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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밈 May 26. 2019

3. 가족, 친척에게 받는 상처

따뜻한 말 한마디 그렇게 어렵나요

내가 소심한 건가? 분명히 기분이 나빴는데, 내가 웃으며 넘어가야 하는 순간인가? 고민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또 상처 받은 나 자신을 외면한 채, 상처를 준 상대방에게 바보같이 웃어 보이고 말았다.






나에게는 재미있게 말하고 분위기 메이커인 친오빠와 작은 이모, 작은 고모가 있다. 하지만 종종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1.

어느 날, 친오빠와 사촌 언니들과 만나 신나게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내가 노래를 잘하네, 못하네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빠가 퉁명스럽게 말을 했다. "그래서 네가 안 되는 거야." 나는 당황하였다. 내가 노래를 잘한다, 못한다 실랑이하는 와중에 갑자기 그런 말을 듣게 되어서 어떻게 반응해야 될지 몰랐다. 노래라는 단순한 주제를 벗어나 내 모든 현재와 미래, 능력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소심하고 예민한 건가? 이 말 한마디가 잘못된 것일까, 상처 받은 내가 잘못된 것일까?




#2.

오랜만에 카페에서 엄마와 이모를 만났다. 평소 재미있고 웃긴 이모이지만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지적하고 말하는 모습에 솔직히 부담스럽고 만나기 꺼려져 왔다. 역시나 이모는 나를 보자마자 외모 지적을 하였다. "눈이 짝짝이다, 왜 그러냐, 이제 화장을 좀 하네" 등등. 나는 바보같이 내 얼굴을 이모에게 해명하고 있었다.


이모는 또 나에게 공무원하고 있기에는 아깝다며 말하였다. 더 좋은 직업을 갖길 바라는, 내 능력을 좋게 바라봐주는 말이라고 생각하려 하였지만, 이미 기분이 상한 상태에서 들으니 속상하였다.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는 직장에서 충분히 자괴감을 느끼며 매일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나 자신이 이모 앞에서 발가벗겨진 느낌이었다. 꼭 누군가에게 인정받고자 좋은 직장에 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말을 들으니 내가 너무 못나 보이고 이렇게밖에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한심해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이모의 친구가 그 카페 주인으로 있었는데, 그분에게 내 직업을 대뜸 말하며 이러쿵저러쿵 말하는데 너무 부끄러웠다. 스스로 자랑스럽게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내 직업을 나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갑자기 말해버리다니. 나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였다.


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서 말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할까? 왜 단점을 굳이 들춰내어 그 사람을 민망하게 하는 것일까? 왜 굳이 내가 말하지 않은 내 직업을 남들에게 공개하는 것일까?




#3.

어느 금요일 오후, 퇴근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탔다. 사무실을 나선 후 두 시간 반쯤 지나 집에 도착하니 서울에 살고 계신 고모가 와 계셨다. 인사를 드리고 내 방으로 향한 후, 누워서 휴대폰을 만지고 있는데 거실에서 할머니와 고모가 하시는 말씀이 들렸다. "쟤는 왜 들어가서 안 나오지, 나와서 이야기도 좀 하고 그러지 성격이 이상하네." 


그 말을 방에서 듣고 있는데 심장이 쿵쿵 뛰고 손이 떨렸다. 나 이상한 사람인 건가? 그냥 퇴근하고 혼자 누워서 쉬고 싶었는데, 그게 다인데. 꼭 거실에 나가서 할머니, 고모와 이야기를 다정하게 나누는 조카의 모습을 보려 드려야 되는 건가? 나는 그냥 방에서 쉬고 싶을 뿐인데. 그러면 안 되는 건가? 쉬는 것도 허락받고 쉬어야 되는 건가? 평소 고모네와 친하고 막역한 사이라면 반가워서 뛰쳐나가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렇게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 불편하다. 친척이라는 이유로 나에 대해서 함부로 말할 권리가 있는 것일까?





가족, 친척이라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쉽게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입장은 어떨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고 그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말을 ‘지껄이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부정적인 말을 더더욱 일삼는 사람들은 자기가 어떤 대상을 비판하고 비난할수록 자신이 더 나아 보이고 똑똑한 판단을 내린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유독 한국은 누군가를 칭찬하고 격려하기보다 비난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어린 자식에게도, 학생들에게도, 다 큰 어른들에게도. 그리고 어떤 문제가 생기면 특정인을 잡아 마녀 사냥하고 죄인으로 몰고 가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다. 자신의 인생, 말과 행동을 되돌아볼 생각은 안 하고 최근 가십과 기삿거리를 문제 삼아 누군가를 비난하기 바쁘다. 악플도 그런 식이고.


말은 내뱉는 순간 힘이 있어서 그 말을 듣는 사람과 하는 사람에게 둘 다 영향을 끼친다.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도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이 그 말을 하는 사람인 동시에 또 자신의 귀로 듣거나 글로 읽는 입장이기도 하니깐.


조금만 더 배려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 각박한 세상에서 가족과 친척들 사이에서는 더욱더. 세상의 울타리라고 생각하는 가족들마저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사소한 것으로 타박을 하면, 도대체 어디에 정을 두고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칭찬 한마디, 그 사람의 입장을 배려하며 건네는 말 한마디,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하는 데에는 돈도 들지 않고 그냥 가볍게 하면 된다. 그 말은 생각보다 강력해서 듣는 사람이 그 하루 온종일을 기분 좋게 지내게 만들 수 있고, 인생에서 손꼽아 기억하고 싶은 소중한 말 한마디가 될 수 있다.





가족과 친척들에게서 듣게 되는 사소한 말에 상처를 받게 될 때, 그 사람들이 내 기분과 하루를 좌지우지하도록 내버려두지 말자. 당당하게 나의 기분이 어떤지 말하고 앞으로 그런 말을 하지 않도록 요구를 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런 비난을 듣게 된다면, 최대한 그 사람을 마주하게 되는 자리를 피하고 그 말을 무시하자. 나는 나를 지켜야 하니깐. 물론 쉽지 않겠지만, 이제 더 이상 소중한 내 마음이 다치는 걸 지켜보는 게 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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