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히어로가 될 수 있다
어느 날, 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아빠가 갑자기 창문을 여시더니 바나나 껍질을 밖으로 던지셨다. 깜짝 놀라서 "아빠!! 창문 밖으로 버리지 말라니깐!"하고 소리쳤지만 아빠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괜찮아, 음식물이니까 썩어서 없어질 거야
하지만 바나나 껍질이 떨어진 곳은 흙더미도 아니고 새까만 아스팔트 도로 위였는데 어떻게 썩는다는 말이지? 쓰레기통이 없으면 쓰레기를 손에 꼭 쥐거나 주머니에 넣고 집에 돌아오는 나와 달리, 우리 아빠는 환경 문제에 너무 무신경하다. 비단 아빠만 무신경한 것은 아니다.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담배꽁초, 테이크아웃 커피 컵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자기 손에만 없으면 모든 것이 편안하고 깨끗해지는 건가? 전혀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라. 자신의 주위는 얼마나 깨끗한 환경인가? 아마 자신이 버린 쓰레기 더미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을 것이다. 그 쓰레기 탑은 곧 쓰러져 자신 위로 쏟아져 내릴 것이다. 바닷속 물고기가 플라스틱 조각을 먹어 병들고, 쓰레기 더미 토양 때문에 가축과 나무가 병들면 결국 우리 사람도 병들게 돼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환경문제에 반응하는 역치 수준은 나와 너무 다르다. 나는 환경보호, 동물보호 문제에 유독 예민하다. 어렸을 때, 환경 NIE(Newspaper in Education) 대회에 4년 동안 참가하고, MBC 다큐 '북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 시리즈를 너무 인상 깊게 봐왔던 탓이다. TV 동물농장에 나오는 개농장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고 화가 난다. 고속도로 옆 개발되고 있는 민둥산을 보면 무분별한 난개발이 이루어질까 봐 걱정이 앞선다.
사람은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데, 동물은 아프다고 말할 수 없고 식물은 더더욱 인간에게 저항할 수 없다. 이것이 동식물, 환경 관련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행동해야만 하는 이유다. 지구의 난민, 기아, 질병 등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동식물, 환경 이슈는 우리가 무관심해지면 아무도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관심을 가지는 것을 넘어 환경 NGO에 가입해 활동하거나 게릴라 가드닝, 플로깅 등을 하며 내가 주위 환경을 바꾸는 행동을 직접 실천하고 싶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인터넷 검색하면 보이지만, 막상 주변에서 찾아보면 많이 없다. 뜻을 모아 지구를 지키는 일을 하고 싶다. 비록 마블 영화에 나오는 슈퍼 히어로가 아니라 슈퍼 일개미일지라도.
요즘처럼 날씨 좋은 5월에는 축제가 한창이다. 대학 축제부터 각종 페스티벌이 열리고, 잔디밭에서는 술판과 배달 음식판이 벌어진다. 그렇게 즐기고 난 후에는? 아무도 치우지 않은 쓰레기판만 남게 된다. 우리 각자 자기의 쓰레기만이라도 가지고 돌아가거나 제대로 쓰레기통에 버려도, 조금 더 깨끗한 환경을 모두가 누릴 수 있다.
이런 쓰레기 문제에 대한 인터넷 기사 댓글만 보면 다들 시민의식이 높아 보이는데, 왜 진정 현실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것인지. 나만 이런 문제에 신경 쓰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