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단체 투어

스페인 10박 12일- 직장인 혼자 여행

by 미니밈

|바르셀로나 4박 5일


행복은 상대적이라고 했던가. ‘혼자서는 뭐든지 잘해요’였던 나도 단체 투어에서 혼자 다니니 상대적으로 외로움과 심심함, 뻘쭘함을 모두 느끼며 투어가 어서 끝나기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또르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꼭 보고 싶었던 것은 바로 가우디 건축물이었다. 특히, 가우디가 미완성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너무 궁금하고 보고 싶었는데 현지 여행사의 일일 가우디 투어를 신청했던 터라 가우디의 모든 건축물을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전세버스로 편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하지만 작은 단점이 하나 있었으니 일일 투어를 나 혼자 신청한 점이었다. 꽤 규모가 큰 여행업체여서 일일 투어에 참가한 여행자들이 많았다. 그런데 대부분 커플, 친구, 가족이었고 혼자서 참여한 사람은 나를 포함해 손에 꼽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소규모 여행사의 투어를 신청하는 건데. 군중 속 고독이란 이런 것이군. 덤으로 꿔다 놓은 보릿자루의 느낌도 스페인에서 체험할 수 있었다.




- 구엘공원에서


“자, 이제 각자 둘러보시고 10시 15분까지 이곳으로 모이세요~”


가이드님의 한 마디에 모두들 뿔뿔이 흩어졌다. 아니 ‘짝지어’가 더 맞겠다. 그래, 구경이야 혼자서 여유롭게 하면 좋지! 생각할 시간도 많고.



구엘 공원에는 유독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다들 하하호호 즐거워 보였다. 요리조리 구엘공원을 뜯어보고 타일 조각 무늬를 유심히 쳐다보고 이곳저곳 돌아다녀봤지만 뭔가 허전했다. 알록달록한 타일 벽면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어도 봤지만 표정은 영 딱딱했다. 나도 누군가와 대화하며 즐겁게 구경하고 싶었다.



- 몬주익 언덕에서


까사밀라, 까사바트요를 구경한 후 버스를 타고 언덕을 올라가니 탁 트인 바다와 도시 풍경이 보였다. 커다란 야자수가 심겨있고 푸른 잔디밭에 잘 꾸며진 인공연못까지 있어 눈이 시원하였다.



“자, 여기 구경하시다가 30분까지 모여주세요!”


이젠 혼자인 사실에 심신이 너덜너덜해졌다. 아무리 좋은 풍경도 가만히 혼자 보고 있으니 잡생각만 떠올랐다. 혼자서 생각하고 멍 때리는 것을 아무리 좋아하지만 여기선 왠지 쓸쓸했다. 에어팟을 끼고 노래를 한 곡 들어보았지만 적적함은 가시지 않았다.



- 점심시간


바르셀로네타 해변 앞에서 버스가 정차한 뒤 가이드님께서 맛집 이곳저곳을 추천해주셨는데 아무래도 혼자서 다 시켜먹긴 무리처럼 보였다. 혼자 오신 다른 분들에게 용기를 내어 한 마디 걸어보려 했지만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그분들도 자기 나름대로 식당을 찾아 떠나셨다. 하필 내가 가는 길로 같이 가는 분들은 아무도 없었다.


바다가 보이는 샌드위치 집 앞에 들어갔다. 샌드위치를 들고 야외 테이블에 가서 앉았는데, 아뿔싸 바로 옆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계시는 할아버지와 커플이 있었다. 담배연기를 마시며 샌드위치를 우걱우걱 먹고 있으니 괜히 서글펐다. 방금 전 다른 사람에게 같이 밥 먹자고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나를 자책했다. 그러면서도 ‘혼자서도 맛있게 잘 먹으면 되지’ 위로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그래, 이건 혼자 샌드위치를 먹어서 문제인 게 아니라 저 담배연기가 문제인 거야!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감자튀김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사서 바다를 바라보며 보도블록에 걸터앉았다.


아 날씨도 좋고 경치도 좋은데 나는 왜 혼자서 이러고 있지. 나도 누구랑 이야기하면서 웃고 떠들고 싶다. 같이 공감하고 공유하고 싶다. 혼자 있으니 재미없네.



-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끝으로


버스에 올라타니 가이드님이 말씀하셨다.


“모두 점심 맛있게 드셨나요? 먹물 해산물 빠에야는 어떠셨어요? 맛있으셨나요?”


“네~”


‘네~ 비록 전 담배연기를 맡으면서 샌드위치를 먹었지만요~’ 자조 섞인 내면의 목소리가 올라왔다.


아무튼 마지막 코스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보러 갔다. 다 같이 성당 앞에서 조각품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 순간만큼은 그 역사와 뜻깊은 의미에 감탄하였다. 가이드님은 해설을 다 하시고선 자유롭게 둘러보다가 각자 해산하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하루 종일 쓸쓸함에 지쳐버린 나는 설렁설렁 성당 내부와 외부를 구경하다가 갑작스러운 복통에 황급히 숙소로 돌아갔다. 화장실 급한 배 아픔도 아니었고 원인 모를 복통이 계속되었다. 숙소까지 30분 이상 꾸역꾸역 걸어가다가 쓰러질 뻔하였다.


이거 뭐, 배도 아프고 외롭고 쓸쓸하고 왜 이러지. 오늘이 가장 기다리던 가우디 투어 날이었는데. 침대에 쪼그려 누워 배를 움켜쥐고 있으니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혼자 여행 와서 이러고 있는지 울컥하였다.




그날 밤, 오늘 우울함을 느꼈던 바르셀로네타 해변에서 어제 만난 여행자들과 ‘쏘 크레이지 나잇’을 만끽하고 술에 취하여 새벽에 돌아왔다.(지난 화 참고)


오늘 하루 종일 느낀 쓸쓸함이 조금은 가시는 듯했다.