일 이렇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며 살고 있으니 너무 의욕도 없고 생각만 많아진다.


정말 회사 다니기 싫다. 아니, 난 엄밀히 말하면 회사 근로자도 아니니깐, 너무 일하기 싫다.




다들 이렇게 살고 있나요?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공기업, 외국계 기업이든 회사원이면 다들 이렇게 사는 건가요? 분명 누군가는 업무에 만족하고, 월급에 만족하며 즐겁게 살고 있을 텐데. 나는 어렸을 적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도 이제 희미해져 가고, 포기해버렸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못하고, 사는 대로 생각하게 돼버렸다.


이건 내 인생 최대 난제이자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아마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매일의 고민이 될 것 같다. 정답을 누군가가 대신 내려줄 수도 없고, 아직까지 답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다른 누군가가 이런 고민을 한다면, 쿨하게 '너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생각해보고, 도전해봐! 시도해봐야 나중에 후회도 안할거야!'하고 말해주고 싶지만. 막상 나에게는 왜 그 말 한 마디가 나오지 않는지. 나에게는 왜 이렇게 엄격한 것인지.  


언젠가 이 첫 번째 고민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있길 바란다. 회사 다니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해질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정말 더 맞는 업무를 찾아 이직을 잘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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